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뮬렌웨그라고 워드프레스의 개발자가 있어요. 워드프레스의 가치는 10억 달러가 넘고 현재 그는 오토매틱이라는 회사의 대표로 일하고 있어요. 오토매틱 사의 직원 채용은 순전히 이메일을 통한 지원 서류로 결정된답니다. 글의 명확성이 곧 사고의 명확성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거지요. 디지털 시대가 발전할수록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취업의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전보다 글이 더 쉽고 빨리 퍼지는 시대거든요.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이 포털 메인에 올라가 팔자가 바뀌는 경우도 많아요. 200년 전 조선시대 선비가 쓴 글이 당대에 얼마나 읽혔겠어요. 이제는 내가 아침에 쓴 글이 오후에 수 만 명의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시대에요. 말주변도 중요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는 글 솜씨도 중요합니다. 만나서 사람을 설득하는 것보다 글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거든요.

"죽어서 육신이 썩자마자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지 않다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쓰든지, 글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라."

-벤저민 프랭클린

글은 어떻게 써야 할까요?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만화 <딜버트>의 작가 스콧 애덤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블로그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내게 '목표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목표 때문이 아니라 '체계'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모두가 그냥 웃기만 했다. 별 신통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신통치 않으니까 지독하게 연습해 체계를 세우려고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 중에서)

 

확 와닿습니다. 제가 글을 매일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에요. 글을 더 잘 쓰기 위해서입니다. 패자에겐 목표가, 승자에겐 체계가 있어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목표는 중요하지 않아요. 목표는 누구에게나 있지요. 중요한 건 체계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어떤 루틴을 개발하고 만드는가. 블로그가 좋은 것은 하루 한 편 글을 쓴다는 확실한 체계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목표 보다 영어를 매일 공부하는 체계가 더 중요한 것도 같은 이치지요. 

내 삶의 목표가 무엇인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그 목표를 위해 지금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게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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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오늘은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를 올립니다.

로맨틱코미디를 만들던 그는 왜 '투쟁의 아이콘'이 됐을까...MBC 김민식 PD 인터뷰

“만약 다음 기회가 온다면 내가 이 안에서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오래 했다. 그게 내가 이 안에서 5년간 버티게 된 이유 아니었을까.”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241654001&code=940705&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2_thumb#csidx4f9877e643d4f009335aed8c1946215

 (사진 제공 : 경향신문 이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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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2012년 파업할 때 일입니다. 주말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 나갔습니다. 언론노조 MBC 본부의 깃발을 들고 앉아있는데, 옆에 앉은 조합원이 인사를 걸어왔어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장준성이라고 합니다."

보도국 기자 후배였어요. 토요일 오후 집회라 평조합원들의 참석은 저조했는데, 집행부들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든든했습니다. 경력직 기자로 들어온 친구인데, 2012 파업 패배 이후, 노동조합 집행부에 들어와 민실위(민주방송실천위) 간사로 일도 하고, 그 때문에 정직 3개월의 중징계도 받고, 그러고도 다시 이번 집행부에도 또 들어와 일을 하고 있어요. 아, 이런 친구들이 있어 노동조합이 버티는 거구나, 싶어요.

한겨레 신문에 올라온 '내 친구 장준성'이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3942.html

(사진 제공 : 미디어오늘 이치열 기자)

 

옆에 서서 함께 외치는 저 멋진 청년입니다. 장준성. 

인사위에 올라간 내 뒤를 항상 든든하게 지켜주는 장준성 기자, 늘 고맙습니다.

이들이 다시 마이크를 잡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겁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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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마봉춘 구출대작전'을 도와주는 외인부대가 있습니다. 김어준 김용민 주진우 등의 '나는 꼼수다' 멤버들이시죠. 2012년 파업 때도 전방위적으로 도와주셨고요. 이번 김장겸 퇴진 투쟁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지난번에는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나갔고, 이번에는 김용민의 '맘마이스'에 출연했습니다.

 

어제 올라온 방송분을 보면서, 약간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방송 출연을 할까? MBC에는 나보다 더 훌륭한 피디, 기자, 아나운서들이 많은데...' 민망한 마음을 떨치려고 책을 펼쳤습니다. 마침 은유 작가님의 '글쓰기의 최전선'에 이런 구절이 나오는군요. 

'이 세상에는 나보다 학식이 높은 사람, 문장력이 탁월한 사람, 감각이 섬세한 사람, 지구력이 강한 사람 등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고도 많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운이 빠진다. 이미 훌륭한 글이 넘치므로 나는 글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내 삶과 같은 조건에 놓인 사람,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나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또 기운이 난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 메멘토) 131쪽)

 

다시 용기를 냅니다. 지난 5년간, 김장겸 사장은 저의 드라마 연출을 집요하게 방해했습니다. 내가 겪은 일에 대해, 내가 느낀 참담함에 대해, 나 대신 이야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나의 절실함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키보드를 잡고, 마이크를 잡습니다.

'돌마고 불금파티' 오늘 저녁, 6시 30분입니다.

상암동 MBC 사옥 앞에 오시면, 딴따라는 어떻게 싸우는가?

저만의 방식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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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친한 회사 후배가 하나 있어요. 몇 년 전, 그 후배가 저를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선배 블로그에 글 좀 그만 쓰시면 안 되나요?"

"?"

"회사 높은 분들이 선배가 쓰는 글, 다 들여다보고 있대요. 이러다가 선배에게 또 다른 불이익이 갈까봐 걱정됩니다."

 

그 후배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하나 한참을 망설였어요. 저는 알아요. 저를 아끼기에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을... 지난 5년간 저는 줄곧 떠들었거든요. <2012 MBC 파업 일지>라고 해서 파업 관련 포스팅을 올리는 블로그 카테고리가 있고, <PD 저널>이며 <뉴스타파 칼럼>이며 기회가 될 때마다 '지금 MBC에서 일어나는 일이 과연 정상인가?' 하고 글을 써왔어요. 그 글을 회사에서 본다는 것도 알아요. 그럼에도 지난 5년간 글을 쓴 이유는...

 

첫째, 미안하기 때문입니다.

170일간 파업을 할 때, 저희 노동조합 집행부만 믿고 쫓아온 많은 조합원들이 파업 이후, 업무 현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유배지를 전전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저는 미안합니다. 그들에게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어요. 계속 소리 높여 지금 MBC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부당하다고 알려야합니다. MBC가 망가진 데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계속 글을 씁니다.

 

둘째,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2012년 파업 집회할 때, 빗속에서 달려와 주신 분들이 많아요. 저희 파업을 응원하고, 공정 방송을 기원한 그 분들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어요.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부끄러울 때는, 부끄럽다고 말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입 꾹 다물고 있으면 그분들은 배신감에 더 화가 나실 거예요. 누군가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권성민 PD가 대신 사과했다가 해고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저는 그때도 부끄러웠어요. 입사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어린 후배가 나섰다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20년 가까이 MBC의 녹을 먹은 사람이 입을 닫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부끄러운 마음에 글을 쓰고 말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수는 있어도, 적어도 스스로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일은 말아야지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막으면, 스스로에게 미안하고요. 해야 할 일을 외면하면, 먼 훗날 자신에게 부끄러워집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를 생각하는 마음에 말리기도 하지만, 이건 저의 미안함이고, 저의 부끄러움입니다. 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요.

 

지난 주말, 아버지를 모시고 '덩케르크'를 봤습니다. 아버지가 전쟁 영화를 좋아하시거든요. 패색이 짙어 프랑스 해안까지 쫓겨난 영국 연합군. 뒤에서는 독일군의 팬저 탱크가 진격해오고, 위에서는 폭격기가 연일 폭탄을 떨구는데, 달아날 곳이라고는 바다 밖에 없습니다. 이 바다만 건너면 영국인데 말이지요. 배를 기다리며, 저격과 폭격 속에서 모진 목숨을 이어갑니다. 그때 해안에 고립된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영국 시민들이 요트를 몰아 전쟁터로 옵니다. 순간 지난 금요일 '돌마고'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여의도 집회에서 만났던 시민들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KBS 앞에 모여 "김장겸은 물러나라! 고대영도 물러나라!"고 외치는 분들의 모습이요. 지난 5년, 제가 글을 쓰면서 간절히 기다렸던 것은 바로 '마봉춘 구출작전'이었는지도 몰라요.

오는 금요일에는 MBC 앞에서 '돌마고 불금파티'가 열립니다. 마봉춘 구출대작전에 함께하실 시민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MBC <PD 수첩>팀이 제작 거부를 시작했습니다. 안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MBC의 정상화를 위해 힘을 보태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7월 28일 금요일 저녁 6시 30분

상암 MBC 광장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불금파티'

시원한 음료와 뽀송뽀송한 라이브 공연도 준비했으니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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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지난 5년,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떠드냐고 묻는 분이 있기에, 5년 전에 쓴 글 한 편을 올립니다. 2012년 12월 17일에 써서, 월간 방송작가 2013년 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월간 방송작가에서 원고 청탁을 받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이렇게 난처한 시기에 기회가 올 줄은 미처 몰랐다. ‘김민식 피디의 드라마 연출론혹은 시트콤 대본 작업으로 살펴보는 공동창작의 미래’, 이런 원고 청탁을 기대했는데,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서 새 정부에 기대하는 2013 방송의 미래라니, 이거 참 난감할세.

 

게다가 2012년 1218일이라는 원고 마감일은 좀 가혹하다. 사상 초유의 박빙이라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방송 정책을 쓰라니 솔직히 많이 쫄린다. 드라마 첫 회 방송 나가고 게시판 반응 보고 나머지 대본을 쓰겠다는 작가에게 촬영도 나가기 전에 무조건 16부작 완고를 내라는 격이 아닌가. 주인공 캐스팅에 따라 코미디가 될지 호러가 될지 아직 모르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작가님들에게 드라마 PD로서 내가 가진 연출관을 홍보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지면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드라마 피디가 된 건 마흔 살의 일이다. (고로 아직 시장에 홍보가 되지 않은 신제품인데, 그나마 중고 신인이라는 거.) 1996년에 MBC 예능국에 입사하여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 ‘일밤 - 러브하우스', 공익 버라이어티 '느낌표'등을 연출했다. 2007년에 MBC 드라마국 사내공모에 지원했는데 누가 물었다. "예능만 10년을 했는데 어떻게 드라마 PD를 하려고?"

 

내가 생각하는 PD의 정의는 다른 사람과 좀 다르다. PDP는 프로듀서 producer, D는 디렉터 director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Producer,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니, 턱도 없는 소리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만드는 사람이 피디다. 작가가 대본을 쓰고, 출연자가 연기를 하고, 카메라감독이 촬영을 해야 방송 한 편이 만들어진다.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Director, 사람들에게 일을 지시하는 감독이다? 미안하지만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은 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10년 이상 대본을 써 온 작가에게 대사가 이러쿵저러쿵 할 수 없고, 수 십 년을 연기만 고민하며 살아온 배우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고, 평생 뷰파인더만 들여다본 카메라 감독에게 앵글이 이러니저러니 할 수도 없다.

 

그럼 피디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감독이라 불리는 직업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축구 감독, 야구 감독이다. 한글로는 똑같은 감독인데 영어로는 director가 아니라 coach. 코치란 무엇인가? 어떤 일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모아, 그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벤치에서 응원하는 게 코치의 일이다. 히딩크 감독을 보라. 그가 박지성보다 더 공을 잘 차는가? 아니다. 그는 자신보다 더 공을 잘 차는 사람을 선수로 기용하고, 그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드라마 감독이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 대본을 맡기고, 나보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에게 배역을 맡기고, 나보다 촬영을 잘하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맡긴다. 내가 일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대본을 읽고 좋은데요?’를 외치고, 연기를 보고 좋은데요?’를 외치고, 앵글을 보고 좋은데요?’를 외친다.

 

나는 방송 제작이 공동 창작이라 믿는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지 타이피스트가 아니다. 배우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지 인형이 아니다. 카메라 감독은 스스로 앵글을 만드는 아티스트지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다. 작가와 주도권 싸움 하느라, 배우와 힘겨루기 하느라, 스태프들과 기 싸움 하느라, 내 소중한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다. 알량한 연출의 자존심을 세우려고, 작품을 함께 만드는 이들의 소중한 열정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새 정부에 바라는 방송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 생뚱맞게 웬 연출론이냐고? 나는 정부가 일하는 방식이 연출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사가 만사다. 어떤 전문가를 기용하느냐가 중요하다. MBC에 입사해서 16년을 다녔지만, 공영방송으로 MBC의 지배구조나 사장 선임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김재철 사장이 오기 전까지는...

 

그럼 어떤 사람을 쓸 것인가? 대본을 전문가인 작가에게 맡겨야하듯, 방송은 방송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열정과 사명감을 지닌 참된 언론인을 방송사 사장 자리에 앉히면 방송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대선 캠프 주위를 맴돌며 정치권에 줄을 대거나 특정 후보를 위해 언론 특보로 일한 사람은 방송인이 아니라 정치인이다. 방송 전문가라면, 권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이나, 정치 전문가라면 국민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권력의 눈치만 살피다 방송을 망치고 말 것이다.

 

'PD 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을 방송한 최승호 피디와 ‘PD 수첩작가를 전원 해고하였으니, 세상은 조용해질까?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언론이 그 기능을 상실하자, 검찰은 성추문에, 뇌물 수수에, 거짓 양심선언에, 자멸의 길을 걸었다. 결국 자중지란 끝에 검찰 총장까지 물러났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검찰에게 자정이란 멀고도 먼 길이다. 감추어진 비밀을 세상에 까발려야 할 이들이 자신의 비리를 숨기기에 급급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언론 장악의 폐해를 가장 잘 드러낸 사건이 작년 연말 중국에서 터진 후진타오의 측근인 링지화 스캔들이다. 지난 3, 북경에서 20대 대학생 하나가 여자 둘을 태운 페라리 승용차를 몰고 가다 사망한 일이 있었다. 노동자 평균 임금이 50만원인 나라에서 10억짜리 페라리를 모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링지화 부장은 자신의 아들이 페라리 사망사고를 내자, 자신의 부패를 은폐하려고 사망신고서에 올린 아들의 성까지 바꾸었다가 들통 나서 결국 집안의 몰락을 맞이하게 된다.

 

권력의 끝이란 이렇게 허망하다. 부정부패로 모아온 돈을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에게 건네주자, 그 돈은 아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흉기가 되었고, 그 사건을 은폐하려다 인터넷 여론의 역풍을 맞고 결국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기폭제가 되었다. 링지화의 아들이 최고위층 자제이면서 사치와 향락을 즐기고 북경 시내 한복판에서 광란의 질주를 즐긴 이유? 사람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언론 통제를 믿었던 탓이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제거한 권력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광란의 질주를 통제할 수 없어 결국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

 

페라리는 멋진 차다. 그 차가 멋진 이유는 급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없는 페라리는 살인 기계일 뿐이다. 언론이라는 제동 장치 없는 권력은 스스로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자살 폭탄일 뿐이다.

 

새 정부에 바라노니, 방송을 다시 방송인의 손에 돌려줬으면 좋겠다. ‘피디 수첩작가들을 제 자리에 돌려놓고, 현업에서 쫓겨난 해직 기자들을 복직시키고, 방송사 경영진에게 잃어버린 개념을 다시 찾아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믿는다.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하다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고 2번의 구속영장 청구로 유치장을 다녀온 나를 보고 친한 작가가 물었다. “그런 사람 아니었잖아요?”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보수 우파다. 언론사를 다니는 내게 가장 소중한 자유는 언론의 자유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믿는다. 자유민주주의자의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내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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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기고한 이 글을, 지난 주 금요일 인사위에 올라가서 MBC 임원진들에게 읽어드렸습니다. 특히 아래 부분은 강조하기 위해 한번 더 읽었어요.

 

"페라리는 멋진 차다. 그 차가 멋진 이유는 급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없는 페라리는 살인 기계일 뿐이다. 언론이라는 제동 장치 없는 권력은 스스로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자살 폭탄일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MBC를 비롯한 적폐 언론의 잘못이 큽니다. 지난 5년, 그릇된 정보로 대통령과 국민의 눈과 귀를 막은 김장겸 사장에게 그 책임이 있습니다. 김장겸 사장님, 물러나십시오. 오르막은 이제 끝났습니다. 앞으로 갈수록 내리막입니다. 스스로 제동을 거셔야 합니다. 충심으로 올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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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인생의 재발견> 7장의 제목은 인생의 목적이 삶을 구원하는가입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뚜렷한 목적 없이 이제껏 살던 대로 사는 것보다 의미를 찾고 인생의 목적을 찾아야한답니다. 치매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외국어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50대 이상의 어학원 수강생들에게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여행이나 사업을 이유로 드는 사람도 있지만,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언급한 사람도 있답니다.

외국어를 배운다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연구자들은 외국어를 배우면 신경 우회로를 개발하고 인지예비능을 늘림으로써 치매 증상을 이겨 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영국의 연구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 제2외국어를 배운 사람들의 경우 IQ가 높아지고 뇌의 노화 속도가 느려졌음을 발견했다고요.

머리가 더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행복해진 것은 분명해요.”

저도 공감합니다. 스무 살 이후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한 것이 내 인생 행복의 기초라고 생각해요. 활기찬 중년을 맞이한 것은, 마흔 살에 일본어를 공부하고 마흔 다섯에 중국어, 마흔 일곱에 스페인어를 공부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오키나와 여행을 가거나,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PD 포럼에 가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요. 외국어를 배우면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츠타야 서점

일본어로 된 만화책의 제목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고 놀라웠던 여행.

 

물론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회화책 암송을 시작한 제 또래들은, 영어 문장 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느낄 거예요. 20대에 하루 10시간씩 시간을 내어 한 영어 공부와 3,40대에 일과 살림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하는 공부는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까지 차이가 있거든요.

 

무엇이 되었든 서른이 넘어서 새로 배우기는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인지 능력(특히 정보처리 속도)20~30대에 저하되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중년에 접어들면 외국어 단어를 암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그 단어를 떠올리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중략)

중년은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잔인하게도 중년의 뇌는 이 같은 장점을 우리의 적으로 만든다. 우리가 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때마다 간섭이 일어나는 것이다. 컴퓨터를 매킨토시로 바꾸면 새로운 운영체제와 사용법을 익히느라 애를 먹는 것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다.’

(<인생의 재발견> 251)

 

나이 들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게 힘든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 모국어가 완벽하게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쉽게 배우는 것은 모국어의 간섭이 적기 때문이지요. 외국어학습에 있어서 성인이 어린이보다 유리한 점도 있어요. 바로 배움의 욕구와 동기지요. 제가 일본어,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진학이나 취업이 아닙니다. 여행이나 문화 생활의 욕구 때문입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보다 스스로 마음을 내어 하는 공부가 훨씬 더 효과적이에요. 중년은 공부가 비로소 즐거워지는 나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죽은 후에도 존재하는 그 무엇이 나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인간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삶을 통해 배운 것들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죽을 때까지 매일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럼 언젠가 제가 올린 글이 마지막 포스팅이 되는 날도 오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의 포스팅에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고, 오늘 내가 한 일이 내가 떠난 후, 나를 정의하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당신은 오늘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책 뒷 표지의 문구로 마무리하렵니다.

 

지금이 바로 즐겨야 할 때, 단 한 순간도 낭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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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지난주 금요일에 올린 리뷰에서 이어집니다.

<인생의 재발견> (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 / 박상은 / 스몰빅인사이트)

2017/07/2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청년은 재미, 중년은 의미.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저는 인생을 좀 힘들게 사는 편인가 봐요. 스무 살 때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며, 하루 200킬로씩 달리고 한계령을 사이클로 넘었다고 하면 왜 그렇게 피곤하게 인생을 사니?’라고 하는 이도 있어요. 저는 하루하루가 무척 즐거웠는데 말이지요. 나이 50에 왕복 50킬로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이야기에 힘들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요. 영어 책을 외울 때도 그렇고, 저는 일단 목표를 조금 높게 설정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살면 스트레스가 많아 사는 게 괴롭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인생의 재발견>을 보면 스트레스가 오히려 행복과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나와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목표를 이룬 뒤에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열심히 참여하고 일하는 것이 곧 장수한 이들의 특징이다. 오래 산 사람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된 일을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위의 책 47)

 

삶의 의미는 힘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데요, 도전에서 만나는 스트레스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자꾸자꾸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살아서는 안돼요. 습관적으로 살면 자극이 없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신경과학자 드니즈 파크)

 

중년에는 다양한 위기가 닥쳐옵니다. 직장에서의 위기, 관계의 위기, 경제적 위기. 위기의 순간에 옆에 내가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행복과 불행을 가릅니다. 어른에게 우정이 필요한 이유를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1만 년 전, 수렵 및 채집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이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곰을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만약 혼자라면 그의 뇌는 '달아나!' 하고 소리 지를 것이다. 곰보다 더 빨리 달려야만 목숨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모르는 다른 부족 사람이 근처에 있다면 그의 뇌는 조금 마음을 놓을 것이다. 이제 그 낯선 사람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함께 사냥을 하던 친구가 곁에 있다면 그의 뇌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이제 곰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저 저녁거리일 뿐이다.’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사의 경우, 외부로부터 압력이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그때 기자나 피디 혼자서 압력에 맞서 싸우기는 힘듭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해요. 노동자 개인을 지켜주는 노동조합. 개별 노조가 싸울 때도 다른 노동조합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언론노조와 민주노총 산하에서 함께 싸우는 것입니다.

힘없는 노동자를 지켜주는 게 노동조합이고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언론사의 역할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언론노조 MBC 본부를 지키는 것이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회사 업무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백세 시대, 이제 겨우 50입니다.^^) 멋진 목표가 생겨서 참으로 즐거운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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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드라마 피디가 왜 노동조합을 하고, 왜 보도 공정성을 이야기할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 좁기 때문입니다. 나와 이웃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요. 내 옆에 있는 MBC 동료들, 'PD수첩' PD들, 기자들, 아나운서들의 삶이 핍박을 받고 있는데, 대본 속 주인공의 삶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극중에서의 권선징악이 시급한 문제일까요? 현실에서의 정의 구현은 나몰라라한 채?

무엇보다, MBC의 뉴스가, 시사 교양이, 라디오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드라마에도 미칩니다. 오늘은 그것을 증명하는 '피디 수첩' 김재영 피디의 글을 올립니다.  

MBC 몰락 10년사③ : ‘드라마 왕국’을 폐허로 만든 MBC 사장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7221605011&code=940705

 

 

MBC가 살아나야, 언론이 살아나야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박근혜 감옥살이 꿀팁 전수’ 차수련, 27년만에 간호사로 돌아오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3817.html#csidxa1ff6da3744090bb17adad4410e3711

 

- 차수련의 복직이 우리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돌아왔을 때 노조원인 교환원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위원장이 복직했으니 다른 해고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겠냐’. 이제 해고 언론인들 차례입니다. 해고 언론인 복직 투쟁에 제 모든 역량을 걸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서 너무 조용해요.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도대체 뭘 하나요? 사장을 구속시키라는 요구가 시민사회에서 분출해야 하는데 너무 고요한 거예요. 성명으로는 약해요.”

- 언론인들과 특별한 인연이라도….

“수배 중에 남장을 하고 숨어 다닐 때, 명동성당에 진입하려는 저를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회사 차량에 태워서 들여보냈어요. 저는 해직 언론인 복직투쟁 촛불집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가했어요. 병원 노조를 하면서 언론 적폐 청산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언론 적폐가 모든 적폐 청산의 시작이에요.”

차수련 간호사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언론 적폐가 모든 적폐 청산의 시작입니다. 미디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입니다. 그 창이 깨끗해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어요.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삽니다.

MBC,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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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가끔 제 사진을 보고 깜짝깜짝 놀랍니다. ‘내가 이렇게 늙었나?’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머리는 반백에 정수리가 훤합니다. 스무 살 철없던 시절에는 나이 드는 게 싫었어요. 어려서는 사는 게 다 재밌었거든요. 특히 방학이 오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떠나거나, 도서관에 틀어박혀 종일 책을 읽었어요. 하루 24시간이 다 내 것이니 얼마나 좋아요. 어른이 되어 회사에 들어가고 가정을 꾸리면 내 시간이 없어 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살아보니 중년의 삶도 나쁘지는 않군요. 전국일주는 무리지만, 한강을 따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도 즐겁고요. 월급에서 푼푼이 돈을 모아 책을 사고, 일과 중 짬짬이 시간을 내어 독서를 즐기는 것도 행복합니다.

미국의 공영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하던 바버라 해거티는 53세 되던 해, 직장에서 일하다 갑자기 졸도합니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가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중년이라는 나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 마흔 이후, 위기는 갑자기 찾아옵니다. 건강의 위기든, 관계의 위기든, 실직의 위기든. ‘마흔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거듭한 후, 그 결과를 <인생의 재발견> (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 / 박상은 / 스몰빅인사이트)이라는 책에 담아냅니다.

풍요로운 중년의 삶에 도움이 되는 3가지 충고를 들려줍니다. 첫째, ‘활기차게 살라.’ 늘 하던 일만 반복하지 말고 새롭게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는 거지요. 활기찬 중년을 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요. 둘째, ‘행복보다는 삶의 의미를 추구하라.’ 인생의 보다 깊은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랍니다. 청춘의 시기엔 재미가 중요한데요, 중년의 시기엔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군요. 셋째, ‘생각이 경험을 결정한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에 대한 나의 반응입니다. 전자는 내 뜻대로 할 수 없지만 후자는 내 뜻대로 바꿀 수 있거든요.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어요. 나이 50이 되면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건강 악화나 실직, 가족의 붕괴 등 위기가 찾아올 때, 인생의 의미를 돌아봐야합니다.

MBC 드라마 PD인 저는, 2년 전 비제작부서로 전출되었어요. 내 나이 마흔 여덟에, 이제 드라마 녹화장에서 밤샘 촬영을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좌천이라니! 깊이 좌절했지요. 빅토르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어요.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토르 프랑클은 나치 강제수용소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희망을 찾는데, 겨우 주조정실 송출 업무를 하면서 엄살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근과 야근을 번갈아 교대근무로 일하는 환경에서 매일 책 한 권을 읽고 글을 쓰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어요.

“삶은 환경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직 의미와 목적이 결여되어 있을 때 견디기 힘들어진다.” (빅토르 프랑클)

청춘의 시기에는 재미가 중요합니다.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그 일을 잘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열심히 할 수 있고, 열심히 해야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20대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시기이고, 30대는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기입니다. 마흔 이후는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고 또 잘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시기 아닐까요? 재미보다는 이제 의미를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된 거지요. 삶의 기반은 닦아두었으니,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할 때입니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걸 고민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재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비즈한국> 연재칼럼 <김민식의 인생독서>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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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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