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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은퇴 절벽'의 시대

by 김민식pd 2016. 8. 31.

2016-200 은퇴 절벽 (문진수 / 원더박스)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퇴직 연령은 52.6세고, 52세 성인 남녀의 기대 여명 평균값은 33.2년입니다. 퇴직한 후, 30년 이상의 삶을 살아야하는데, 생활자금은 얼마나 필요할까요? 서울 거주 2인 가구 월평균 생활비(230만원)로 계산하면 88870만원! 이래서 보험회사들은 은퇴를 위해 10억이 필요합니다!’ 하고 외치나 봅니다.

 

하지만 은퇴 자금 10억을 모으기가 어디 쉽나요? 먼저 보험사들이 내놓는 노후 관련 연금 보험의 경우, 사업비 지출이 커서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아요. 급한 지출이 생겨 중도에 찾기라도 하면 본전도 못 건집니다. (노후보장을 위해 변액 연금 보험을 알아보고 있다면, ‘당신이 믿고 가입한 보험을 의심하라는 책을 참고하시길.) 빚 없이 사는 것도 힘든데 '10억 만들기'라니... 더 현실적인 대안은 없는 걸까요?

 

'어떤 60세 은퇴자가 매월 100만 원 정도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은퇴 시점에 필요한 돈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이 사람이 국민연금을 꾸준히 불입해 매달 100만 원 정도 연금을 수령한다면, 은퇴 시점에 필요한 돈은 '(zero)' 원이다.'

 

(위의 책 120)

 

, 이런 기적이! 은퇴자금 10억이 순식간에 0원이 되어버렸네?’ 은퇴 후 소득과 국민연금의 조합이 이런 마법을 부립니다. 10억을 쌓아놓고 하루하루 죽을 때까지 까먹는 것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하겠다고 마음먹는 편이 낫다는 거지요. 저는 재테크보다 자기계발을 신봉하는 편입니다. 재테크에는 밑천이 필요하지만, 자기계발에는 큰돈이 들지 않아요. 주위에서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다 돈 잃고 마음고생만 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재테크는 좀 무서워요. 꾸준한 경력 관리와 자기 관리로 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말하는, 은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해법은, 강제퇴직 제도를 없애는 것입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의 선진국은 이미 강제퇴직을 금지했어요. 일하고 싶다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두는 거죠. 퇴직을 늦추는 대신 연금 수령도 늦추면 정부의 재정 지출도 줄일 수 있어요. 앞으로 갈수록 청년층의 취업이 힘들 텐데 이럴 땐 아버지 세대가 좀 더 오래 일을 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것도 해법입니다. 무엇보다 OECD 선진국 중에 의무 정년 제도가 남아있는 나라가 이제는 없대요.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에서, 퇴직 연령이 40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경제활동 기간을 늘리지 않으면 은퇴자의 노후가 피폐해질 것임이 자명한데도, 우리는 2016년이 되어서야 의무 정년을 60세로 올렸다. 그마저도 임금을 줄인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 절름발이 협약이다.'

 

(위의 책 88)

 

앞으로 노인 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질 겁니다. ‘노후파산이나 ‘2020 하류노인이 온다는 일본의 책들은 곧 우리에게도 닥칠 현실을 예고하고 있거든요.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

2012년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입니다. 당선 후엔 지급 대상과 지급 금액을 바꾸면서 사실상 공약을 파기했지요. 그때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했는데, 정작 대한노인회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 성향의 시니어 단체들은 오히려 대통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어요. 노인 복지 공약을 준수하라는 야당더러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성명서를 냅니다. 이분들이 노인 복지 정책에서 자기 세대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제대로 된 노인 시민단체가 나와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미국과 영국에서 강제퇴직제도와 연령차별금지를 법제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이 피플 파워(people power).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로 응징하겠다는 다수의 선전포고다.’

(위의 책 241)

 

 

 

너무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내몰리는 중년들

너무 늦은 나이에도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노인들

피할 수 없이 다가오는 거대한 은퇴 절벽,

벼랑으로 내달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멈출 것인가?‘

 

기울어진 서체와 표지 디자인이 위기감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 은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일까요?

은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은퇴하지 않는 것이다.’

 

오래오래 일할 수 있도록 각자 준비해야 합니다. 어차피 나이 60에 퇴직했다고 집에서 놀 수 있는 시대는 지났어요. 예전에는 평균 수명이 65세였으니 퇴직하고 몇 년 쉬다가 떠나면 되는데, 이제는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살아야 합니다.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이 5,60에 새로운 일을 찾으려고 하면 늦어요. 4,50대 현역에 있을 때 은퇴 이후의 커리어를 준비해야합니다. 은퇴 준비를 위해 10년은 투자해야 하거든요.

책은 은퇴 절벽을 피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에 대해 다양한 사례와 실용적인 조언을 적고 있어요. 4,50대 제 또래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노후 준비, 이제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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