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에서 시간관리에 대한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어요. 오늘은 두번째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스무 살에 제가 1년에 200권의 책을 읽고 도서관에서 다독상을 탄 적이 있는데요. 그 시절 다독의 비결은 무협지였어요. 당시 도서관에서 김용의 <영웅문>을 읽었고요. 50권짜리 무협지를 손에 잡는 순간 독서량은 확 늘어납니다. (다독의 치트키 ^^) 인생이 우울했던 저는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무협지를 선택했어요. 책에는 저처럼 찌질한 청춘이 나옵니다. 그가 우연히 절세고수를 만나 무림 비급을 손에 넣고 무공을 익히게 됩니다. 그런 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악의 무리를 처단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고 영웅으로 등극하지요.
저도 그런 삶을 꿈꾸며 열심히 무협지를 읽었는데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무협지를 백날 읽는다고 내가 고수가 되는 건 아니구나. 구음진경이나 역근경같은 무림 비급이 현실에서 존재하지는 않는 걸까요? 도서관에 갔더니 있더군요. 자기계발서요. 인생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 쓴 책을 읽고 그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면 나의 역량을 키울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타이탄의 도구들>은 최고의 무림비급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알려주는 성공 비법이 가득한 책이거든요.
<타이탄의 도구들 :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거인들의 61가지 전략> (팀 페리스 저/박선령,정지현 공역)
시간 관리에 대한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팀 페리스가 쓴 책인데요. 그의 전작,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보면, 그가 시간 관리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시간을 정말 효율적으로 쓴다면 하루 4시간만 일해도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요. 그는 수백 명의 최고 전문가, 즉 타이탄을 만나 묻습니다. “당신은 아침에 일어나면 뭘 합니까?” 일의 성과가 뛰어난 사람이 눈을 뜨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던 거죠.
그들이 아침에 하는 일을 5가지로 정리하는데요.
1. 잠자리를 정리하라(3분)
오사마 빈 라덴 체포작전을 성공적으로 진두지휘한 해군 제독 윌리엄 맥레이븐이 한 말이에요.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한다는 건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달성했다는 뜻입니다. 작지만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존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일을 해내야겠다는 용기로 발전합니다. 하루를 마무리할 무렵이 되면 아침에 끝마친 간단한 일 하나가 수많은 과업 완료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인생에서는 이런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2. 명상하라(10~20분)
시간 관리의 핵심은 집중이고요, 내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타이탄들 중 80퍼센트 이상이 매일 아침 어떤 식으로든 ‘마음 챙김’ 수련을 한다고요. 마음 챙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3. 한 동작을 5~10회 반복하라(1분)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조코 윌링크는 매일 늦어도 새벽 4시 35분에는 일어납니다. “적보다 먼저 일어났다는 심리적 승리감이 좋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이 일어나기 전에 훈련을 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가벼운 스트레칭을 1분 이내로 합니다. 타인보다 먼저 깨어 있다는 사실, 타인보다 먼저 뭔가를 했다는 사실이 그의 삶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이 강력하다고요.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 제가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예요. 일어나서 가장 먼저 회사 일이나 집안일을 하는 대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는 강한 확신이 나를 세웁니다. 다만 경쟁자보다 먼저 일어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남보다 먼저 잠자리에 드는 겁니다. 수면 부족은 오히려 능률을 떨어트리거든요.
4. 차를 마셔라(2~3분)
아침에 마시는 차는 인지능력 개선과 지방 분해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한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받아 매일 아침 음양탕을 마십니다. 음양탕이 뭐냐고요? 네, 보리차 끓인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고요. 일어나서 수돗물을 끓인 후, 차가운 보리차와 뜨거운 물을 섞어 마십니다. 이게 음양탕입니다. 가장 저렴한 한약이지요. 맹물이니까요. ^^ 밤에 잠을 자는 사이 우리 몸에는 탈수가 일어나고요, 일어나서 가장 먼저 음양탕을 마십니다. 빈 속에 차가운 물을 마시면 장에 좋지 않고요, 뜨거운 물을 마시면 혀나 입천장을 델 수 있습니다. 음양탕으로 적절히 온도를 조절한 물을 차처럼 마십니다.
5. 아침 일기를 써라(5~10분)
밤에 쓰는 일기가 아니라 아침에 쓰는 일기. 밤에만 일기를 쓰면 ‘오늘은 정말 스트레스 많았고 짜증나는 하루였어’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곤한 하루의 마무리가 아니라 활기찬 하루의 시작을 위해 쓸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군요.
여러분의 모닝 루틴은 무엇인가요? 책을 읽고 문득 저의 아침 루틴을 정리해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들고요. 오전 4시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납니다. 알람은 맞추지 않습니다. 퇴사한 이래 알람을 쓰지는 않습니다. 그냥 푹 자고 일어나요. 드라마 피디로 일할 때 새벽 3시에 퇴근해서 아침 6시 알람에 맞춰 3시간만 자고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거든요. 이제 드라마 피디라는 일은 그만뒀기에 충분히 자고 일어납니다. 오히려 알람을 쓰는 건 낮잠 잘 때입니다. 오후 3시부터 30분간 낮잠을 자는데요. 파워냅 power nap이라고 하지요. 탁구 수업을 받거나,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점심을 먹으면 식곤증으로 졸립니다. 낮잠 한번 자면 다시 생산성이 올라가는데요. 낮잠은 30분 이내로 자는 게 좋습니다. 길어지면 잠에 취해 오히려 머리가 무거워지고요. 밤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건 주전자로 소량의 물을 끓입니다. 주전자를 인덕션에 올린 후, 매트를 펴고 유튜브에서 ‘힙으뜸 아침 10분 스트레칭’ 영상을 틀어놓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밤 사이 굳어진 팔과 다리를 풀어주고요. 스트레칭이 끝나면 끓인 물에 소금을 풀고 미지근한 물로 만들어 입안을 헹굽니다. 밤새 입안에서 번식한 박테리아를 씻어줍니다. 그런 다음 음양탕을 제조해 마시고요. 남은 물에 다시 소금을 풀어 코를 세척합니다. 감기 예방에 좋다고 책에서 읽었거든요.
그런 다음 듀오링고 앱을 열어 일본어 회화 공부를 합니다. 2025년 1월 25일 현재 기록이 297일 연속 이용인데요. 혹 낮에 바빠서 까먹으면 연속 기록이 깨어지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일단 5분 정도 공부해서 기록을 이어갑니다. 낮에 여유가 있을 때 게임 삼아 더 하기도 하고요.
그런 다음 낭송을 합니다. 이건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루틴입니다. 지난 1월에 스리랑카 불교 성지 순례를 하면서 마음이 좀 불편했어요. 이렇게 불교 신자가 많고,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인데, 왜 이 나라는 이렇게 가난한가? 왜 이 나라의 부정부패는 해결되지 않는가? 그러다 문득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가 현대 자본주의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게 아닐까? 다시 경전을 제대로 살펴보자, 싶어 <낭송 금강경 외>를 읽기 시작했어요. 고미숙 선생님과 함께 남산강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접한 책인데요. 아침에 불경을 소리 내어 읽는 게 저로서는 명상입니다.
다음에 하는 일은 메일 확인입니다. 강연 요청이나 강의안 요청이 있나 보고 일정을 확인하고요. 그날 강연이 있다면 장소와 이동 시간을 체크합니다. 인터넷에 들어간 김에 블로그에 올릴 글을 확인하고 수정하기도 하고요. 왜 매번 살펴보지만 늘 오타는 꼭 나오는 걸까요? ^^
6시가 되면 아침을 먹습니다. 먼저 ‘노브랜드’ 패밀리 샐러드를 먹습니다. 채소와 과일식으로 하루 첫끼를 시작합니다. 샐러드에 하루 견과를 올리고 오리엔탈 샐러드 드레싱을 두른 후 과일을 얹습니다. 계절 과일을 올리는데, 요즘은 레드향이 올라갑니다. 과일을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혈당을 조심해야 하니까요.
채소 과일 샐러드를 먹은 후, 단백질을 섭취합니다. 백숙을 끓여 먹기도 하고, 랭킹닭컴에서 산 닭가슴살 스테이크로 간편하게 먹기도 하고, 계란프라이나 생선을 굽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미밥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합니다. 아침에 탁구를 친다면,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탄수화물이 꼭 필요합니다. 잘 먹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근육이 빠질 위험이 있거든요.
밥을 먹은 후에 그릇을 정리해 식기세척기에 넣고요, 다음에 나올 책이나 강의안 작업을 합니다. 1시간 정도 일하고 탁구를 치러가거나 헬스장에 갑니다. 나가기 전에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 세탁기를 돌립니다. 내가 없는 동안 3분의 기계 이모님들이 열심히 일을 하시겠지요. 단조롭거나 귀찮은 일은 기계 이모님들에게 맡기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 나의 건강을 지키는 일,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며 오전 시간을 보냅니다.
트레바리 모임 멤버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1. 책에서 만난 ‘내가 닮고 싶은 나의 스승’은 누구인가요?
2. 인상적인 구절을 고르고, 그 글이 마음에 든 이유를 함께 소개해 주세요.
3. 책을 읽고 내 삶에 꼭 필요한 도구라 여겨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습관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모쪼록 우리 모두 시간의 주인으로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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