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쿠르베 스피커를 장만했습니다. 직접 손으로 만든 수제 스피커라 가격이 만만치는 않지만 내 자신을 위해 그 정도는 선물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왕에 스피커를 산 김에 문화적 수준도 좀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클래식 씨디를 사다 놓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음... 그런데, 역시 클래식은 좀 어렵더군요. 어쩌나?
그러다 얼마전 애서가들 사이에서 걸작이라고 전해지는 만화 세 권을 구했습니다. 바로 남무성 님이 그리고 쓰신 '페인트 잇 록' 오오옷! 이 책은 정말 희대의 레전드급 작품입니다. 록의 역사를 만화로 그려낸 것인데요. 역시 무언가에 미쳐서 산다면 이 정도 경지에는 올라봐야지, 싶네요. 음악에 미쳐 산 작가가 역시 음악에 생을 바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재치있게 그려냅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우리가 흔히 듣는 음악 뒤에 숨겨진 사연을 듣는 재미입니다. 조안 바에즈가 알콜 중독이 된 사연이나 메탈리카와 메가데스가 경쟁 그룹이 된 이야기 등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글과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책을 읽으며 듣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유튜브를 띄워 검색해서 들어봅니다.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 덕분에 유튜브로도 꽤 좋은 음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박성제 선배가 만든 쿠르베 스피커는 외양만 이쁠 뿐 아니라 소리 역시 어마무지하게 좋은 괴물기기입니다. 유튜브로 공연 실황을 띄워보면 아파트 거실도 마치 웸블리 스타디움인양 록 스피릿으로 가득 채워줍니다. 메탈리카의 S&M 공연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과 메탈리카의 협연! 클래식과 헤비메탈의 만남!) 씨디를 틀어놓으면 온 몸에 소름이 쫙쫙 끼칩니다. 쿠르베, 진짜 전설의 명기가 되겠네요. 요즘 저는 새벽에 108배를 할 때도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팟캐스트를 쿠르베로 틉니다. 쿠르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 마치 산골 암자에서 스님을 모시고 홀로 공양 드리는 듯 깊고 웅장한 맛이 베어나옵니다. 스피커 하나로 삶의 퀄리티가 이렇게 바뀌는군요. ^^
(거실에서 좋은 스피커를 독차지하는 게 미안해서 딸 공부방에는 보스에서 나온 PC용 스피커를 넣어줬습니다. BOSE 컴패니언 II 시리즈, 15만원 정도 하는 보급기인데, 가격 대비 성능비가 참 좋습니다. 컴퓨터로 음악을 많이 듣는 분이라면 추천할만 합니다.)
저는 연애 예찬론자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일이거든요. 제 첫 여자 친구가 연극 동아리 극회 활동하는 친구였는데요. 그 친구 덕에 대학로 연극을 처음 찾아봤지요. 이후, 연극과 뮤지컬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이젠 연애보다는 취미 예찬론자입니다. 새로운 취미 하나가 생기면 중년의 남자도 인생이 바뀌거든요. 쿠르베를 만난 이후로 음악 감상이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어요.
끝으로 제가 요즘 즐겨듣는 노래 하나 추천하고 물러납니다. 프렐류드 전영랑의 '태평가'입니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닐리리야
닐리리야 니나노
인생, 뭐 있나요. 하루하루 즐기다 가는 거지.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p.s. 혹시 쿠르베가 뭐지? 하시는 분이라면 예전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2014/09/28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그리고 여기는 쿠르베 홈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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