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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일단 무조건 가야하는 3가지 이유

by 김민식pd 2016. 1. 30.

(스마트폰의 메모를 정리하다보니 이과수 폭포 여행 중 써놓고,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 글이 있네요. 뒤늦게 공유합니다.) 

아르헨티나, 진짜 넓다.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브라질과 국경을 접한 이과수 폭포까지 버스로 20시간 걸린다. 하루 호텔비는 아꼈지만 오후 2시에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다음날 아침 9시다. 터미널에 오니 폭우가 쏟아지는 중. 여긴 열대우림지역이라 비가 자주 내리고 일기예보도 의미가 없단다. 버스에서 밤을 보내 피곤하니 그냥 숙소로 바로 가서 짐 풀고 오늘 하루는 쉴까?

 

짧은 순간, 머릿속에서는 하루 제끼자는 쪽과, 비가 와도 무조건 가자는 쪽이 설전을 벌였다. '하루 종일 비가 오면 어떡하지?' '우비 쓰고 다니지.'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그럼 그때 가서 쉬지?' 결국 일단 가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도착해서 잠시 우산 쓰고 걷다보니 날이 개었다. 지레 겁먹고 포기했다면 숙소에서 맑게 개인 하늘 보며 땅을 칠 뻔 했네. 역시 인생은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모른다.

취미삼아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업무상 필요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드라마 피디가 외국어 잘 해서 뭐하겠나? 전혀 필요없다. 그럼 그 힘든 걸 왜 하느냐고 묻는다.


 

먼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힘들지가 않다. 

나는 시간이 날 때, 문장 10개만 외운다. 스페인어 기초 회화를 암송하는데, 하나도 못 외우는 날도 많다. 이젠 나이 들어서 예전만큼 쉽게 암기가 잘 안 된다.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반갑다고 인사만 해도 된다.

여행을 다닐 때, 완벽을 바라지 않는다. 어떻게 매일 매일 날씨가 화창하고, 좋은 사람만 만나고, 환상적인 풍경만 보겠나. 그냥 그날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러다 얻어걸리면 다행이고, 뜻대로 안되면, 그게 또 여행이고 인생이다.

 

 

다음으로, 힘들지 안 힘들지는,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비를 맞으며 이과수 폭포를 보는게 힘들지 안 힘들지는 가보지 않고는 모른다. 힘들어도 죽지는 않는다. 오히려 힘들게 간 만큼 이과수 폭포에 걸린 무지개의 모습에 보람을 느낄 수도 있다. 여행도, 인생도, 딱 고생한 만큼만 보람이 있다.
 

영어 회화 암송이 힘들지 안 힘들지는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해봤는데 정말 죽도록 힘들면, 그때가서 포기해도 된다. 통역사도 많고 자동 번역 프로그램도 있다. 이과수의 호스텔 직원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데, 구글 번역기 화면에 띄워놓고 그걸로 일하더라. 어떤 미국애는 외국어 사전 어플로 스페인어 단어 찾아가며 쇼핑을 하더라. 이렇게 좋은 세상에 영어 안 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그러니 포기할 때 포기하더라도 일단 한번 시작해보자.

 

끝으로, 세상 일은 내 뜻대로 안 되어도, 내 마음은 내 뜻대로 하고 싶다.

사람들이 가끔 물어본다. 드라마 피디로 살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남의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은 게 제일 힘들다.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것은, 작가를, 배우를, 스탭을, 자유의지를 가진 수많은 전문가들을 내 뜻대로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수천만 시청자들도 내 뜻대로 끌고 가야한다. 내가 원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고, 의도한 대목에서는 눈물이 나야한다. 그래야 드라마가 완성되고, 시청률이 나온다. 이건 정말 힘든 과업이다.

난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혼자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내 마음 먹은대로 하고 산다. 블로그에 하루에 한 편 씩 글을 올리는 것은 드라마 연출에 비하면 정말 쉽고 즐거운 작업이다. 작가에게 채근할 필요도, 배우를 설득할 필요도, 카메라 감독과 싸울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과 싸우면 항상 내가 지는데, 나랑 싸우면 항상 내가 이긴다. 나랑 싸우면 누가 이기든 승자는 나니까. 게으른 나도, 부지런한 나도, 이긴 사람은 나다. ^^

 

여행의 쾌감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고 싶은 곳에서 잔다는데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하고 싶은 곳에서, 공부하고 싶은 순간에, 공부하고 싶은 만큼 공부할 수 있다. 


독학으로 외국어 공부하기, 세상에 이보다 더 즐겁고 보람된 일을 찾는다면, 그건 욕심이다. ^^

 

 

이 풍광을 보고, "우와앗! 이과수 죽인다!"하고 탄성을 질렀다.

음, 알고 보니 이건 이과수의 아주 작은 지류에 불과했다.

이과수 폭포,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여준다. ^^

 

매일 아침 머릿속에서 게으른 아이와 부지런한 아이가싸운다. 오늘 하루는 블로그에 새 글 올리지 말고 그냥 제끼자는 아이와, 기왕 시작한 김에 오늘도 글을 올리자는 아이가. 이달 들어 부지런한 아이가 30연승을 기록했다. ^^ 매일 새로운 포스팅,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2016년 새해 목표를 세웠으니 일단은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기로.

 

부지런한 나를 응원한다. 항상 내게 더 큰 보상을 안겨준 건 부지런한 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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