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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통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by 김민식pd 2011. 9. 12.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즐겨듣는다. '건투를 빈다.'라는 책을 통해 김어준 총수의 공력을 알아본 바 있으나, 김총수가 보여주는 전방위적인 통찰은 들을수록 놀랍기만 하다. 힘들고 지친 청춘들에게 권해본다. 한국 사회라는 약육강식의 정글에 사는 우리에게 상담은 꼭 필요하다.
 
얼마전, 어느 시청자가 진로 상담 코너인 '꿈상담'에서 통역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올렸기에 내 나름대로 답해볼까한다.
 
1. 통역사가 되려면 통역대학원을 나와야 하나요?
통대를 나오지 않고도 시장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전문 통역사로 인정받으려면 통대를 졸업하는 게 낫다. 단순히 2개 국어를 잘하면 통역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수천만원 짜리 행사에, 수백만원 주고 해외 연사 초빙해서, 통역료 몇십만원 아끼려다 세미나 망치는 경우, 많이 봤다. 국제 회의 통역은 검증 받은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게 낫다. 외대 통역대학원은 졸업생을 위한 통번역 업무 알선까지 하므로, 통역사를 꿈꾸는 사람은 통대를 나오는 게 지름길이다.

 

  
2. 관련 어학 전공자여야 하나요?
통역대학원 한영과에 물론 영문과 출신도 있다. 그러나 영문학 전공 우대는 없다. 오히려 타전공자를 우대한다. 통역대학원에서는 다양한 전공 출신자를 원한다. 통역의 주제 역시 다양하니까. 학부에서 외교학 전공이라면, 외교 전문 통역사, 무역학 전공이라면, 통상 교섭 전문 통역사가 될 수 있다. 내가 통대 갔을 때는 공대 출신 남자가 드물어서 교수님들이 좋아라하셨다. 통역사 시장에서도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3. 영어만 잘하면 되나요?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고 돌아온 귀국자녀들이 통대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통역에는 영한 통역과 한영 통역이 있는데,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건 영어에서 한국어로 옮겨주는 영한 통역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영어보다 한국어 실력이다. 동시 통역은 조금만 실수하면 문장이 꼬여버린다. 유창한 한국어로 청중들에게 편안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어가 모국어이고, 덤으로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영어가 더 편한 사람은 통대에서 적응하기 힘들다.
 
4. 통대에서는 무엇을 배우나요?
통대에서 물론 영어도 배운다. 그러나 영어는 들어오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있어야한다. 통역대학원에서 2년간 배우는 것은 실전 통역에 필요한 기술들이다. 국제 회의 주제별 전문 용어라든지 통상 협의 절차 등을 배운다. 통상 협상의 통역사가 무역 분쟁 쟁점 분야가 무엇인지, 기초 지식없이 나가면 낭패본다. 통역사는 국제 사회 이슈들에 대해 폭넓게 알아야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문장 기억력이다. 동시 통역이라고 하지만 영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다르므로 주로 한 문장 뒤에 쫓아가며 통역을 한다. 기억력이 좋아야 순차 통역이고 동시 통역이고 가능하다. 통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스터디가 30초짜리 영어 뉴스 꼭지를 듣고 기억한 후 한글로 옮기는 데 얼마나 원문에 충실하게 옮기는 가이다. 이때 청취력 못지않게 중요한 건 기억력이다. 
 
5. 통대 공부는 힘든가요?
통대 입시가 힘든가? 여기에 대한 답은 앞에 쓴 글을 참조하시라. 사실 통대 다니며 하는 공부도 만만치는 않다. 내 기억에 통대 재학 시절 평균 15시간 정도 공부했던 것 같다. 거의 고시생 수준으로 공부한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해도 쫓아가기 쉽지 않다. 95년의  한영과 입학 동기는 40명이었는데, 2학기 마칠때까지 20명만 남았다. 나머지는 영어 보충하려고 휴학하거나 학교를 그만뒀다. 통역대학원 졸업 시험은 어렵기로 악명 높다. 왜냐하면 졸업 시험에 합격하면 학교에서 통역사로 추천을 하는데, 통역사 시장의 독점공급자인 학교로서는 졸업생 품질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40명이 입학해서 통역 전공으로 졸업 시험에 한번에 합격하는 사람은 5명 수준이었다. 
 
통대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렵다고 엄포만 놓은 게 아닌가 싶다. 95년에 통역대학원에서 개최한 입시설명회에 재학생 대표로 나가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이때 설명회에 온 집사람도 날보고 재수 없다고 흉을 봤단다.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친절하게 알려줬을 뿐인데...^^
 
인생에서 영어가 전부는 아니다. 영어는 단지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에 도움이 될 뿐이다. 그리고 영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전문 분야에 올인해라. 통역사는 돈주고 고용할 수 있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남에게 맡길 수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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