20172, 혼자 3주간 탄자니아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다니면서 계속 의문이 들었어요. 아프리카는 왜 이리 가난할까? 탄자니아는 그나마 관광자원이 풍부해서 우간다나 콩고에 비해 부유한 편입니다. 1인당 GNP969달러예요. (우간다 625달러, 콩고 478달러. 한국은 27,195달러) 소득만 보면 우리가 27배나 많아요.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부자 나라가 된 걸까요? 우리가 그만큼 부지런해서일까요?

 

탄자니아 사람들은 워낙 느립니다. 여행 하다 속 터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침에 호텔에서 조식을 시킵니다. “계란은 어떻게 줄까? 프라이? 오믈렛?” “오믈렛으로 부탁해.” 그러고 가서는 안 옵니다. 왜 이리 오래 걸리지? 30분 후에 오믈렛 하나랑 식빵 토스트 두 쪽을 가지고 와요. ‘겨우 이거 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나? 손님도 나 하나뿐인데. 근데 얘들은 잼이나 버터도 안 주나? , 아프리카니까...’ 투덜거리며 퍽퍽한 토스트를 먹습니다. 5분 뒤에 버터를 가지고 나타납니다. 텅 빈 접시를 보며 웃으며 말해요. “폴레 폴레.” 천천히 먹으라는 거지요. , 정말 느려 터져서 환장할 노릇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느릴까요?

이곳의 날씨는 정말 덥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요. 저는 걸음이 좀 빠른 편이라 민첩하게 걸어 다닙니다. 조금만 빠르게 걸어도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릅니다. 아프리카는 물이 귀한 곳입니다. 땀으로 수분을 배출했는데 물을 마시지 못하면 탈수증으로 죽을 수도 있어요. 여기 노인들은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그러겠지요. “얘야, 천천히 다니렴. (그렇게 뛰면 죽는단다.)”

 

한국의 날씨는 이곳보다 더 쌀쌀합니다. 옛날에는 난방도 없고, 패딩 점퍼도 없었지요. 춥다고 웅크리고 가만히 있으면 체온 저하로 죽어요.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몸에서 열도 나고 훈훈해집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가만히 있는 아이에게 그랬을 거예요. “얘야, 춥다고 웅크리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이렴. (가만히 있으면 얼어 죽는단다.)”

 

더운 열대 지방에는 과일이 풍부합니다. 거리에 가로수가 다 야자수에요. 꼭대기에 코코넛이 널려 있습니다. 시장에서 코코넛은 한 개 300, 바나나는 한 개 100원에 팝니다. 관광객인 제가 그 값에 사니, 현지 물가는 더 싸겠지요. 사시사철 해가 쨍쨍하고 날씨가 더워서 언제든 나무 열매가 풍부합니다. 한국은 다릅니다. 한국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합니다.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김매기를 하고, 가을이면 추수를 해야 합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때를 놓치면 한 해 농사를 망치고, 한번 농사를 망치고 겨울에 쫄쫄 굶습니다.

 

스와힐리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Haraka haraka haina baraka, polepole ni mwendo.

(하라카 하라카 하이나 바라카, 폴레폴레 니 므웬도)

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고, 천천히 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속도이다.”

 

우리와는 반대지요? 우리에게 느린 것은 게으름뱅이요,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 자연의 속도인데 말입니다. ‘한국인은 근면 성실하고 아프리카 사람은 게으르다.’ 이렇게 잘라 말할 수 없어요. 한 나라의 문화와 경제 사정은 자연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요.

 

한 나라의 국민성과 경제적 성공이 자연 환경의 영향을 받듯이, 개인의 경제적 성공 또한 운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앞으로는 생산 활동이 소수의 자본가에 의해 독점되고, 대다수의 노동자는 실업 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1995년에 제리미 립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예고한 그 상황이 닥쳐오는 것이지요.

 

한국과 탄자니아의 GNP 차이, 27. 한국에서는 건물주와 영세 사업자의 소득이 그 정도 차이가 납니다. 물려받은 건물로 세를 받고 사는 것과 자신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먹고 사는 것.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 노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타고난 환경의 차이로 인한 소득 격차가 날로 극심해집니다. 이런 시대에, 가난한 사람에게 당신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 성공을 거둔 사람은 타고난 운이 좋았음을, 시대적 상황이 좋았음을 인정하면 좋겠어요. 자본수익률이 급격히 늘어가는 시대에, 노동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것인가, 그것이 앞으로의 고민이 아닐까 싶네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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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나리 2017.05.01 0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감사합니다. 남편발령으로 이집트 카이로가요..저도 탄자니아가면 이리 느껴지겠지요..아마도 이집트도 그렇겠지요..

    • 김민식pd 2017.05.04 0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우, 부럽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도 인생에 있어 선물같은 경험입니다. 이집트! '신의 지문'이라는 책을 읽은 후로 늘 가고 싶었던 곳인데 아직도 못 가봤네요... 즐거운 생활 되시길 빕니다.

  2. 남쪽바다 2017.05.01 1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마지막 말씀에 동감합니다.
    우리사회 소수의 부 세습과 독점을 보면서, 하루하루 정당한 노동으로 소득을 얻는 것이 보잘것 없다고 느껴질때가 있거든요. 흔히 비유하는 거대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내 시간과 노력을 다해야 조직에 겨우 생존할 것이고, 톱니가 낡고 무뎌지면 가차없이 버려질테니깐요.
    하지만, 이런 노동이 없다면 우리사회가 유지되거나 발전될 기회조차 없을텐데....대다수의 대중매체에서는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평범한 노동자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글이나 방송을 많이 다루지 않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 김민식pd 2017.05.04 0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무슨 국가의 적으로 취급하는 사람도 있으니...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더 좋아지길 소망합니다.

  3. 혜링링 2017.05.01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로자의 날에도 회사에 나와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마지막 내용이 정말 와닿습니다. 예전에는 돈 별로 못 벌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그만큼 게으르고 열심히 살지 않아서 그런걸거라고 무심코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보니 PD님 말씀처럼 가난한 사람에게 "당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가난한 것이다"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만 봐도 피땀흘려 일하는 사람은 실무자고, 관리자는 지시하고 서류에 사인만 해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노동자들의 처우가 점점 나아지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 김민식pd 2017.05.04 0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나이 들면서 개인의 책임보다는 자꾸 사회의 의무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개인탓으로 돌릴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거든요. 노동절에도 일하는 노동자... ㅠㅠ 화이팅입니다!

  4. 꿀돼빵 2017.05.01 1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수익에 의존하는 1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다른건 물려줄게 없을 것 같고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 주는 중입니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이 들여온 공교육제도와 세습된 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가는 이런 사회에서 자존감을 지키며 살라고요^^ 책의 힘을 믿습니다 항상 좋은 에너지 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5. 2017.05.01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하늘소리 2017.05.01 2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1998년 필리핀을 가서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여행은 다른 관점을 열어 세상을 더 깊이,넓게 보게 하는 것 같아요 이 맛이지요~~
    추억을 떠올리는 글 감사합니다

  7. 프라우지니 2017.05.02 0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탄자니아. 제 기억에 참 슬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나라입니다.
    무슨 다큐멘터리에 탄자니아와 옆나라에(맞나?) 걸쳐서 있는 커다란 호수가 나왔었는데..

    거기서 아련하게 "탄자니아~ 탄자니아~"를 부르던 거리에서 몸을 파는 여자가 그 촬영을 하고 나서 며칠있다가 저녁에 장사(?)나가서는 살해당했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우리가 다큐를 볼때 그녀는 이미 죽은후였습니다.^^;

  8. 섭섭이 2017.05.05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조물주위의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인 시대.. 과연 자본소득과 노동수익의 차이를 간극을 어떻게 매꿀수 있을지 참 어려운 문제 같네요. 외국은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