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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꼼수 팬의 나꼼수 출연기

by 김민식pd 2012. 5. 25.

 

난 지독한 덕후다.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혼자 무언가에 빠져서 지내는 걸 더 좋아한다.

 

덕후의 최종 단계가 무언지 아시는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외대 통역대학원을 다니며, 일상 영어 표현을 익히기 위해 청춘 시트콤 '프렌즈'를 시청하다 그만 중독되어 버렸다. 그래서 한국판 '프렌즈'를 만들고 싶어 MBC에 입사했다. '남자셋 여자셋'의 조연출을 맡고, 나아가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의 연출로 데뷔하게 된 것도, 나 자신 지독한 시트콤 마니아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미친듯이 좋아해야한다. 즐기고 비평하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것을 만드는 단계까지 가야 진정한 덕후라 할 수 있다.

 

나는 '나꼼수'의 오리지널 팬이다. 매스미디어의 피디로서 소셜미디어의 스타를 소개한 것이 작년 6월의 일이다. '나꼼수'가 전국적 팬덤을 형성하기 전의 일이다. 나는 김어준 총수의 책을 읽으며 이 멋진 쿨가이가 언젠가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2011/01/30 - [공짜 PD 스쿨/100권읽기 추천목록] - 100권 읽기, 추천 목록 2. 2008년.

 

2011/06/24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팟캐스트의 절대고수, 김어준

 

2011/07/07 - [공짜 PD 스쿨] - 역시 선수였어!

 

'나는 꼼수다'의 성공 비결은? 김어준 총수의 캐스팅이다. 각 분야의 최고 선수들만 모았다. 정치계의 최고 깔때기이자 가카의 치명적 약점인 BBK 최고 전문가인 정봉주 의원. 대한민국 탐사보도의 1인자이자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시사IN 주진우 기자, 라디오 피디 및 시사 평론가로 활동한 경험 덕에 팟캐스트 방송 제작에 있어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김용민 피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그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껄껄 웃으며 신명을 불어넣고, 어려운 정치 시사를 대중의 시각에서 쉽게 정리해주는 천재 전략가 김어준 총수까지.

 

나는 '논스톱'을 만들기 전에, 프렌즈의 에피소드 수 백 편을  몇번씩 돌려봤다. 사람들이 어느 포인트에서 웃고, 이야기의 구성은 어떤 식으로 전개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나는 꼼수다'를 카피한 팟캐스트 '서늘한 간담회'를 만들기 위해, 김어준 총수가 '나꼼수'를 띄운 성공 전략을 꼼꼼히 연구했다. (나꼼수를 연구했는데, 왜 그 정도 지방방송 밖에 못만드냐고 묻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내가 김어준 총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꼼수 녹음하고 다시 한번 좌절했다. 김어준은 정말 탁월하구나... 우리 마누라가 나보다 총수를 애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ㅠㅠ 젠장!)

 

MBC 파업을 알리는 유튜브/팟캐스트 '파업 채널 M'에서 '서늘한 간담회'를 시작한 이유? '제대로 뉴스데스크'나 '파워업 피디 수첩'에서 하는 정통 시사 보도도 중요하지만, 웃고 떠들면서 사장을 놀려먹는 '나꼼수'식 콘텐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에서 전단지 10000장 돌리는 것 보다, 팟캐스트 조회수 10000건을 넘기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단식 농성이나 분신보다는 이게 더 재밌으니까.^^ 

 

'나는 꼼수다'를 깊이 애정한 결과, '나꼼수' 아류작도 만들었고, 그것도 모자라 김총수 빠돌이로서 벙커원까지 습격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총수를 깊이 애정한다. 이렇게 싸움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도 '나꼼수'이고, 조중동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팟캐스트라는 무기를 우리 손에 안겨 준 것도 김어준 총수다. '뉴스타파' '이슈 털어 주는 남자' '파업채널 M'의 출범은 모두 '나꼼수'의 성공에 빚진 결과다.

 

팟캐스트라는 놀라운 신세계를 좋아하는 이유? '프렌즈'를 아무리 좋아해도 MBC 입사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논스톱'은 만들 수 없다. 매스미디어는 화려한 세계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세계는 아니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다르다. '나는 꼼수다'의 팬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아류작들을 보라. '나는 일반인이다' '나는 선수다' '나는 친박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 이렇게 쉬워졌다. 팟캐스트의 등장으로 덕후들에게 천국의 문이 열린 것이다. 할렐루야!

 

'나꼼수'의 열렬한 팬이라면, 그들을 영웅으로 떠받들고 우상화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도 그들처럼 멋지게 싸우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우리들 하나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자객단이 되어야 한다. 그게 진짜 덕후가 가야할 길이다.

 

'서늘한 간담회'를 만들면서 캐스팅에 많은 고심을 했다. MBC에는 대중적 인기가 있는 캐릭터 강한 사람들 많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 조합원들을 배제하고 노조 집행부가 직접 마이크를 잡기로 했다. 이것은 평범한 이들의 전쟁이다. MBC 입사해서 기자로서 피디로서 경영인으로서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 김재철이라는 악당을 만나 선봉에 서게 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을 모아, 우리도 치열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난 이것이 진정한 나꼼수 덕후 정신이라 생각한다. 그들처럼 비범하지 않아도 싸울 수 있다는 것.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 출두하는 MBC 노조 집행부 5인.

사진 왼쪽부터, 간땡이 2, 69년생 이용마, 간땡이 1, 68년생 김민식^^, 간땡이 3, 0.1톤 강지웅,

노조 위원장 정영하, 간땡이 4로 승격한 장재훈...이용마 강지웅 정영하는 파업 기간 중 해고되었다.)

 

    

이것은 전쟁이다.

구속을 각오하고 시작한 전쟁이다.

이 멋진 싸움의 방식을 우리에게 가르쳐준 '나는 꼼수다' 팀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벙커원에서의 녹음 황홀했다.

'이젠 잡혀가도 좋아!' 라고 생각할 만큼... ^^  

 

'나는 꼼수다' 봉주13회 듣기 http://www.podbbang.com/ch/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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