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새해 첫 주, 제 책이 나왔다기에 교보문고에 들렀습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그릿'이 있더군요. '와우! 그릿이 책으로 나왔네?' 제 책에서도 더크워스 교수의 테드 강연을 소개한 바 있지요. 반가운 마음에 책을 샀어요. 고등학교 올라가는 큰 딸 민지의 겨울방학 선물이었어요. 아이에게 재능을 물려줄 수는 없어도, 끈기를 발휘할 동기는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성공에 있어 더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재능일까요, 끈기일까요? 책에 나오는 스콧 배리 코프먼의 사례가 흥미로웠습니다. 코프먼은 어린 시절 학습 지진아였어요. 어릴 때 중이염을 앓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학업 성취도가 낮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유급까지 된 후, 지능검사를 받고 IQ가 낮다는 이유로 학습 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로 보내집니다.

열네살이 된 코프먼에게 한 특수교사가 다가와 묻습니다. '왜 좀 더 어려운 수업을 듣지 않는 거니?' 코프먼은 자신의 지능이 낮아 힘들 거라고 대답하지요. 그 선생님이 말합니다.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 그 말에 새로운 활동에 도전해봅니다. 그중 하나가 첼로였어요.

"제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그때 심정으로는 그게 뭐든 상관없었죠."

그는 첼로로 각종 상을 수상하면서 자신감을 얻습니다. 학업 성적도 나날이 올라갑니다. 알고보니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닌데, 왜 낮은 지능지수를 받았는지 궁금해서 훗날 심리학을 전공합니다. 카네기멜론, 케임브리지, 예일에서 학위를 받고 심리학과 교수가 됩니다. 여전히 취미삼아 첼로를 연주하고요.

책에 나오는 사례를 읽고, '아, 나같은 사람이 많구나!' 했어요. 저 역시 어려서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통역대학원 가고, MBC 입사해보니 중고교 시절 전교 일등들이 수두룩 하더군요. 저는 초중학교 때 반에서 10등 언저리였구요. 고등학교에선 반에서 중간 정도했어요. 내신 10등급에 5등급. 수학을 못하는 이과생이라니 당연하지 않아요?  

방위병 시절,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영어를 선택한 건, 어학에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군대에서 할 수 있는 공부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어만 하면 먹고는 살겠지 싶었어요. 영어가 되니까, 먹고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더 재미난 일을 하고 싶어지더군요. 통역사를 접고 예능 피디가 된 건 그때문이었어요.

 

제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제가 공부한 모습을 보고, '영어에 재능이 있으니까 책 한 권을 외우겠지.' 하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글쎄요. 방위병 시절, 책 한 권 외우겠다고 마음 먹지 않았다면, 제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누가 무언가를 잘하면, 그가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우리 마음이 편하거든요.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68쪽) 

'어학은 재능이 있어야 잘 하는 거야'라고 하면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위한 변명이 생깁니다.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재능보다 더 중요한 후천적 자질, 끈기를 키울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진다는 겁니다. 세상 모든 성과를 재능으로 돌리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지거든요.  

 

'노력하지 않을 때 당신의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다. 재능이 기량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주게 해준다.'

(82쪽)

 

자신에게 어학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책을 한 권 외워보세요. 분명히 장담하는데요, 우리에게는 누구나 언어의 재능이 있어요. 그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를 구분하는 중요한 척도니까요.

 

'어떤 일을 아주 잘하려면 능력 이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고난 재능이 없는 일도 거듭하다 보면 제2의 천성처럼 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는 현실을 배우게 된다.'

-존 어빙 (책의 125쪽)

 

YES24에서 제 책과 '그릿'을 묶음 판매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 YES24 MD분들은 책을 제대로 이해하시는구나.'

'그릿'이 심리학자가 끈기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이론서라면

제 책은 영어 공부를 통해 끈기를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실전 매뉴얼입니다.

두 권의 책을 함께 보셔도 연초에 좋은 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새해에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끈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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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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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race 2017.01.30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항상 끈기가 재능을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세상이어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영어책을 외우면서 영어도 늘고 끈기도 는다고 생각하니 행복하네요^^ 설을 보내면서 다짐이 해이해질뻔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어요!

  2. 섭섭이 2017.01.30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처음에 이 책 광고를 보고 제목이 특이해서 작가가 만든 신조어인줄알고 이게 무슨뜻일까 고민 했었는데, 알고보니 'Grit' 이 원래 있던 단어라는걸 알고는 민망했던 기억이 ㅋㅋㅋ . 영단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

    "자신에게 어학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고 싶은가요? "
    네~~~ 제 마음을 꿰뚫어 보고 계시는거 같네요. 제가 이 마음으로 책 한권 외워보고 있거든요. 3개월후의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게 될지 기대됩니다. ^^

    끈기 있게 오늘도 암송 암송

  3. 야무 2017.01.30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흑..아까 꽤 긴 댓글을 썼는데, 왠지 저장 안 되고 날아갔네요;;; 요약해서 쓰자면, PD님 글들 읽으면서 제일 바뀐 생각 중 하나가 "나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에 대한 정의예요. 이전엔 그게 시간나면 뒹구는 거, 갖고 싶은 비싼 거 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PD님 글 읽으면서 '조금 더 나아진 나 자신'이 제가 제게 줄 수 있는 제일 큰 선물이라는 데에 눈이 떠졌거든요. 오늘도 이 글 읽고 어제 뒹굴면서 빼먹은 플랭크 1분 했네요^^;;

    고맙습니다, PD님도 이번 한 주 힘내세요!

  4. 영아짱 2017.01.30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인터파크서 묶음 판매 안하는데두 우연히 피디님 책 주문하면서 그릿 같이 주문했네요 ㅎㅎ
    참...중학교 시절에 피디님 아버님 때문에 영어교과서 한 권 통째로 외웠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방위병 시절 전에~

    • 김민식pd 2017.01.30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그건 맞기 싫어서 억지로 한 공부고요.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영어에 별로 취미가 없었어요. 맞지 않으려고 억지로 한 공부는 진짜 공부로 쳐주지 않아요. ^^
      책 고르시는 센스가 예술입니다!

  5. 밥톨 2017.01.30 1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교보문고 갔다가 책한권 다 읽고 나왔습니다. 영어. . .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잘해야지 하면서 줄곧 쌓인 책만 볼때면 영어는 내 생에 과연할 수 있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오늘 먼지 뭍은 기초 영어 책을 조심스레 닦아봅니다. . .

  6. 열매맺는나무 2017.01.30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고난 재능, 물려받은 유전적 힘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걸 꽃피우는 것은 역시 열정과 끈기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잘 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합니다.
    2017년 한 해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7. 즐기자 2017.01.30 1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분야에서든 내공이 높은 사람들을 보면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그 길을 걸어왔느냐 아니냐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이야기가 괜히 유명한 게 아니겠죠.
    이 글보고 생각난 김에 검색해보다가 실제로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는 영상을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토끼가 빠르지만 결국은 거북이가 이기더라고요. 현실반영 100%인 우화였네요ㅎㅎ
    https://youtu.be/90stI9UWVtk

    역시 꾸준함과 끈기가 최고인 듯 합니다.

    저에게 제일 어려운게 꾸준함인데 이번 책 암송 도전을 통해서 끈기를 길러보겠어요~!

  8. 남쪽바다 2017.01.30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라크 현지 발주처 및 다른나라 엔지니어들과 영어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저의 부족함에 여러번 놀라고 있습니다.

    생각한 데로 영어 표현이 되지 않음에 놀라고,
    영어 실력이 부족함을 알면서도 노력하지 않는 제 모습에 놀라고,
    다시 독한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하지만, 한 시간도 못하는 '끈기' 없는 제 모습에 놀라고...

    이번 글에서도 많은 걸 배우고 느낍니다.
    다가올 국내휴가 때 PD 님 쓰신 책이랑 Grit 이라는 책을 꼭 탐독하겠습니다.

  9. 2017.01.30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한권을 3일만에 완독한게 몇년만에 처음입니다.^^너무 재밌고 유익하게 잘 읽었어요~ 일단 100일의 기적 책부터 주문완료했는데.. 블로그 보고 그릿도 바로 주문할겁니다 ㅎㅎ 김태호피디님 서평처럼 인생까지는 아니어도 분명히 올 한해는 제 인생변화에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민식pd 2017.01.31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책벌레로 사는 지라, 제 책을 재미나게 읽어주셨다는 말씀에 힘을 얻습니다. 응원에 힘입어 저도 올 한 해, 책읽기와 글쓰기를 더욱 즐기겠습니다!

  10. 첨밀밀88 2017.01.31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그릿은 베스트셀러 경쟁서적인데
    경쟁서적을 광고해주시다니
    정말 그릇이 크시군요 ^^

    • 김민식pd 2017.02.04 2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고, 감히 제가 경쟁할 입장이 못 됩니다. 책을 쓰는 필자이기보다는 저는 언제까지나 책벌레이고 싶어요. 그 점에서 보면 그릿은 참 매력적인 책이고요. 꼭 블로그에서 다루고 싶은... ^^ 첨밀밀님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보시는 분들이 있어 세상은 더욱 살만한 것 같아요.

  11. 2017.02.04 1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7.02.04 2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건 제가 감히 골라드릴 수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공부는 본인의 적성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어느 대학이, 어느 과가 피디가 되는데 더 유리한가... 그런 질문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결과 중심이거든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본인이 더 즐겁게 다닐 수 있는 대학,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때론 머리로 답이 안 나올 때는 가슴에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더 가슴이 뛰었던 곳은 어디인가요? 그곳이 답일 것 같은데요.

    • 2017.02.05 0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12. 신땡글맘 2017.02.17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책을 보고 영어 책 외우기를 하고있습니다
    지금 4과 까지 왔는데... 각 1과당 300번씩 반복해서 읽으니 외워지더라구요 근데..부작용이 목이 쉬었어요.. 목소리를 안내면 잘안외워지던데..
    지금은 목도 아프고 300번해도 완벽히 안외워져서 더 끈기를가지고 500번까지 해보는게 나을까 ..아니면 이건 너무 무식한 방법이니 그냥 전 재능이 없는걸로 치부하고 또 포기할까 하던 찰나에 이 글을 읽었어요..
    이 글에 따르면 끈기를 가지고 더 정진해야되는데 지금 제가 하는 이방법이 맞는걸까요 ? 목도 넘 아프고 좀 지치네요 ㅠ 좀 더 수월하게 빨리 외우는 방법이 없을까요?.. 왠지 있는데 제가 잘몰라서 고생만하고있는것같아요ㅠㅠ

    • 김민식pd 2017.02.17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번에 다 외우기보다
      아침, 점심, 저녁에 5분씩 외우면 어떨까요?
      그럼 목에 무리가 덜 갈지도...

      조금씩 쉬면서
      여유롭게 하셔야 오래오래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소리내어 300번!
      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13. 신땡글맘 2017.02.17 1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언감사합니다^^
    PD님 말씀처럼 좀여유를 가지고 해볼께요
    제가 너무 조바심을 냈었던것같아요

    혼자서 공부하다 이렇게 좋은 분을 뵙께되어 넘 감사해요^^

  14. 엠제이 2017.02.26 2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공부하기 너무 좋은 환경에 있는데도, 직장생활 8년차동안 찔끔찔끔 하다가 손놓고 하기를 수백번이었는데ㅎㅎ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이제 막 군대다녀와서 복학한 막내동생에게도 선물해주었습니다. 좋은 평생취미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5. 2017.04.06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