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13일차 여행기

 


오늘은 잔지바르에서 가장 번잡한 스톤타운을 벗어나 반대편 동쪽 해안에 있는 파제를 찾아갑니다. 이 섬에서 가장 조용한 동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톤타운의 경우, 가는 곳마다 호객꾼을 만납니다. 택시 일일 관광, 일일 뱃놀이, 투어, 다양한 상품을 권하지요. 워낙 유명한 관광지니까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여행 막바지에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푹 쉬다 가고 싶은 마음에, 파제로 향했습니다.

 

파제 해변입니다. 넓고도 얕은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어요.

이 넓은 해변에 사람이 없어요.

파제가 유명한 건 카이트 서핑입니다. 서핑 보드를 타고 커다란 연을 조종해 바람을 타고 바다위를 날듯이 달립니다. 해변에 사람도 배도 없으니 가능하지요.

아드레날린 정키로서, 익스트림 스포츠는 다 좋아해요. 레슨을 받아 카이트 서핑에 한번 도전해볼까 했는데요.

초보자의 경우, 서서 균형잡기도 힘들어요. 3일 동안 제대로 배울 자신도 없고, 떠나면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겠어요.

잘 타는 사람은 공중에 휙휙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구경만 하다 갑니다. 예전엔 이런 장면을 보면 직접 하고 싶어 피가 끓었는데, 이제는 구경만 해도 그냥 좋네요. 나이 들은 건 못 속이나봐요. ^^

현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친구가 물어보더군요. 맛이 어떠냐고?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이곳에는 식당이 많지 않아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크지 않을 거라고.

스웨덴에서 왔는데, 어머니와 여행중이라는군요. 어머니는 중국인이었어요. 아버지는 스웨덴 사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더니 어머니가 반가워하시더군요. 데니 드한 혹은 젊은 날의 디카프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눈빛이 인상적이었어요. 배우 분위기가 풍긴다고 말을 걸었더니, 어머니가 놀라시더군요. 실은 스웨덴에서 어린 시절 아역 탤런트였다고. 영화 주연도 했답니다.  

아역 배우를 하다 탁구 선수로 변신해서 스웨덴 국가대표까지 했다는군요. 중국과 스웨덴은 양국 다 탁구 강국인데, 혹시 어머니가 탁구 선수였냐고 물어보니, 어머니는 통역사랍니다. 중국어 스웨덴어 통역사.


아역 배우로 일을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하기 힘든데 어떻게 운동 선수가 되었냐고 물었지요. 연기는 아무리 해도 느는 게 안 보이는데, 탁구는 연습을 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는 군요.

탁구 선수로 평생 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직업 배우를 하려고 LA 헐리웃에도 갔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지금은 스웨덴으로 돌아가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답니다.

미국 시장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미국에는 라틴계 배우가 많아 혼혈 배우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이라고. 중국의 경우, 그처럼 중국 혈통을 가진 스웨덴 배우에게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해줬어요. 미국 영화를 선망하는 그에게 중국은 변방으로 느껴져 매력이 없는 것 같았어요.

저는 앞으로 문화 산업의 기회는 중국에 있다고 믿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문화적 욕구가 분출할 거거든요. 지금은 한국 등 외국에서 콘텐츠를 사가고 있지만, 곧 자체 제작 능력을 키울 겁니다.      

오늘의 숙소는 파제 호텔입니다. 싱글룸이 1박에 25불하는 저렴한 숙소에요. 아침은 제공이 되지 않는 게 좀 아쉽네요.

아침은 개당 300원하는 망고와, 개당 200원하는 빵으로 대신합니다.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잠보! 하바리 가니? 은주리 싸나!'하고 인사를 했더니 반갑게 맞아주네요. 어딜 가나 그 나라말로 인사를 하면 좀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와힐리어 인사를 가장 쉽게 배우는 법이 있어요.

'잠보'라는 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가사가 인삿말이거든요.

'잠보? (안녕하세요?)

하바리 가니? (어떻게 지내요?)

은주리 싸나. (잘 지내요.)

하쿠나 마타타 (아무 문제 없어요.)

이 네 문장만 알아도 되거든요. ^^

 

외국어 회화를 쉽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문법과 단어를 다 배울 시간이 없을 땐, 기초 회화 몇 문장만 암기해도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해보자고요. 그게 외국어 공부를 즐기는 비결입니다.

 

'싸파리 은제마!' 즐거운 여행을!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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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3.30 0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카이트 서핑 사진만 봐도 시원한 바다에 온거 같네요. 카이트 서핑 볼때는 조그만 배우면 바로 타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3일이나 배워야 한다니.... 쉽게 볼 스포츠는 아니군요. 지나가는 외국인도 전직 배우인걸 알아보시다니.. 역시 PD님은 사람보는 안목이 예리하셔요. ^^
    알려주신 노래는 많이 들어봤는데, 이제보니 이게 스와힐리어 단어를 가지고 만든 노래였군요. 오늘도 새로운 내용 배우고 가네요. ^^

    아산떼!!!

  2. 첨밀밀88 2017.04.06 0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이트서핑
    저는 아직 버킷리스트가 없지만 혹시 만들면 카이트서핑 한번 적어놔야 하겠습니다.
    하늘로 휘익 올라갈때 진짜 짜릿하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