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연을 했다. '김민식 피디의 파업 이야기'라고 쓰고 '즐겁게 사는 법'이라 읽는다.
난 항상 어느 자리에서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우스개로 말을 꺼내는데 그럴 때 가장 유용한 농담이 자학개그다.
"지금 이 사진 보면서 그런 생각하고 계시죠? MBC에서 피디 뽑을 땐 인물은 안보나? 봅니다. 다만 남방계를 특별히 선호할 뿐이죠."
"고등학교 때 제 별명이 베트콩, 보트피플, 필리피노였어요." 청중 폭소. "저기요, 이렇게 빵 터지시면 안되죠.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아니 왜 그런 별명이 생겼지?'하면서 의아해하셔야지, 이렇게 웃음을 터뜨리면 실례 아닌가요?"
나는 딴따라 피디로서 스스로를 이 시대의 광대라 생각한다. 광대가 대중을 웃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학개그다. 자학개그하면, 자빠지고 쓰러지고 접시에 코를 박는 몸개그가 최고지만, 나는 누가 봐도 놀리기 좋은 후진 외모를 타고난 덕에 굳이 몸을 혹사하지 않아도 된다. 감사해요, 엄마 아빠!
언제 어른이 되는가? 어린 시절, 나의 외모는 아이들의 놀림감이었다. 그게 괴로웠다. 어른이 되는 건 자신의 인생의 주도권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고 스스로 찾는 일이다. 나는 내가 스스로의 외모를 우스개의 소재로 삼기 시작하면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놀려도 내가 놀릴 거야! 니들은 놀리지 마!
자학개그, 나름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민 교수님은 따라가지 못한다. 이 분의 개그 공력은 최고다. 오늘은 서민 교수님의 글 '외모로 놀리지 맙시다'를 소개한다.
외모 갖고 놀려도 된다. 다만 잘 나가는 사람만 놀리자. 어린 사람이나 아직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을 놀리면 트라우마가 된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람, 대통령? 쯤은 되어야 외모를 갖고 놀려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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