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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글쓰기가 쉬워지는 3가지 요령

by 김민식pd 2016. 7. 28.

글쓰기 교실을 개강한 후, '그래, 바로 이어서 글을 써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제는 영화 '부산행' 이야기를 올렸어요. 아침에 PC를 잡고 '오늘은 무엇을 쓸까?' 고민할 때, 저는 그 순간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부산행'을 본 후, 영화 이야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영화 리뷰를 썼지요. 그 순간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가 즐거워지는 비결이거든요.

글쓰기가 어려운 건, 평가의 과정이나 업무의 일부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즐겁지 않아요. 심지어 그 결과물로 평가를 받는다면 더 부담스럽지요. 이제 즐거운 글쓰기를 시작해봅시다. 쓰고 싶은 걸 쓰면 괴롭지 않아요.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잘 하고 싶다면, 그 일을 즐겁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산행' 재미있었어요. 저는 무언가 재미난 걸 보면,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일단 '쓰고 싶다'는 그 마음에서 글쓰기는 시작됩니다. '부산행' 리뷰를 쓰고 싶은데, 막상 쓰려고보니, 신문마다 '부산행' 얘기더군요.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한 이야기를  내가 다시 하려니 자신이 없어집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쓸 자신이 없거든요. '내가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이미 다른 사람들도 다 느끼고 공유했잖아.' 자, 이렇게 주눅이 들면 글을 시작하기 어렵지요. 그럴 때, 저는 저만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나의 생각은 나만의 것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나의 생각은 듣거나 읽어서 나의 것이 되었거든요. 생각을 묘사하다보면, '그런데 이거 어디서 읽은 글 같은데?' 하면서 머릿속에서 자기검열의 종이 땡땡땡 울립니다. 글이 처지기 시작하고 쓰기 싫어집니다. 내가 보고 겪은 나의 경험은 나만의 것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떤 일을 겪었나, 하나하나 쓰다보면 글의 실마리가 쉽게 풀립니다. 어제의 글도 '이경규와 KTX'라는 에피소드 소개로 시작했더니 쓰기가 쉬웠어요.

 

자, 이제 문은 열었고, 본격적으로 내용을 채워야 할 시간입니다. 재미난 영화를 보면, 저는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이 감독은 어떻게 이렇게 재미난 영화를 만들게 된 걸까?' 관련 동영상을 보니 '어라?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도 8월에 개봉하네?' '아, 제작사에서 '서울역'을 실사로 찍자고 했더니 감독이 실사에 맞는 새로운 영화를 제시한 거구나.' '그럼 이 감독은 애니랑 실사랑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만든 거야? 헐~ 대박!'

어제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뭐야! '부산행' 크레딧 다음에 '서울역' 예고가 있었어? 이런, 그걸 놓쳤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데, 끝나면서 불이 확 켜지는 거에요. '아, 저 아저씨 혼자 와서 좀비 영화보고 감성 터져서 질질 짜고 그러네...' 옆자리 젊은 커플이 흉볼까봐 얼른 달려나왔거든요. 아, 그걸 놓쳤네... 흠흠흠...

글을 쓸 때는 자료 수집이 중요합니다. 옛날에 기사나 칼럼을 쓰는 일이 다 자료싸움이었어요. 수십년간 칼럼을 쓴 어떤 분은 집에 빼곡이 책들과 자료를 쌓아놓고 살았지요. 어떤 사건이 터지면 예전에 비슷한 일을 찾아 관련 항목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지요. 요즘은 인터넷 검색 덕에 자료의 수집이 참 쉬워졌어요.

검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많이 읽으면 그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정리되는 과정에서 나의 과거 경험과 기존의 생각이랑 섞이면서 새로운 맥락이 만들어집니다. 그 새로운 맥락이 나의 글을 완성해줍니다. 결국 정보를 맥락으로 연결하는 건 글쓰기입니다. 글을 통해 생각의 틀을 키워갈 수 있어요. 저의 경우, 글로 쓴 후에야 어떤 이야기가 비로소 내 것이 되는 느낌입니다.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책을 읽습니다. 흥미가 있는 분야에 대한 독서는 그래서 즐겁고, 읽은 후에는 글을 꼭 쓰고 싶어집니다. 재미난 걸 혼자 알기에는 아깝거든요. 나누는 글쓰기도 또 즐겁습니다. 읽기와 쓰기, 이렇게 행복한 선순환도 없어요.)

마지막으로 할 일은 글을 '주제'라는 하나의 자루에 쓸어담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재미있긴 한데, 그래서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뭐야?' 하면 허무해집니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재미가 있어야하고, 끝난 후에는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에요. 다 읽고 나서 무언가 남아야 보람을 느낍니다. 

저의 경우, 처음부터 주제를 의식하며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글머리가 너무 무거워지거든요. 글의 탄력이 줄고 윤기가 사라집니다. 처음엔 그냥 수다 떨듯이 재미난 이야기에 치중합니다. 그래야 재미있어요.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마무리를 앞두고 앞에 쓴 글을 죽 한 번 봅니다. 글이 흘러가는 방향이 보입니다. 아, 내가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것이군, 싶은 게 눈에 띕니다.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때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글을 왜 쓰는가?' 글의 주제를 잡았다면, 이제는 주제에 맞춰 글의 흐름을 정리합니다. 주제와 관계없이 곁가지로 샌 부분은 과감히 덜어냅니다. 이때 재미없는 부분 위주로 뺍니다. 재미가 있다면 의미가 없어도 살려야 할 때가 있거든요. 글을 한 방향으로 쭉 몰고가야 마지막에 주제가 나왔을 때 힘이 더 커집니다.

 

글쓰기가 쉬워지는 세 가지 요령, 하나 하나 모아보세요. 어떤 일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하나, 그 일에 대해 검색이나 독서로 알아낸 정보가 하나, 그 일이 내게 던져준 의미가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 (이경규의 KTX) 하나의 정보 (감독의 제작 인터뷰) 하나의 메시지 (연상호 감독처럼 돌파하라) 이렇게 세 개의 단락만 모이면 글이 만들어집니다.

 

오늘 말씀드린 글쓰기 방법은 제가 글을 쓰는 방식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고 다양한 글이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나의 욕망에 충실한, 나의 욕망에 복무하는 글쓰기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그래서 제목을 짠돌이에서 딴따라로 바꿨어요. 학문적 글쓰기도 업무용 글쓰기도 아닌, 오로지 유희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써보려고요.

 

딴따라 글쓰기 교실,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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