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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3개의 동심원

by 김민식pd 2017. 2. 16.

방명록에 질문이 올라왔네요.

'올해 목표가 독서라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다 피디님의 책을 읽고 문득 영어 공부까지 새로운 목표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바쁘신 분이 독서도 하고 여행도 다니시고 그럼 애들과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는지? 애들에게 소홀하진 않으셨을까요? ^^ 피디님의 시간 쪼개기 비결을 알려주세요.'

ㅎㅎㅎ 질문을 읽는 순간, 팍 찔렸습니다. 아이들에겐 부족할 때가 많지요. ^^

시간관리를 할 때 저는 동심원을 3개 그립니다.
1. 가장 가운데 핵심 동그라미는 나입니다.
2. 나를 둘러싼 두번째 동그라미는 가족입니다.
3. 그 바깥 동그라미에는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 있습니다.

저의 시간관리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피치못할 약속만 나갑니다. 동창회나 회식자리는 나가지 않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어도, 7시 전에 만나 밥을 먹고 9시에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2차 가자고 붙잡거나 억지로 술을 먹이는 자리는 다음부터 안 갑니다.

아내는 업무가 많아 늦는 날이 많습니다. 제가 술 약속이라도 잡으면 아이가 잘 때 엄마 아빠 아무도 없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아이를 봐주시는 친척 누나가 계시지만 아무리 늦어도 엄마 아빠 둘 중 하나는 밤 10시 전에 들어오자는 것이 아내와 저의 약속입니다. 아내는 일 때문에 늦는데, 제가 술 약속으로 늦을 수는 없지요. 그래서 술을 끊고 저녁 약속을 피합니다.

큰 애를 키워보니 알겠더라고요. 아이가 부모를 찾는 것도 초등학교 때까지 입니다. 중학생이 되면 부모를 찾지도 않아요. 놀아달라는 것도 10살 언저리까지입니다. 저는 민서랑 같이 저녁을 먹고 보드게임을 하다 9시가 되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줍니다. 그러다 같이 잠이 들어요.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 그럽니다. 교대로 철야근무를 하는데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밤을 새는 게 참 힘듭니다. 야근을 한 다음날엔 일찍 잠자리에 들어 빨리 싸이클을 정상으로 돌려야합니다. 만약 야근이 없는 날 술을 마시고 늦게 잠자리에 들면 한동안 힘듭니다. 심지어 일근하는 날은 아침 7시 30분에 근무시작이라 새벽 5시에 일어나야합니다. 무조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해야 교대근무에 맞는 컨디션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10시 전에 자기에 매일 아침 5시면 절로 일어나게 됩니다. 그때부터 블로그에 올릴 글을 씁니다. 그 시간이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회사 업무가 시작되기 전, 유일하게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5시에 일어나려면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합니다. 술을 마시고 자정을 넘겨들어왔는데 블로그 때문에 5시에 억지로 일어나려면 괴롭습니다. 피곤할 때 글쓰기는 쉽지 않거든요. 업무도 아니고 누가 돈을 주고 시키는 일도 아닌데 억지로 새벽에 깨기는 쉽지 않지요. 글쓰기가 즐거우려면 일찍 자고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일어나야합니다. 저녁에 아이를 보다 함께 잠들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자신을 위한 자기 계발 시간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제 시간관리의 핵심입니다.

나이 50이 되어보니 알겠어요. 세상 일에는 다 때가 있다는 것을. 일단 육아가 그렇습니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조를 때가 고마운 순간입니다. 크면 같이 놀고 싶어도 안 놀아줘요.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자기계발도 그렇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을 지금 당장 해야합니다. 지금 이 순간 제게 가장 즐거운 일은, 독서, 여행, 글쓰기 세가지입니다. 이 셋에 집중하면서 삽니다.

세상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라 탓이나 회사 탓, 상사 탓을 하며 술로 분을 삭일 수도 있지만 그래봤자 내 몸만 축나요.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나를 들여다봅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시간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계발입니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아빠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경쟁력있는 직장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 매일 새벽, 게으른 나와 부지런한 나 사이에 싸움이 벌어집니다. 저는 그때마다 부지런한 나를 응원해요. 내게 더 큰 보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한 것은 항상 부지런한 나였으니까요.



부지런한 나가 준 최고의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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