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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잔지바르 가는 길

by 김민식pd 2017. 3. 21.

탄자니아 10일차 여행기

 

오늘은 아루샤에서 잔지바르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탄자니아에서 세렝게티나 킬리만자로보다 더 가고 싶었던 곳이 잔지바르입니다. 2015년 남미 여행 다닐 때, 다음 여행 행선지는 아프리카라고 정해두었어요. 아프리카는 유럽에서 가까워 유럽인들이 자주 가는 곳이지요. 유럽 배낭족을 만날 때마다 물어봤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어디가 좋아?"

'잔지바르'라는 답이 많이 나왔어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곳인데, 여행의 고수들이 추천하니 가보고 싶었어요.

아침에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아루샤 공항으로 갔어요. 도착하니 높은 관제탑 건물도 없고 논에 비료 뿌릴 것 같은 경비행기 몇대가 서 있는 작은 활주로예요... 

'이 친구, 잘못 데려온 거 아냐?'

물어보니, 여기가 아루샤 공항이 맞대요. 항공사 카운터도 보이지 않아요.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손으로 쓴 보딩 표를 나눠줍니다. 컴퓨터도 없고 그냥 노트를 보고 일을 합니다.

 

손으로 써주는 보딩패스에는 좌석 번호도 없어요. 점점 불안해집니다...

저게 잔지바르 가는 비행기랍니다. 12인승 경비행기. 

"지금 장난해?!"

인터넷 영어 사이트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했더니, 맙소사... ㅠㅠ

조종사가 한 명 있고요. 승무원은 없습니다. 화장실도 없고요. 기장석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승객이에요. 유럽 여행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승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모실 부기장입니다."

일행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기장이 말을 잇습니다.

"자, 지금부터 휴대폰을 꺼내세요. 이륙 장면을 촬영해보세요. 이 비행기는 전자제어장치가 없어, 비행 내내 전자 기기의 사용이 전면 허용됩니다."

구식 프로펠러 비행기라 휴대폰 전자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 더 불안해집니다... ㅠㅠ

 

 

예전에 이렇게 작은 비행기를 탄 적이 있어요. 아르헨티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을 때...

'설마 오늘도 이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비행기 아래로, 문득 푸른 인도양 바다가 펼쳐집니다.

산호초와 섬들이 가깝게 보입니다. 경비행기는 고도가 낮아 경치를 보기 좋네요. 물론 그만큼 추락하는 시간도 짧겠지만... ㅠㅠ 1시간 남짓 비행이 끝나고 잔지바르에 도착했어요.

착륙과 동시에 기내에서 박수가 절로 터져나옵니다. "살았다!"

약간 무섭긴 했지만, 나름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나니, 일정을 짤 때, 제가 품었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1년 전 탄자니아 항공권을 검색하니, 다르 에스 살람 (탄자니아 제1의 도시) 왕복 항공권이 120만원이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다르 에스 살람에서 사파리를 하는 아루샤까지 가는데 버스로 10시간 넘게 걸립니다. 사파리를 하고 다시 잔지바르로 가려면, 다르 에스 살람까지 다시 버스로 10시간, 다음날 아침에 잔지바르 가는 페리를 타고 넘어가는데 다시 반나절, 이틀이 꼬박 소요됩니다. 즉 3일을 이동에만 쓰는 일정이에요. 20일 중 3일을 날리면 너무 아깝죠.

아루샤 IN, 잔지바르 OUT 항공권을 찾아봤어요. 아루샤 공항이 분명 스카이스캐너에 뜨는데, 다구간 항공권은 없는 거예요. 결국 인근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IN해서 다르 에스 살람에서 OUT하는 항공권을 샀습니다. '왜 아루샤에서 잔지바르 가는 국제선이 없지?' 와보니까 알겠어요. 아루샤 공항은 그냥 국내선 경비행기 전용인 거죠.

만약 탄자니아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다구간 항공권으로

1, 인천 - 킬리만자로

2, 킬리만자로 - 잔지바르

3, 잔지바르 - 인천을 끊으실 것을 권합니다. 이게 사파리도 즐기고, 휴양지도 즐기는 가장 이상적인 루트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사정을 몰라 돈이 많이 들었어요.  (다시 항공권 끊느라 수십만원 더 들고, 아루샤 - 잔지바르 따로 끊느라 20만원 더 들었어요. ㅠㅠ 역시 정보가 돈인데 말이지요...)

인도양의 흑진주 잔지바르.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프리카의 휴양지.

다음엔, 본격 잔지바르 여행기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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