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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노는 게 직업이 되는 시대

by 김민식pd 2016. 9. 2.

2016-202 로봇 시대, 인간의 일 (구본권 / 어크로스)

정년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은 제가 가장 궁금한 건,인공지능의 시대에도 로봇에 의해 대체되지 않을 직업은 무엇일까? 입니다. 궁금하면 일단 책을 찾아봅니다.

 

'<닛케이 비즈니스>가 로봇으로 대체 불가능한 네 종류의 직업군을 선정했다. 첫 번째는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작업을 하는 직업군이다. 영화감독, 작가, 코미디언처럼 감정과 경험이 중요한 창조적 직업, 스시 장인이나 도예가처럼 규격 통일이 어렵거나 미묘한 힘 조절이 필요한 직업이다. 두 번째는 자동화할 필요가 없는 직업들이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스모선수, 모험가 등이 여기 해당한다. 세 번째는 기계화 사회에 필수적인 직업이다. 로봇 디자이너, 로봇 정비 기술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다. 네 번째는 로봇이 하면 사람이 싫어할 일들이다. 의사, 간호사, 미용사 등 의료나 돌봄 서비스는 로봇이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의 책 151)

 

저는 이 책에서 챕터 5에 주목했습니다.

'여가의 인문학 - 노동은 로봇이, 우리에겐 저녁 있는 삶이 열릴까'

인공 지능의 시대, 노는 인간이 되자고 주장하는 저로서는 이 책에서 놀이와 일이 하나가 되는 경지에 대해 하나의 팁을 얻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직업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사람들의 고민은 늘어난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것이겠지요. 노는 것을 잘 하면 이것이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일 잘 하는 사람은 많아요. 이건 어려서부터 몸에 익숙하거든요. 학교에서 내내 열심히 공부만 하기에 직장 가서도 내내 열심히 일만 합니다. 이런 사람이 어느날 시간이 남아돈다고 갑자기 잘 놀기가 쉽지 않아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잘 놀아본 경험이 부족하거든요. 4,50대 남자의 경우, 놀라고 하면, 술집에 가서 술 마시고 노는 게 다입니다. 돈을 쓰면서 노는 게 익숙한 이들은, 퇴직하고 수 십 년을 돈 없이 놀아야하는데 이게 관건입니다. 인공 지능의 시대, 로봇이 노동을 도맡으면, 인간에게는 여가 시간이 늘어납니다. 늘어난 여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칙센트미하이는 여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유 시간을 즐기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별다른 기술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자유시간은 일보다도 즐기기가 어렵다. 여가를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여가가 아무리 생겨도 삶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여가를 효과적으로 쓰는 것은 자동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여가는 일정한 틀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즐거운 것이 된다고 '몰입' 전도사는 주장한다.'

 

(위의 책 177)

 

맞는 말씀이에요. 잘 노는 것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노는 걸 귀찮아하는 사람은 결국 TV 시청이나 PC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 등 쉬운 여가를 찾게 됩니다. 레저 스포츠나 악기 연주 처럼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창의적 여가 활동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지속적으로 확대될 여가시간은 필연적으로 그 활용 능력을 갖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커다란 격차를 가져온다. 여가시간이 지루함과 불안함, 보람 없는 분주함이나 고독감과 동의어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행복하고 보람 있는 활동과 도전의 기회인 사람들도 있다. (중략) 앞으로는 대학이 직업적 준비 기관보다는 문화적 중심으로 새롭게 부상할 것이다. (중략)

기계화 덕분에 갈수록 여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은 사실 직업만이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한 새로운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위의 책 180)

 

잘 노는 사람의 시대가 옵니다. ‘프립이라는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어플이 있습니다. 잘 노는 사람이 같이 놀고 싶은 사람을 모으는 거죠. ‘종로 야한 하이킹이라 하여 밤에 인왕산을 올라 서울 야경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경복궁역에서 사직공원 모자바위 인왕산 정상까지 오르는 야간 산행. 인왕산에서 보는 서울의 야경이 기가 막히는데 여자 혼자 가기는 쉽지 않잖아요? 산행이 서툴러 마음을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요. 그럴 땐 이런 소셜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함께 놀아도 좋겠지요. ‘둘레길 완전정복이라 해서 주말 오전부터 반나절 서울 둘레길을 걷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둘 다 참가비 5천원에 반나절 잘 놀 수 있습니다. 저는 나이 들어 퇴직하면 이런 저가형 놀이 프로그램의 운영자가 되고 싶어요. 요금을 많이 받지는 않을 거예요. 그냥 같이 놀아주는 친구를 구하는 것만도 고맙지요. 요즘 재미삼아 서울 인근 여행 코스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퇴직 후에는 이게 소일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직업 두 가지(통역사 + 드라마 PD)를 조합하면 저만의 독특한 서울시 투어 프로그램도 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어로 진행하는 서울 드라마 촬영 명소 나들이’, 어때요? 나이 들어서 내가 평생 해온 일, 그 재미있는 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을 읽고, 미래에는 잘 노는 사람이 잘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미없는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재미난 놀이를 즐기며 살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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