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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직장인 영어 고수의 한 수 지도

by 김민식pd 2016. 1. 26.

2016-20 국내파 영어 연수 (문성현 지음 / 혜지원)

 

암송을 위한 교재로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2015/12/21 - [공짜 영어 스쿨] - 쉬운 책으로 어렵게 공부하자

서점 영어 코너를 뒤져 찾아낸 책이었는데, 블로그에 소개한 후, 저자가 직접 댓글을 달았다. 자신의 다른 책을 보내겠으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날아온 택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보낸 주소가 지방의 어느 공기업이었다. 알고보니 저자는 국내에서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한 후, 공기업에 입사한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이 이렇게 내공이 심오한 영어 학습서를 내다니! 나는 그가 학원 강사나 영어교육 전문가인줄 알았는데.

 

*** 다독 비결 20

책을 좋아한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면, 출판사 편집자나 저자들과 인연을 맺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짠돌이라는 나의 성품을 아는 지인들이 책을 선물로 보내주기도 한다. (책 사는 돈은 안 아끼는데. ^^) 공짜로 책을 얻으면 성의가 고마워 열심히 읽는다. 이게 다 책 빚이 쌓이는 건데, 이렇게 빚진 인연으로 또 책을 읽게 되니, 이것도 짠돌이의 다독 비결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렇게 나온다.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 10년차!

영어와는 무관한 건축을 전공한 대한민국 순수 토종이다. 대학 졸업 후 30대의 나이에 영어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갈망으로 영어의 바다에 풍덩 빠진다.

토익 고득점과 취업으로 끝나는 영어!

그러나 들리지도, 말할 수도 없는 대한민국 영어교육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껴 각종 영어학원, 어학연수 등 닥치는 대로 공부를 했지만 끝내 귀와 입은 열리지 않았다.

몸소 모든 시행착오를 경험하다!

10년간 포기를 모르는 학습법 연구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몸소 경험하면서 드디어 대한민국 성인을 위한 <국내파 영어연수>를 집필하게 되었다.'

 

 

야, 역시.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 책을 읽어 고수에게 배우는 것이 삶의 낙이다. 그의 글 한마디 한마디에서 심오한 내공이 풍겨나온다.

 

'원어민 영어회화 클래스를 들여다보면 정말 가관입니다. 학생은 멍하니 듣고 있고 원어민 강사는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연습해야 할 사람은 구경하고 있고 잘하는 사람은 도리어 연습하고 있습니다. 뭐든지 자기가 직접 해야 잘하게 되는 겁니다. (중략)

평소에 영어를 접할 때 '이미지 그리기' 연습을 하는 것이 매우 좋습니다. 조금 더 발전하면 어떤 문장을 들으면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게 됩니다. 영어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해석을 하지 않고 이미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어로 해석하는 습관을 버려야 영어를 잘할 수 있습니다.'

(같은 책 13쪽)

매번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영어를 듣고 한국어 단어로 1대1 연결하기보다 이미지로 뜻을 떠올려야 한다. 상황 속에서 문장을 외우면 이것이 가능해진다. 그림이 떠오르면 저절로 영어가 튀어나온다.

'많은 사람이 '영포자(영어를 포기하는 자)'가 되는 이유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공부를 의무감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의무감으로 하는 것은 영어뿐 아니라 어떤 대상이라도 지겹고 흥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필요해서 할 때 비로소 즐거움이 되고 지속성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11년 동안 영어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이드 없이 하고 싶었던 단순하고 순수한 동기가 지금까지 오게된 원동력이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필요한 영어는 어떤 영어인가요? 자신에게 필요한 영어공부를 먼저 하시길 바랍니다.'

(같은 책 18쪽)

캬, 구구절절 어쩜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하실까? 토익이나 토플 공부는 즐겁지 않다. 기초 회화부터 배워야한다. 자신과 관련있는 표현 위주로 외우는 게 말문도 열리고 영어와 쉽게 친해지는 길이다. 언어를 마스터하면 시험은 절로 고득점이 나온다. 시험보는 요령 백날 공부해봐야 언어는 늘지 않는다.

'언젠가 'EBS 지식프라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젓가락질, 골프, 그리고 영어의 공통점'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거나 좋아하는 운동을 하듯 영어도 공부가 아니라 생활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어는 공부처럼 머리로 습득하는 '명시적 지식'이 아닌 몸으로 터득하는 '암묵적 지식'이라는 말입니다.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운동, 자동차 운전이나 수영처럼 틈나는 대로 연습해야 하는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 42쪽)

며칠 전 올린 특강 내용과도 상통한다. 외국어의 달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이것이다. 외국어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힌다는 것. 그러자면 매일 매일 자고 일어나면 책을 소리내어 읽고 걸어다니면서 섀도잉을 하고 누워서는 암송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게 중요하다. 어학 공부는 몸으로 하는 것이다. 

'말하기는 연습량에 비례합니다.

'프로 운동선수들은 자기 시간 중 20%를 시합에, 80%를 훈련에 투자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기 시간의 99%를 일에, 1%를 자기 계발에 투자한다.' 운동선수로 치자면 거의 연습도 하지 않고 시합에 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혼다 나오유키의 '레버리지 씽킹'에서-'

영어를 스포츠 경기에 비유해 보면 '듣기=관중', '말하기=운동선수'와 같습니다. 프로 운동선수와 관중은 모두 운동경기의 일부이지만 관중은 관람을 하는 수동적인 영역에 있는 반면 실제로 경기를 진행하는 프로 운동선수는 능동적인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즉, 관중에게는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프로 운동 선수는 승부가 걸린 단 몇 분의 경기에 임하기 위해서 엄청난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수동적인 영역과 능동적인 영역은 이처럼 근본적으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중략)

말하기를 잘하기 위해서 전화영어와 같은 도구를 선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전화영어를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화영어는 기대와는 다르게 말하기 실력을 그다지 높여주지 않습니다. 전화영어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문제인 것입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몇 개 안 되는 표현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불과 며칠도 안 되어 말하기 재료가 바닥나고 다람쥐 쳇바퀴와 같이 했던 얘기를 되풀이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전화영어에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간을 내서 다양한 표현으로 말하는 훈련을 병행해야 합니다. 즉, 인풋과 아웃풋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같은 책 80~81쪽)

저자 문성현은 어학코스도 밟고 해외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지만 별 재미를 못 보았단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풋을 위한 독학과 연습이 우선이다. 혼자 문장을 외워서 표현을 입력해둬야 외국인을 만나 말문이 쉽게 열린다.

 

일가를 이룬 고수들이 하는 얘기가 다 일맥상통하면서도 방법은 다 제각각이다. 나는 독학파라 '문장 암송'과 '받아쓰기' 두가지 방법으로 영어를 마스터했는데, 문성현 님은 받아쓰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나도 받아쓰기가 너무 힘든 공부방법이라 생각해 더이상은 권하지 않는다. 문성현 님은 또 단어장을 이용한 영어 공부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단어를 1,000개 알고 있는 사람보다 문장을 100개 알고 있는 사람이 영어를 더 잘 하는 사람입니다. 단어장 들춰 볼 시간 있으면 영어 문장 한 개라도 더 봐야합니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많이 본 사람이 영어를 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고질적인 나쁜 습관은 불필요한 단어장 만들기입니다. 단어장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사람은 영어를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것도 영어 단어와 한글 뜻을 일대일로 정리한 단어장은 최악입니다. 단어장을 만들 경우 해당 단어가 포함된 영어문장을 반드시 적어놓아야합니다.

어휘를 습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장 위주로 말하기 연습을 하면서 문장 안에서 어휘를 동시에 익히는 것입니다. 실제 문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자주 접해야 기억도 오래 갑니다. 특히 일상적인 기본 어휘들은 말하기 훈련을 통해 터득해야 합니다.'

(같은 책 142쪽)

단어 학습보다 문장 암기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는 나도 동의한다. 재미있는 점은, 얼마전 소개한 '그래서 오늘 나는 외국어를 시작했다'를 쓴 추스잉은 단어장 활용을 적극 추천한다는 것이다. 어떤 책은 시트콤 '프렌즈'의 대사를 예로 영어회화를 가르치기도 하고, (스토리가 있는 일빵빵 영어 회화) 또 어떤 책은 시트콤에 나오는 대화는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으니 그걸로 공부하는 건 반대라고도 한다. 영어 고수가 되는 길은 참으로 다양하다.

영어공부의 왕도는 어디에 있는가?

스스로 찾아낸 길이 바로 왕도다. 여기저기 헤매다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다면, 분명 어딘가에 이르게 된다. 그 길의 끝에 취업이 있을지, 여행이 있을지, 아니면 자막 없는 미드 시청이 있을지 모르겠다. 즐기다보면 어딘가에 도달할 것이다. 그렇게 헤맨 끝에 찾아낸 길이 바로 자신만의 왕도다. 길찾기는 간단하다. 끝까지 가면 된다. 중도포기하지 말고.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문성현씨처럼 하라.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영어 학습서 한권은 쓰겠다는 각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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