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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종횡무진 독서일기 (비소설 편)

by 김민식pd 2016. 6. 30.

오늘 6월 30일입니다. 2016년의 절반이지요. 과연 독서일기는 오늘 150권을 넘길 수 있을까요?

 

2016-144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 장은주 / 위즈덤하우스)

'독서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로 저에게 독서일기 쓰기의 힘을 불어넣어주신 분이죠, 사이토 다카시. 전 이 분의 책을 읽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쉽게 잘 읽히거든요. 워낙 다작하는 분이라 그런지 어렵게 쓰지 않고 말하듯이 술술 쓰는 게 이분 책의 특징입니다. 그만큼 잘 읽히지요.  

2016-145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 송태욱 / 자음과모음)

'정의를 부탁해'를 보고 찾아 읽은 책입니다. 저의 독서는 요즘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요. "읽어라, 책이 혁명의 씨앗이다" 라고 합니다. 혁명이란 자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깊이 사유해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독서를 통해 세상의 변화, 나로부터 시작하는 변화를 꿈꿉니다. 

2016-146 라면을 끓이며 (김훈 / 문학동네)

김훈선생의 책은 읽을 때마다 예전에 읽은 것같은 기시감이 듭니다. 물론 이 책에는 예전에 출간된 글도 포함된 탓도 있어요. 언젠가 음악을 듣다가 "장범준 노래는 다 비슷비슷해." 하고 한마디 했더니 큰 딸 민지가 그랬어요. "보컬이 독특한 가수라서 그래. 음색이 독특한 가수는 노래가 다 비슷비슷하게 들려." 그렇군요. 김훈 선생의 글도, 독보적인 문체 탓에 자꾸 읽은 것 느껴지는 걸까요?

 

2016-147 반응하지 않는 연습 (구사나기 류슌 / 류두진 / 위즈덤하우스)

목차를 보면,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버리고, 타인의 시선에서 홀가분해지며, 심지어 경쟁이라는 가짜 현실에서 벗어나고,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는다.'라고 나옵니다. '보통 사람에게 그게 가능한 얘기인가!' 했어요. 그러다 작가 소개를 다시 봤어요. 아, 이 분이 보통 분이 아니군요.

'저자 구사나기 류순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르고 도쿄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했다. 공부로 자부심을 채우는 이들이 밀집된 공간에서, 끝없는 경쟁으로 자신을 내모는 사람들을 보며 속세의 허무함을 깨달았다. 이후 올바른 삶의 태도를 찾고자 승려가 된 그는, 인도를 거쳐 미얀마 국립 불교대학교 및 태국 사원에서 수행했다.'

참 훌륭한 인생 같지요? 하지만 부모 속 어지간히 썩이고, 다른 사람 마음 꽤나 아프게 한 분 같아요. 생각해봐요, 중학교는 중퇴하고 가출했지, (부모가 허걱했겠지요.) 그나마 마음 잡고 공부해서 동경대 법대까지 갔어요. (부모가 앗싸! 했겠지만...) 속세의 허무함을 깨닫고 바로 출가... (부모들은 다시 멘붕... ㅠㅠ ^^) 심지어 인도나 미얀마까지 가서 수행 (보고 싶어도 아들을 만날 길이 없어진 부모들...)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면 더 놀랐겠지요. 판검사 될 줄 알고 사귀었는데, 머리 깎고 인도로 떠났으니... ^^

어쩌면 나의 행복은 타인의 실망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남 눈치 보지 말고 살면 진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아들이나 남편이 말 안 듣는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나중에 다 크게 되려고 그러는 거니까. ^^ 마음 먹은 대로 사는 게 행복입니다. 자식의 행복을 막는 미련한 부모는 되지 말자고요.  


2016-148 기다린다는 것 (와시다 기요카즈 / 김경원 / 불광출판사)

'기다림은 자기가 사랑받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부추긴다. 그러나 동시에 기다림은 자기가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위의 책 15쪽)

그렇지요.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린다는 것만큼 그것에 대한 사랑과 열망을 증명하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이야말로 간절함의 증명이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혀있던 유태인 빅터 프랭클, 그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유배 기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요?

'무수한 작은 문제에 얽매임으로써 가까스로 '견딘다'는 것이 빅터 프랭클이 취한 방법이었다. '오늘 저녁 식사에는 어떤 음식이 나올까? 추가로 배급해줄지도 모를 소시지 한 조각을 빵 한 조각으로 바꾸는 것이 나을까? 어떻게 하면 일터에서 나와 친한 작업반에 배정받을 수 있을까? 다른 작업반에 들어가 성미가 사납고 표독스러운 감독 밑에서 매를 맞지는 않을까?' 

(위의 책 71쪽)

살면서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힘든 상황에 봉착합니다. 그럴 때는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려야합니다.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잘 기다려야합니다. 하루 일과를 작은 성취들로 잘게 나누며. 어쩌면 인생이란 죽음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 기다림을 소소한 성취로 가득 채우는 것, 그것이 인생을 사는 방법 아닐까요?

 

2016-149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 푸른숲)

'나는 정상일까?' 가끔 그게 궁금합니다. 요즘 저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칩거 모드, 면벽 수행중입니다. 사람들을 만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고 괴롭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조용히 책만 읽습니다.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생활은 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가능합니다. '방에 틀어박혀 은둔형 외토리로 사는 내가 혹 비정상은 아닌가?' 궁금해서 책을 들추었습니다. '공부중독'을 쓰신 정신과 의사, 하지현 선생님의 또 다른 저서입니다. 우리 주변의 온갖 고민들을 심리 상담의 형태로 풀어보는 책입니다. 책을 보니 저는 정상이라네요. ^^ '나는 정상일까?' 그게 궁금하다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정상의 네 가지 범위를 한번 살펴보세요. 생각보다 정상의 범위는 아주넓습니다. ^^

책에서 참 와닿은 말씀 하나.

'잘 모르겠으면 생각을 안 하는 게 정답입니다. 닥치는 대로 살면 돼요.'

(위의 책 69쪽)

 

2016-150 담론 (신영복 / 돌베개)

한동안 드라마 연출을 못하게 되어 우울했습니다. 이럴 때 야간 대학원이나 다녀볼까? 생각했지만 학비가 너무 비싸더군요. 저는 짠돌이라 돈 드는 걸 병적으로 싫어합니다. (물론 독서와 여행는 예외지요.) 대학원 대신 동네 도서관을 다니기로 했어요. 도서관에서 1년 간 300권의 책을 읽고, 그 결과물로 논문 대신 책을 쓰기로 결심했지요. 석사 논문을 쓰면 돈이 들지만, 책을 내면 인세를 벌 수 있거든요. 이거 정말 남는 공부 아닌가요?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같은 책을 만나면, 돈 한 푼 안들이고 대학 강의실에 앉아 우리 시대 최고의  강의를 듣는 기분입니다. 이 책은 선생의 강의록을 정리한 내용이거든요. 전반부의 동양 고전 강의도 좋고, 후반부의 선생의 인생 얘기도 좋았어요.

억울한 감옥살이 20년, 그 시간을 훌륭한 배움으로 채운 선생님을 생각하며,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이번주 토요일 점심 식사 함께 하실 분들께 메일을 띄웠습니다. 혹시 메일이 오지 않은 분들은 다시 한번 주소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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