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도인가, 예능 조연출로 일할 때입니다. 여의도 MBC 사옥 3층에 중앙정원 로비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40대 후반의 드라마 PD 선배가 20대 후반의 FD 세 명을 줄지어 세워놓고 뺨을 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회사 복도 한 가운데서... 그 폭행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냐하면, 20대 남자 청년이 뺨을 맞고 뒤로 날아가 쓰러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참 끔찍합니다. 

'저 FD의 엄마가 아들이 매맞으며 일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슬플까...' 

'남의 집 귀한 아들을 저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

드라마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욕하고, 스태프들을 때리는 걸 드라마 감독의 일을 향한 열정으로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게 마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의 전형인양... 1980년대 군부 독재 시절을 살아온 탓인지 조직 내 유난히 폭력적인 문화가 많았어요. 요즘은 다행히 그런 선배들이 사라졌어요. 그런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연출이라고 다들 인식하거든요. 무엇보다 이제는 그런 연출이 드라마를 만들기가 힘들어졌어요. 욕하고 소리지르면서 일하는 감독은 기피 대상이 되거든요. 배우들이 연출의 이름만 듣고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촬영할 때마다 스태프 구성이 안 되어 고생하는 감독도 있고요. 요즘같은 시대에 누가 욕먹고 매맞으며 일하겠어요.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무례한 태도를 참아주는 시대가 아니에요. 무례함은 피해를 끼칩니다.

 

<무례함의 비용> (크리스틴 포래스 / 정태영 / 흐름출판)이라는 책이 있어요. 


당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 때문이 아니다. 인정받고 싶다면, 매너부터 챙겨라.

라고 말하는 책입니다. 추천사에서 다니엘 핑크는 이렇게 말해요. '막말이 판치는 지금, 꼭 필요한 책'이라고

어느 무례한 오너 일가의 행태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사고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무례함의 비용'은 막대합니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탓해'라는 무례한 발언이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는 시초였어요. 블랙리스트로 예술가들을 검열한 정권의 무례함이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세월호 유족에 대한 정부의 무례한 대응이 촛불의 도화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례함은 국가의 기강만 흔드는 게 아니라, 조직의 역량도 갉아먹습니다.


무례한 언행은 개인의 실행력, 창의력을 파괴하고 사회와 조직의 성과를 좀 먹는다.

무례한 언행에 시달리는 사람은 

80% 걱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48% 고의로 일하지 않는다.

66% 실적이 하락한다.

25%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다.

12% 사표를 던진다.


반대로 정중한 습관을 가진 사람은

57% 주변의 도움을 쉽게 받는다.

35%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다.

13% 실적이 높다.

12%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7% 월급이 오른다. 


<무례함의 비용>을 읽으면서 깨달았어요. 타인의 무례함을 지적하는 건 참 쉬운데,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는 건 어렵다고요. 


모두가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 자신을 바꾸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레오 톨스토이

(위의 책 93쪽)


무례한 행동을 자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 자신을 아껴야 합니다. 사람들이 무례하게 구는 절대적 이유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입니다. 내 인생이 힘들면, 웃으며 일하는 후배 직원이 괜히 거슬리거든요.

'나는 이번달 실적 때문에 죽을 지경인데, 저놈은 여유가 있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무례함이 삐져나오는 거죠.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갖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즐거움의 힘으로 나 자신을 매너있는 사람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막말 사회에서 더 빛나는 정중함의 힘을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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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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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07.09 0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에요.
    요즘 정말 막말하는 그 사람들에게
    이 책 무조건 읽으라고 전해주고 싶네요.
    그리고, 이 말도 같이...

    "Manners Maketh Man"

    그 동안 제 언행들은 어땠는지 한번 되돌아보면서
    나 부터 매너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앞으로 행동할 때마다 이 말이 계속 떠오를거 같네요.
    "무례함에는 댓가가 따른다"

    오늘도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장바구니에 저장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신나게 촬영하시길 바라며
    매너남 김민식 피디님 파이팅~~~~

    #이별이_떠났다
    #매주_토_20:45
    #본방사수
    #안되면_다시보기_몰아보기

  2. 보리보리 2018.07.09 07: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밖에서 남눈치 보며 착하게 구느라 진이 빠져 집에 오면 애들에게 호랑이가 되는 제 모습입니다. 쉽지 않지만 나부터 돌보고 즐겁도록 해야겠어요 ^__^

  3. vivaZzeany 2018.07.09 0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례한 행동을 자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 자신을 아껴야 합니다. 사람들이 무례하게 구는 절대적 이유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입니다. 내 인생이 힘들면, 웃으며 일하는 후배 직원이 괜히 거슬리거든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PD님. 거의 못 왔지만, 드라마는 잘 챙겨보고 있습니다. ^^

    가만히 돌아보니, 무례함에 고개숙이고만 살다가, 언제부턴가 무례함에는 무례함으로 맞섰던 것 갈아요.ㅜㅜ
    최근에는 나 자신을 아끼지 못했네요..
    웃으며 즐겁게 !! 오늘 하루는 열심히 웃는 얼굴도 살아보렵니다!

    PD님, 배우들도, 스텝들도 모두모두 즐겁게 행복하게 촬영하시길 바랍니다!

  4. 체리 2018.07.09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의를 지키는게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지금 필요한 책인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5. 서초신문 2018.07.09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부자들을 보고 PD님의 당당한 절규가 빛을 보리라 생각했습니다. 어제 유튜브 동영상 보다가 "세상을 바꾸는 시간"강연 내용 타이핑, 찾아 들어와 1일5글 읽기로 했습니다!^^~

    공익에 더한 공감적 메시지
    참 고맙습니다!^^~~

  6. 안가리마 2018.07.09 11: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을 울리는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무례한 사람을 보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같이 맞대응하기보단
    완벽한 회피전략을 취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예의바르게 생활한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7. 아리아리짱 2018.07.09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무례함의 비용!'
    가슴에 와닿는 주제 입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나자신을 아껴서,
    무례함의 폭력을 줄여야겠어요!

  8. 좋은소리 2018.07.09 1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귀를치던 그분이 누군지 알것 같습니다
    있어서는 안될,
    그러나 참으며 일했던 시절이 기억나네요

  9. 꿈트리숲 2018.07.09 1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끝까지 매너는 챙겨라!
    이 말을 꼭 기억해야겠어요.

    자신을 점검하지 않는 사람은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오늘 글을 보고 또 한번 느낍니다.
    인과 예로 이끌고 덕으로 다스리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몇천년이 흘러도 진리임을 위 사례에
    나오신 그 분이 증명하셨네요.

    매너가 곧 덕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재주가 덕을 갉아먹지 않도록, 능력이
    매너에 먹칠하지 않도록 저도 제 자신을
    더 사랑해야겠습니다.

    꿈트리숲=정지영입니다.^^

  10. 둔차 2018.07.09 1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례함에 시달리던 사람
    5% 병에 걸린다.

  11. luvholic 2018.07.09 2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퇴근길에 정독하게 되는 글입니다.^^
    다른 사람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정중한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12. 기회를 가지고, 2018.07.10 0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어 좋은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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