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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

여행 배낭 가볍게 꾸리기

by 김민식pd 2016. 2. 6.

2016-24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지음 / 비즈니스 북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강재형 아나운서 선배를 만났는데, 이 책을 갖고 계시기에 "우와! 나도 읽고 싶었던 책인데, 역시 안목이 탁월하십니다!" 했더니 "그럼 먼저 읽어봐." 하시며 선선히 빌려주시더라. 일전에 소개한 '우리집에는 아무 것도 없어'와 같은 맥락의 책이다. 요즘 일본에서는 버리기 열풍이 부는 모양이다. 버리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자기 계발의 새로운 트렌드?

 

다독 비결 24.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우와, 재밌겠다." "나도 이 작가 좋아하는데." 감탄사를 연발한다. 마치 맛있는 과자를 갖고 있는 친구 옆에서 어린 아이가 침을 흘리듯이. 옛날의 다독가들은 책을 훔치는 건 죄가 아니라고 우기기까지 는데, 구걸하는 건 그냥 애교가 아닐런지. 남의 책에 격한 애정 표시를 하며 사는 것도 다독의 비결. ^^ 

  

일본책을 보면 10년 후 한국 사회를 읽을 수 있다. 몇 해전에만 해도 일본에서는 집 꾸미기, 온갖 물건 수집하기가 취미였는데, 요즘은 모아둔 물건 내다버리기,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기가 유행이다. 장기 불황이 낳은 신 풍속도인가? 한국에도 머지않아 버리기 열풍이 도래할 것 같은 느낌이다. 차면 기울고, 쇠하면 차오르는 게 세상 이치런가.

 

단순하게 살고 싶어도 식구가 있는 경우, 쉽지 않다. 가족의 공동 소유 물건이 많은데, 함부로 내다버릴 수도 없고. 나에게는 단순한 삶을 실천해보는 기회가 바로 배낭여행이다. 여행 다닐 때, 가급적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가볍게 다닌다. 

 

여행은 소유보다 존재에 방점을 찍는 삶의 양식이다. 사물을 소비하기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그런 점에서 여행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여행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기고, 오래오래 느끼게 해주는 방법이다. 가급적 그날의 느낌은 그날 기록하고, 그날의 사진도 그날 정리하는 게 좋다. 나중에 여행 마치고 돌아와 한꺼번에 기록하려면 방학 마지막날 일기 몰아서 쓰듯이 귀찮은 일이 되고 만다.

 

현지에서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는데, 무게가 장난 아니다. 히말라야나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할 때는 짐을 지고 산을 오르기에 배낭이 무조건 가벼워야하는데.

고민 끝에 블루투스 키보드와 OTG케이블, 그리고 스마트폰 용 애플리케이션 덕에 답을 찾았다.

여행지에서 글감이 떠오를 때마다, 스마트폰의 에버노트에 메모해둔다. 저녁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에버노트의 메모에 살을 붙인다. 글이 완성되면 스마트폰에서 티스토리 애플리케이션을 띄우고, 에버노트에서 작성한 문서를 불러온다. DSLR 카메라에서 그날 찍은 사진 파일을 OTG 케이블과 SD카드 리더기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옮긴다. 

배낭족에게는 OTG 케이블이 강추다. 대용량 USB 메모리와 함께 가져가면 스마트폰의 외장 하드처럼 쓸 수 있다. 평소 보고 싶었던 미국 드라마 파일을 마음껏 다운받아 가고, 다 본 드라마 파일을 지운 자리에는 현지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채워 돌아온다.

ps. 짐을 줄이는 또 하나의 팁. 

매일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할 때, 그날 입은 속옷과 셔츠, 양말도 바로바로 빤다. 옷을 많이 쌀 필요가 없고, 빨래를 짊어지고 다닐 이유도 없다. 가벼운 빨래는 세면대에서 손으로 빨고, 등산 바지 같은 것은 서서 발로 빤다. 홀딱 벗고 빨래하다보면 몸도 잘 마른다. ^^ 두꺼운 수건 필요없이 얇은 스포츠 타월 한 장이면 해결된다. 여행 다닐 때는 쉽게 잘 마르는 등산복이나 스포츠 웨어가 좋다. 무겁고 두꺼운 옷 한 벌보다는 얇고 가벼운 옷을 여러겹 겹쳐 입는 것도 여행 짐꾸리기의 묘다.

 

90년도에 배낭여행 다닐 때는 나라별 가이드북에 현지 지도, 카메라, 책, 등 끙끙대고 들고다녔는데, 요즘은 이 모든 게 스마트폰 하나에 다 들어간다. 배낭여행 다니기 정말 좋은 세상이다. 

언젠가 은퇴하면 잭 리처처럼 살고 싶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그저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방랑자로.

 

단순한 삶, 여행으로 실천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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