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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재미의 본질'을 찾아서

by 김민식pd 2016. 7. 1.

2016-151 재미의 본질 (김선진 / 경성대학교 출판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보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이 아닐까요? 바둑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했는데, 그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를 이기는 걸 보고 쇼크에 빠졌겠지요. 그때 학생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아요.

"알파고가 실력은 좋을지언정, 바둑 두는 즐거움과 행복은 모르잖아요"

'아무리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둬도, 나는 바둑을 계속할 것이다. 왜? 재미있으니까.' 

참으로 멋진 자세지요. 미래에 일의 기준은 재미가 되어야합니다. 인간이 재미를 못 느끼는 단순 반복 작업은 기계가 대체할 겁니다. 인간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은 그만큼 복잡하고 창의적인 일이라 인공지능이 대신하기도 쉽지 않고, 설령 기계가 대체한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 할 수 있어요. 왜? 재미있으니까!

미래에 인간과 기계의 일을 가르는 기준은 재미일 터인데, 그 '재미'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에 재직중인 김선진 교수님의 책에서 그 기준을 찾아봤어요. 재미의 본질은 무엇일까?

 

 

 

 

'재미는 <   >이(가) 아니다

1. 재미는 '노는 것'이 아니다.

'재미는 단순히 '놀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소모적인 일이 아니다. 재미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얻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이자 활력소이다'

2. 재미는 '여가'가 아니다.

'여가는 말 그대로 남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재미와 일을 이분법적으로 구별하는 사고는 요즘 시대와 부합하지 않는다.'

3. 재미는 '일회용'이 아니다.

재미는 심심풀이 땅콩처럼 시간 때우기용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수동적 재미보다는 능동적이고도 목적지향적인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4. 재미는 '미래형'이 아니다.

일과 재미를 분리하면 재미를 미래형으로 보게 된다. 오늘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재미를 누릴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현재의 재미'를 희생하지만, 재미는 미래에 즐기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여기서' 즐기는 것이다.

 

재미는 <   >이다.

1. 재미는 '선택'이다.

삶이 즐거울 수 있는 것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의 첫번째 선결 요건은 '자기결정감'이다. 여기서 그 선택은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고, '내적 동기'에 따른 것이어야 하며, '찾아나서야'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2. 재미는 '변화'이다.

재미는 뻔하고, 진부하고, 구태의연하고, 단조롭고, 익숙한 것들의 반대편에 있다. 놀이와 게임에는 승패가 있고, 이야기와 유머에는 기승전결과 반전이 있으며, 배움에는 새로운 발견이 있고, 소통에는 상호작용이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의 재미의 원천은 생생한 변화에 있다.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즐김의 대상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화의 파도를 두려워말고 그 위에 올라서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재미는 새로움과 변화를 추구하는 태도이다. 

3. 재미는 '과정'이다. 

재미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대상을 경험하는 '과정'을 즐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재미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4. 재미는 '일상'이다.

재미는 멀리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과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재미'하면 뭔가 대단한 것, 열광적인 것, 흥분시키는 것을 떠올린다. 재미는 현재 일상이 존재하는 삶의 터전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재미는 수동적으로 기다리면 자연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재미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백세 시대가 된 오늘날, 노는 법, 삶을 즐기는 법, 재미를 누리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은퇴가 곧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의 책 23~38쪽 요약 정리)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대목인데요, 재미의 본질에 대한 촌철살인입니다. 이후의 본 내용은 조금 어렵습니다. 학교 강의 교재로 쓰여진 책이라 학구적인 내용이 많아요. 김선진 교수님이 이 책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위한 책도 써주시면 좋겠어요. 다가올 인공 지능의 시대에는 '재미의 본질'을 아는 것이 먹고사는 문제로 직결되거든요.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도 스스로 하고 싶어서가 아닌 누군가가 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내가 어느 정도 상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으며 그것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잘 하고 있음을 느낄 때 더욱 재미있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배움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그 전제조건으로 자기 스스로 시작한 것이라는 '자발성(자기결정감)'과 주어진 가제를 잘 할 수 있다는 '유능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책 102쪽)

영어 공부를 취미삼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좀 이상한 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저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어떻게 영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지? 대학 시절에 학교 전공 공부는 재미가 없는데, 도서관에서 영문 소설을 읽고, 혼자 회화를 외우는 건 정말 재미있었어요. 알고보니 그게 공부의 재미를 위한 핵심이군요. 스스로 시작한다는 자발성과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유능감. 나이 서른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그 두가지를 느낄 수 있고, 영어 공부의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의 교육은 어떤가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으면서 잘 한다는 느낌보다 열패감만 심어주니, 공부에서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겠지요. 심지어 사교육은 부모나 학생에게 안 하면 망한다는 공포감만 심어주는데, 이러고도 인공지능의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공부의 재미를 찾아주는 아빠가 되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지요. 그 경우 역시 주체가 아이 자신이 아니라 아빠가 될 테니까. 그래서 다시 마음 먹습니다.

'아이의 삶에는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재미있는 것을 열심히 하며 즐겁게 살겠습니다.'

 

알파고의 시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 전문가 말씀을 들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재미의 본질'을 알려주신 김선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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