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는 여름 휴가가 없습니다. 이럴 때 저는 여행관련 책자를 읽으며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못 가는 입장에서 남의 여행기를 읽으면 배만 아프지 않냐고요? 저는 책의 주술적 힘을 믿어요. 여행기를 읽으며 자극을 받으면 여행을 꼭 떠나게 됩니다. 방랑을 재촉하는 여행서의 세계로, 떠나봅시다.
2016-153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 효형 출판)
이 분 책을 읽고 제대로 된 방랑을 꿈꿉니다. 은퇴하고 나이 60에 실크로드 걷기 여행에 도전한 분입니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2000킬로를 걸어서 여행합니다. 장거리 도보 여행자에게 제일 큰 난관은, 근처 마을로 가는 길을 물을 때마다 웃으며 차로 태워주겠다는 선한 유목민들이군요. 걸어서 국경을 건넌다는 60 노인의 얘기에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짓지요. 아, 정말 이렇게 멋지게 늙는 법도 있군요. 이 책 덕분에 노년의 희망이 남아있음을 깨닫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운동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어요. 이 분은 마라톤으로 체력을 다졌더군요.)
2016-154 4,300km (양희종 / 푸른 향기)
175일간 미국 PCT 트레킹에 도전한 서른 살 한국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4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모험 여행을 떠나려고 고민하던 차에 영화 '와일드'를 보고 문득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 종단 여행을 떠났답니다. 여행은 이렇게 해야죠. 작년 가을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요세미티 공원에 갔을 때, 자기 키만한 배낭을 매고 주렁주렁 비닐을 끌고 다니는 노숙자들을 많이 보았어요. 책을 보니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이 요세미티 공원을 지나는군요. 아, 그때 그 거지들이 트레커들이었구나! ^^
오지탐사대 후배들에게 저자가 남긴 글이 있어요.
'절대 사전적 의미의 '오지'와 '탐사'만을 인정하고 쫓지 마십시오. 그러다 보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상주의자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저는 '오탐's 트랩'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우리를 남들보다 엄청 뛰어나고 앞서가는 집단이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경쟁률이 치열했던 오탐에 선발되신 여러분이라면 물론 뛰어난 분들이죠. 하지만 가끔 현실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볼 때가 있습니다. '왜 바보처럼 일만 하지?' '왜 꿈을 잃었지?' '저렇게 사는 건 인생이 아니야. 인생은 항상 도전이지!' '역시 저렇게 살아야지. 나도 떠나야겠어!' 누구의 인생도, 누구의 도전도, 누구의 역할도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각자만의 이유가 있고 각자만의 도전이며 그들만의 '오지'이고 '탐사'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책 71쪽)
맞아요, 저 역시 경계하는 점입니다. 때론 저기 그곳, 만을 꿈꾸다 여기 이곳, 의 생활을 놓칠 수가 있어요. 트레킹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양희종씨, 퇴직금 다 쓰고 적금도 깼는데, 아직도 카드청구서가 날아온다는군요. 직장이나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 장기 트레킹 여행은 쉽지 않지요. 숙박비도 안 들고, 교통비는 단 돈 3000원 (항공료 필요없이 전철비만^^), 식사는 김밥 1줄로 가능한 아주 특별한 트레일을 알고 있어요. 바로 서울 둘레길이지요. 이곳을 먼저 도전해보아요. 오지는 멀지 않아요. 내가 사는 이곳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곳이 바로 오지에요.
2016-155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마이케 빈네무트 / 배명자 / 북라이프)
제 궁극의 버킷 리스트가 1년 간의 세계일주입니다. 그래서 세계일주 여행기를 즐겨 읽습니다. 먼저 떠난 이들의 노하우를 따라하려고.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TV 퀴즈쇼에 나가서 받은 50만 유로의 상금이 이 분의 세계 일주 경비. (이걸 어떻게 따라 해! ^^) 50세 싱글 여성이라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자유기고가인지라 여행을 하면서도 1달 중 10일은 일하고, 20일은 여행을 즐기면서 생업을 이어갑니다. 이건 뭐 따라할 수 없는 레벨이군요. 보다가 괜히 약만 올랐다는... ^^
2016-156 안녕, 아프리카 (김성호 / 시대의 창)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보도를 보니, 많은 언론들이 안타까워하더군요. '대통령께서 그 바쁜 와중에 링거 투혼을 발휘하면서 아프리카까지 다녀오셨다.' 네, 아버지의 치적인 새마을 운동을 홍보하러 우간다까지 가셨는데, 그거 아세요? 우간다 현직 대통령의 재임기간은 1986년부터 현재까지입니다. 아버지가 못다이룬 영구집권의 꿈을 직접 실천하는 분을 만났으니 얼마나 감개무량하셨을까요.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방한해주시는 대통령께서는 5대양 6대주를 누비시는데, 왜 난 여태 아프리카를 한번도 안 갔을까? 그래서 아프리카 여행기를 찾아읽었어요. 아프리카가 낯선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저자가 기자여서 그런지 글을 참 찰지게 잘 쓰시네요.
'젊은이는 청춘의 진로를 묻기 위해, 중년은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노년은 인생의 정돈을 위해 여행이 필요하다. 여행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온전히 안고 떠나고, 그 삶으로 보고, 또 그 삶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가. 인생에서 적절한 방랑은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
(위의 책 576쪽)
맞아요. 항상 위기의 순간이 오면 저는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빨간 주머니, 파란 주머니처럼 여행이라는 카드를 꺼냅니다. 삶이 힘들 때는 여행만한 처방도 없어요. 이 책을 읽고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불끈 치솟아요. 그중에서도 탄자니아가 특히 눈길을 끄는군요.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의 나라! 네, 다음 여행지는 탄자니아로 정했습니다. 언제 갈 지는 몰라도, 갈 곳은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오늘, 여기를 삽니다.
2016-157 여행의 심리학 (김명철 / 어크로스)
올들어 읽은 여행책 가운데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단연 이 책입니다. '여행의 심리학!'
여행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합니다. 여가 시간과 여분의 돈을 한번에 들이지요. 1년에 한번 떠나는 여름 휴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인 김명철 박사는 사람에 따라 성격에 맞는 여행 패턴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나를 알고, 여행지를 알면, 여행이 즐겁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책을 읽으면서 내내 감탄하며 이마를 쳤어요. 아, 이 책을 내가 20대에 읽었더라면, 내 평생의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을 텐데! 여행자를 위한 최고의 복음서가 이제야 세상에 나왔군요.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2016 여름 휴가철 필독서라는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여행의 심리학'을 알리려고 쓰기 시작한 포스팅인데, 다른 선수들 소개 하느라 글이 길어졌군요. '여행의 심리학'은 따로 다시 소개하겠습니당~ 일단 근무하러,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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