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12일차 여행기

 

탄자니아 잔지바르 섬은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습니다. 아랍 무역상들이 아프리카와 유럽을 오갈 때 그 중개항이었거든요. 유럽 귀족들이 미각과 후각의 새로운 자극을 찾아나선 덕에 오늘날의 세계지도가 만들어졌습니다. 콜럼버스가 향신료 무역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려다 미대륙을 발견하게 되었으니까요. 잔지바르는 향신료 무역의 요충지였어요. 아직도 남아있는 향신료 농장을 돌아보는 일일 투어 프로그램이 있어요. 바로 잔지바르 스파이스 투어. 

   

잔지바르의 별명이 Spice Island입니다. 이곳을 찾는 미국과 유럽 여행자들은 잔지바르 향신료 무역의 역사에 대해 궁금해하지요. 그들을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투어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대부분의 투어는 영어로 진행됩니다. 그러기에 영어만 하면 어딜 가도 불편할 일이 없어요. 오늘 10여명의 여행자 중에 아시아인은 저 혼자네요. (현지인처럼 보이는 외국인 여행자... ^^)

온갖 향신료의 열매와 씨앗을 직접 까서, 맛도 보고, 냄새도 맡아봅니다. 커리 잎부터, 람부탄, 리치, 후추, 계피, 잭프룻, 바닐라 콩 등등 다양한 식물의 씨앗과 잎을 봅니다. 매일 쌀로 지은 밥을 먹던 사람이 평생 벼를 본 적은 없던 것처럼, 후추니 카레니 늘 식탁에서 익숙하게 접했지만 정작 자연상태에서는 본 적이 없었기에 흥미진진한 시간입니다.


열대 과일을 깎아 나눠주기도 하고요.

시나몬이나 바닐라를 넣어 포프리도 만들어줍니다.

코코넛 잎으로 팔찌도 만들고.

목걸이, 팔찌, 머리띠까지 풀셋트로 장착~^^

 

옛날 유럽의 귀족들은 후추, 계피, 고추의 톡쏘는 맛에 매료되었는데요. 후추의 경우, 부피나 무게에 비해 값이 비싸, 화폐의 역할을 하기도 했답니다. 

스티븐 존슨이 쓴 '원더랜드'를 보면 후추의 피페린과 고추의 캡사이신은 식물의 생화학 무기랍니다. 생물종이 다양한 열대지방에서 자란 후추와 고추는 초식 동물들로부터 자신의 씨앗을 보호하려고, 씨앗을 먹는 순간 입안이 타는 것같은 통증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거지요. 열매는 이와 반대로 동물의 소화액을 견뎌내는 씨앗을 달콤한 과육으로 감싸 동물에게 먹힌 다음, 동물이 배설한 씨앗을 통해 널리 퍼지도록 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식물의 적응 과정이 단 맛과 매운 맛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네요.

 

'문명이 지중해 기후 지역에 뿌리내린 이유는 대립종 곡물인 밀과 보리를 경작하기 알맞기 때문이다. 세계 향신료 교역 시장이 등장한 이유는 후추가 오직 머나먼 열대기후 지역에서만 자랐기 때문이다. 열대기후의 생물 다양성 덕분에 후추는 그 열매를 먹으면 통증을 느끼게 만드는 물질을 생성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원더랜드' 3장 맛 후추 난파선 중에서)

 

농장 투어가 끝나면 인근 마을로 갑니다.

오토바이로 다니는 생선장수 노점상.

 


이곳의 아이들은 항상 저를 신기해합니다. 이곳 아프리카에는 유럽에서 온 백인 여행자는 많지만, 아시아 여행자는 드물거든요.

 

잔지바르는 한때 노예 무역의 중심지기도 했어요. 이곳은 노예 무역이 금지된 후, 노예를 가두고 숨겨둔 동굴이랍니다.

 

잔지바르에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에 관련한 유적이 꽤 있어요. 그런 장소를 다니면 좀 울적해집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을 위해 해변으로 향합니다.

근처에 마을이 없는 호젓한 곳이라 거의 관광객 전용 해변입니다.  

물이 얕아서 해수욕을 하기엔 그렇고, 그냥 해변을 걸으며 산책합니다.


인도양을 보며 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고통을 즐기는 동물은 인간 밖에 없구나. 식물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도 인간에게는 쾌락의 근원입니다. 자기 보호를 위해 진화한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감정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인간에게는 쾌락의 도구이고요. 인간은 항상 낯선 감각과 자극을 추구하고 살아왔어요. 그 덕에 인간의 주거 환경은 전세계로 확장되었고요.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감각을 확장하는 기회거든요. 여행을 떠나면,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 새로운 자극을 맛봅니다.

처음 보는 바닷속 산호초 풍광은 시각의 확장,

처음 듣는 열대우림 새들의 지저귐은 청각의 확장,

처음 맛본 두리안의 기름진 맛은 미각의 확장,

처음 밟아 본 인도양 모래의 부드러움은 촉각의 확장.

오늘의 스파이스 투어는 후각의 확장을 즐기는 향연이었어요.

 

아프리카, 낯선 감각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어 좋네요.

 

하루 경비 

스파이스 투어 15불 (교통, 점심, 가이드 포함)

숙박 35불 (아침 포함)

저녁 5불 

카페 2불 

합 57불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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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3.29 0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잔지바르가 단순 휴양지인줄만 알았는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였군요. 피페린과 캡사이신이 식물의 생화학무기였다니 재미있는 사실이네요. 원더랜드를 책 앞부분만 읽다가 다른책 읽느라 잠시 멈췄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오감을 즐기는 아프리카 여행기 다음편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네요.

  2. hanaunn 2017.03.31 0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피, 시나몬, 잭프룻

    글 잘보고 있습니다. 딴지는 아니고

    ^^ 저기 시나몬이 계피아닌가요?^^

    • 김민식pd 2017.03.31 0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맞습니다! ㅎㅎ 시나몬 커피도 있고, 현지에서 시나몬 스틱이라고 계속 설명을 듣다 보니 시나몬은 따로 있는 줄 알았어요. ^^ 고맙습니다!

  3. 첨밀밀88 2017.04.06 0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식물의 진화는 처음듣는 애기네요 신기하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