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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재능이냐, 끈기냐.

by 김민식pd 2017. 1. 30.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새해 첫 주, 제 책이 나왔다기에 교보문고에 들렀습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그릿'이 있더군요. '와우! 그릿이 책으로 나왔네?' 제 책에서도 더크워스 교수의 테드 강연을 소개한 바 있지요. 반가운 마음에 책을 샀어요. 고등학교 올라가는 큰 딸 민지의 겨울방학 선물이었어요. 아이에게 재능을 물려줄 수는 없어도, 끈기를 발휘할 동기는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성공에 있어 더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재능일까요, 끈기일까요? 책에 나오는 스콧 배리 코프먼의 사례가 흥미로웠습니다. 코프먼은 어린 시절 학습 지진아였어요. 어릴 때 중이염을 앓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학업 성취도가 낮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유급까지 된 후, 지능검사를 받고 IQ가 낮다는 이유로 학습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로 보내집니다.

열네살이 된 코프먼에게 한 특수교사가 다가와 묻습니다. '왜 좀 더 어려운 수업을 듣지 않는 거니?' 코프먼은 자신의 지능이 낮아 힘들 거라고 대답하지요. 그 선생님이 말합니다.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 그 말에 새로운 활동에 도전해봅니다. 그중 하나가 첼로였어요.

"제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때 심정으로는 그게 뭐든 상관없었죠."

그는 첼로로 각종 상을 수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습니다. 학업 성적도 나날이 올라갑니다. 알고보니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닌데, 왜 낮은 지능지수를 받았는지 궁금해서 훗날 심리학을 전공합니다. 카네기멜론, 케임브리지, 예일에서 학위를 받고 심리학과 교수가 됩니다. 여전히 취미삼아 첼로를 연주하고요.

책에 나오는 사례를 읽고, '아, 나같은 사람이 많구나!' 했어요. 저 역시 어려서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통역대학원 가고, MBC 입사해보니 중고교 시절 전교 일등들이 수두룩 하더군요. 저는 초중학교 때 반에서 10등 언저리였구요. 고등학교에선 반에서 중간 정도했어요. 내신 10등급에 5등급. 수학을 못하는 이과생이라니 당연하지 않아요?  

방위병 시절,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영어를 선택한 건, 어학에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군대에서 할 수 있는 공부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어만 하면 먹고는 살겠지 싶었어요. 영어가 되니까, 먹고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더 재미난 일을 하고 싶어지더군요. 통역사를 접고 예능 피디가 된 건 그때문이었어요.

 

제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제가 공부한 모습을 보고, '영어에 재능이 있으니까 책 한 권을 외우겠지.' 하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글쎄요. 방위병 시절, 책 한 권 외우겠다고 마음 먹지 않았다면, 제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누가 무언가를 잘하면, 그가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 마음이 편하거든요.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68쪽) 

'어학은 재능이 있어야 잘 하는 거야'라고 하면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위한 변명이 생깁니다.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재능보다 더 중요한 후천적 자질, 끈기를 키울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진다는 겁니다. 세상 모든 성과를 재능으로 돌리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지거든요.  

 

'노력하지 않을 때 당신의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다. 재능이 기량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주게 해준다.'

(82쪽)

 

자신에게 어학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책을 한 권 외워보세요. 분명히 장담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누구나 언어의 재능이 있어요. 그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구분하는 중요한 척도니까요.

 

'어떤 일을 아주 잘하려면 능력 이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고난 재능이 없는 일도 거듭하다 보면 제2의 천성처럼 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는 현실을 배우게 된다.'

-존 어빙 (책의 125쪽)

 

YES24에서 제 책과 '그릿'을 묶음 판매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 YES24 MD분들은 책을 제대로 이해하시는구나.'

'그릿'이 심리학자가 끈기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이론서라면

제 책은 영어 공부를 통해 끈기를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실전 매뉴얼입니다.

두 권의 책을 함께 보셔도 연초에 좋은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새해에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끈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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