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육아일기를 쓰는 이유

by 김민식pd 2018. 11. 21.

글쓰는 아빠로 사는 건 은근히 바쁩니다. 아침이 특히 그래요. 새벽에 일어나 블로그 글을 쓰면서 아침 준비를 합니다. 6시에 쌀을 씻어 밥을 앉히지요. 밥솥에서 김이 오르면 아주머니가 전날 준비해두신 국이나 찌개를 데우고요. 직접 하는 반찬으로는 달걀 후라이가 가장 만만합니다. 때로는 계란옷을 입힌 소시지도 합니다. 글을 발행한 후, 식탁을 차립니다. 7시가 되면 고교생인 큰 딸을 깨웁니다. 둘째 민서가 깨어나 부스럭거리면 달려가 안아줍니다. 민서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릅니다. 슈퍼 히어로가 주인공인데, 스토리라인은 전통 동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줍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가 식탁에 모여 앉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과일을 자릅니다. 출근이 이른 마님은 바쁩니다. 출근 준비를 마친 아내가 집을 나설 때, 온 가족이 문가에 도열해 인사를 합니다. 아내가 간 다음에 큰 애가 등교를 하고요. 둘째가 제 휴대폰을 가지고 10분 정도 놀다가 가방을 챙겨 나갑니다. 온 식구가 나간 다음, 식탁을 정리한 후, 그제야 출근 준비를 합니다.


MBC 후배 중 김신완 피디가 '아빠가 되는 시간' (김신완 / 메디치)이란 육아서를 냈어요. 피디라는 바쁜 직업인으로 살면서 세 아이의 아빠로 사는 시간에 대해 글을 썼어요. 


늦은 것까진 아니지만, 이르지 않은 나이에 아이들이 생겼다. 종종 부모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 몸서리쳐진다.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 곁을 지켜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부모가 없어도 아이들이 부모의 손길을 느끼게 해줄 수는 없을까? 또 아이들이 다 큰 훗날 나는 무엇을 전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태어난 후 아빠로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오래 고민했다. 대단한 건 못해줄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을 잘 기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성장해온 역사를 적어 성인이 되었을 때 보여주면 그때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당장 한 달 전의 아이 모습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6개월 전 아이의 동영상을 보면 저랬을 때가 있었구나 싶다. 망각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자주 써서 그때그때 기록하는 수밖에 없다. 또 아이들을 키우며 전할 "사랑한다"는 말도 좋지만 인생에 겹겹이 쌓인 순간들과 맞닿아 있는 수많은 모습의 사랑 고백을 전해주고 싶었다. 


(<아빠가 되는 시간> 81쪽)


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군요. 저는 적성을 찾아 여러 직장을 전전하느라 결혼이 늦었어요. 심지어 둘째는 나이 마흔에 얻었습니다. 가끔 이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에 내가 아이 곁을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듭니다. 새벽에 일어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대학생 독자가 올린 질문에 답을 달 때도 있어요. 아이들이 비슷한 고민을 할 때, 내가 블로그에 남긴 글이 답을 대신해줄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글을 씁니다. 책을 쓸 때도 같은 마음입니다.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궁금해할 아이에게 진심을 담은 충고를 전하고자 책을 씁니다. 내년 봄에 나올 3번째 책까지 완결되면,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단락짓는 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아빠가 되는 시간>, 터울이 적은 어린 세 아이를 동시에 키우며 일하는 30대 아빠의 고군분투기가 그려집니다. 많은 고민을 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는 부지런한 저자에게서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을 찾아봅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육아 일기를 쓰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블로그에 육아 일기를 올리는 모든 엄마 아빠를 응원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