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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외대 통역대학원 도전기

by 김민식pd 2011. 9. 8.

영어 좀 한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곳이 외대 통역대학원이다. 요즘은 이대에도 생기고 통역대학원이 많이 늘어났지만 내가 입학한 1995년도에는 외대 한 곳 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꽤 높았다.

통역대학원에 가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할 것? 딱 하나다. 통역대학원 입시반에 등록하는 일이다. 언론고시반을 다니지 않고도 언론사에 입사하는 사람은 봤어도, 통대 입시반을 다니지 않고 통대에 오는 사람은 못 봤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통역대학원 입시반에 등록했다. 저녁 6시면 여의도 회사에서 퇴근했는데, 그럼 대방역에 가서 김밥을 사들고 전철을 탔다. 전철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종로에 있는 외국어 학원으로 갔다. 통대 입시반은 보통 하루 3시간 수업을 한다. 1시간은 작문/번역, 1시간은 청취/회화, 1시간은 실전 문제 풀이.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끝나면 집 근처 독서실에 가서 12시까지 혼자 복습을 했다. 영어 회화 학원도 그렇지만, 학원 수업만으로 실력이 늘거라 기대하면 안된다. 꼭 복습을 해야 그날 배운 표현이 자기 것이 된다. 1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 다시 출근 준비해서 회사에 나갔다. 주경야독. 나는 한 달간 이 과정을 거쳤다. 

통대 입시반 수업은 매일 매일 학생들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수업 방식은 이렇다. 선생님이 CNN 헤드라인 뉴스의 한 꼭지를 들려준다. 가만히 앉아 뉴스를 듣고, 지명 받은 사람이 뉴스를 한국어로 옮긴다. 

다른 학생의 발표를 듣고, 잘못 해석한 부분이나 빠진 부분이 있으면 다음 사람이 손을 들고 다시 보충 대답을 한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한 달 정도면 15명 정원인 반에서 나의 실력은 대충 몇 번째인지 나온다. 통역대학원 입시학원에서 매년 합격생을 배출하는 비율은 학원마다 대충 정해져 있다. 만약 15명 중 3명이 합격한다고 치면, 자신이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면 계속 공부해도 된다.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면, 죽을 각오로 해야한다. 나머지 열 명 안에 포함된다면, 다니는 회사를 함부로 그만두면 안된다.^^

입시반 수업을 들은 지 한 달 되던 날, 학원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 제 실력으로 6개월 뒤에 있는 통대 시험을 쳐도 될까요?' 선생님은 양복 차림의 나를 가만히 보더니 대답해주었다. '한번 해 볼만 합니다.' 나는 그 다음날 회사에 사표를 냈다.

통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한다면 꼭 자기 검증 절차를 거쳐보라. 실력이 부족해도, 운좋게 시험에 붙을 수도 있지 않냐고? 그건 운 좋은 게 아니다. 통대 가서 심하게 고생한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2년을 버틸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외대 통역대학원은...

동시통역사, 한번 쯤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이다. 평생 가는 자격증 하나 있다는 것도 좋고. 하지만, 회사 다니다 싫증나서, 무턱대고 직장 그만두고 시험보지는 마라. 힘들더라도 출퇴근하며 입시반 한번 다녀봐라. 한 달이면 답은 나온다.  







얼마전 BCWW (국제 방송영상 견본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해외 시장 개척에 관한 포럼이 열렸다. 영어로 사회를 보아 달라는 주최측의 부탁이 있어 기꺼이 나갔다. 영어 실력은 이제 많이 녹슬었지만, 그래도 보람 있는 자리였다. 한국에 영어 잘 하는 사람 많다. 나보다 잘 나가는 드라마 PD도 많고. 하지만 드라마 PD중에 통역사 출신은 나 밖에 없다. 어떤 곳이든 나 말고 대체재가 없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여러분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해 두시라. 나중에 무슨 일을 하든, 영어는 경력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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