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연출론, 마지막 시간이다. 오늘은 예능 연출의 품성과 덕목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첫 시간에 말한, 예능 PD의 3가지 품성론 (창의성, 열정, 대인관계)이 송창의 선배님에게 배운 것이라면, 오늘 이야기하는 예능 PD의 4가지 역할은 주철환 선배님께 배운 것이다. 예능 PD에게는 4가지 역할이 있다.
1. Entertainer (예능인)
오락 PD는 시청자들을 상대로 놀아주는 직업이다. 무엇이 사람을 웃게 하는지, 무엇이 사람을 즐겁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시청자를 위해 놀이판을 만드는 사람, 예능 PD는 우리 시대의 광대다.
그러기 위해, 예능 PD는 변화무쌍하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이어야 한다. 드라마는 장르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예능 PD는 가요, 코미디, 연예 정보, 시트콤, 버라이어티, 퀴즈 쇼 등의 다양한 포맷을 작업한다. 그러기에 항상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새로운 포맷을 만드는 도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예능 조연출 시절, 나는 프로그램 개편이 있는 개편철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았다. 6개월마다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예능 연출의 가장 큰 복이다.
2. Artist (예술인)
촬영을 할 때 앵글을 보는 것은, 화가가 구도를 잡는 것과 같고,
편집을 할 때 흐름을 보는 것은, 작가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같고,
자막을 쓸 때 운율을 보는 것은, 시인이 글을 다듬는 것과 같다.
우리 시대의 예능 프로그램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대중 예술이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춤 노래 연기 등의 다양한 예인들을 만나야 그들과 작업을 하니,
결국 예능 PD는 21세기의 종합예술인이다.
(내게 품성론을 알려주신 주철환 선배는 말그대로 종합예술인이다. PD중 최고의 문장가로서 12권의 책을 냈고, 노래 작곡 실력도 탁월해 싱어 송 라이터로 1집 앨범도 내셨다. OBS 사장과 이화여대 교수까지 역임하신 우리 시대의 대표 PD이자, 최고의 르네상스맨!)
3. Journalist (언론인)
공중파를 통해 다수에게 전달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우리는 언론인의 사명을 다한다.
공공선에 대한 뚜렷한 주제의식과 투철한 사명감을 갖추어야 한다.
방송을 통해 우리는 재미와 함께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시청자의 행복이 곧 공익이다.
4. Businessman (경영인)
예능 프로듀서는 적은 제작비와 최소의 인원을 투입하여,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최상의 효과를 추구한다. 매주 꼬박 꼬박 방송시간은 닥쳐오므로, 순간 순간 경영자의 입장에서 판단을 내려야한다. MC의 기용과 게스트 섭외, 아이템 선정 등 매주 새로운 결정을 내릴 때, 예능 연출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오너 경영자가 지녀야 할 주인 의식이다. 월급받는 PD라기보다, 매주 수천만원의 제작비를 집행하는, 한 프로그램의 경영자다.
그리고 조연출 AD, 연출 PD의 시절을 겪은 후, 기획 프로듀서 CP가 되면, 여러 프로그램의 관리자의 길을 가게 된다. MC와 PD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최상의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관리자가 된 예능 연출의 소명이다.
오늘의 예능 연출론은 여기까지... 쓰고보니, 대단한 강의도 아닌데... 하는 자괴감이 든다.
방송을 전공하고, 경륜이 더 많은 연출에게 예능 연출론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분들은 바빠서 블로그를 운영할 짬이 없을테니, 어쩔 수 없다. 나라도 할 수 밖에...
요즘 강연 기부를 다닌다. 나보다 더 훌륭한 강의를 해주실 분이 많은데...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중요한 건 시간을 내겠다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기부란, 성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누구나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성의껏 하는 것이 기부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연출일기도 성공한 연출만이 쓰는 게 아니라, 부족한 사람도 공부하듯이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양해 바란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 연출론을 들고 오겠다.
그래도, 예능과 드라마를 동시에 강의 할 수 있는 PD는 대한민국에 몇 명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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