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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피드백의 중요성

by 김민식pd 2018. 2. 27.

(작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세바시 강연도 협업의 결과구나! 저는 강연자가 연설을 혼자 준비하는 줄 알았거든요? 아니었어요. 윤성아 작가님과 구범준 피디님이 원고를 보시고 만나자고 연락을 주셨어요. 커피숍에서 만나 1시간 정도 원고를 가지고 회의를 했어요. 피드백을 듣고, 다시 원고를 다듬었지요. 덕분에 수정고는 초고에 비해 훨씬 더 좋아졌어요. 어제 공유한 '초고'에 대해 제작진이 보내온 메일을 공유합니다. 공유를 허락해주신 제작진에게 감사 드립니다!)


2018/02/04 - [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 쓰는 인생이 남는 인생이다


(위 글에 대한 윤성아 작가의 피드백입니다.)


피디님! 


윤작가입니다 ^^


가볍게 읽어보시고 이 메일을 통하여 한번만 더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강연을 보고 피디님 책을 사고 싶도록 ^^ 유혹적으로 조금만 다듬어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원고를 처음 보고 피디님 음성 지원이 되면서 재미있게 또 감동적으로 팬심으로 읽다보니 선뜻 피드백이 어려웠습니다. 

일단 피디님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이 올 가능성이 높은 강연회 분위기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자의반 타이반 피드백이 어려울 때는 며칠 묵혀두어요. 

그리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강연을 보실 분중에는 피디님을 잘 아는 분과 모르는 분들이 섞여있을텐데 그 부분의 균형을 어떻게 잘 잡아나갈 것인가.

그리고 제가 <매일 아침 글 써봤니>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을 떠올려 보려고 애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번 강연이 왜 많이 확산되었는지 되물어 보았습니다. 

유머와 춤, 메시지, 눈물, 삶이 담겨있다는 부분이었는데요, 이번 강연에도 비슷하게 재연될 듯 합니다. 그래서 강연은 90점부터 출발할 것 같고요, ^^


이제까지 경험상, 좋은 초고에도 눈을 질끈 감고, 더 밀도있게 / 강연자의 최대치를 끌어낸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추가조언을 드렸을 때 

그 조언에 의해 고쳐진다기보다는, 강연자가 좀더 치열하게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으로 밀어붙임으로써 강연자 자신이 기대하는 이상의 좋은 강연이 됐던 듯 합니다. 

그리하여 악마는 디테일에 있음을 믿으며, 감히 부족한 조언을 드려보려고 애써보았습니다. 


# 지난번 강연에서 '행복'이라는 키워드와 연관시키면서 메시지가 강력해졌지요. 

  이번 초고를 다시 읽어보면 

  사람들의 기대는 글쓰기에 국한되어 있지만 피디님의 원고는 그 이상의 이야기라 감사했습니다. 

 기실 인간의 삶에서 '고통'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좀더 근원적이고 신화적인 주제까지 건드리고 있으니까요.  


  하여, 첫번째 장의 자신의 고통을 적고 뒷담화 하는 부분은 재미있게 흘러가되, 

  거기서 두번째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는 단계로 넘어갈 때, 

  그 이유를 좀더 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고통을 배설하듯이 풀어놓는데 그치는 이들은 많지만, 그 후가 피디님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피디님이 메타인지 능력을 깨닫게 되는데요, 

 피디님의 책에서 서로 다른 김민식이 나오면서 인생의 고비를 넘겼듯이 

  글쓰기와 성찰의 관계가 잘 드러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통과 대면을 하고 -> 고통의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까 진지하게 성찰하신 것 같습니다. 

  그 대목을 회고하시면서 재미있게 피디님의 솔직한 마음의 소리가 들려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나도 저렇게 남의 뒷담화와 하소연을 하긴 했는데 그 다음에 나는 왜 한발자욱 더 나아가지 못했을까 성찰하게 될 듯 합니다. 

   뒷담화만 하지 않고 나를 더 돌아보니까 그 다음에 어떻게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하는 식으로 

  더 적극적인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럴 때 뒷담하만 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꺼에요. '남지 않는 삶' vs '남는 삶' 두 개가 비교되고 깔리면서 가면 좋겠습니다. 

 관객의 감성과 이성을 같이 건드리되 주제문장(메시지)와 스토리가 잘 교차/교직되면서 15분이 흘러갈 때 미학적 만족감이 마지막에 팡터지는데요 

 (글로는 잘 설명이 안되는군요^^ 다큐에서 주제,촬영,구성,글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지고 주제의식이 끝까지 긴장감있게 유지될 때 완성도와 미학적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김옥영 작가님의 말씀이 떠올라서 세바시에 적용해보았습니다.) 

  겨우 15분인데도 계속 상기시키는 것이 필요하더군요. 

  

# 관객들은 글쓰기 이야기로 알고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삶에 던지는 메시지가 계속 등장하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한한 인생 어떻게 의미있게 살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안 쓰면 사라져요. 그러나 쓰면 남아요, 당신의 생각이 바뀌고 삶이 바뀌어요로 더 깊어지는데요

     

  성찰을 위한 글쓰기는 고전적이라면 두번째 세번째 문제해결을 상상을 하게 하고 그 이후에 구체적인 과정을 적어간다는 이야기는 

   지금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자기혁신의 메시지이고 그걸 피디님이 실제 하셨기 때문에 파워풀하게 다가옵니다. 


   지금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조금 더 늘릴 수 있다면, 2,3의 부분이 어떻게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지, 

  피디님 책 속에서 '휴먼다큐의 주인공처럼' 부분의 이야기를 덧붙이시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멋지기 때문에 기록하는게 아니라  기록에 남기고 싶은 일상을 하루하루 즐기다 보면 멋진 삶이 되는 겁니다.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합니다.'

  라는 대목말입니다. 그야말로 존재하기에 쓴다에서 쓰는 자가 존재한다는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안 쓰고 사는 자신을 아프게 되돌아보게 할 것 같습니다. 


# 이후 대목은 행복한 글쓰기에 대한 부분이라 즐겁게 들릴 것 같습니다. 

  즐거운 경험을 쓰면 그 행복이 배가된다는 이야기나, 

  힘들었던 순간의 글을 다시 읽고 다시 글감으로 쓰는 이야기가 최근 블로그에 다시 읽었는데요 

  그 이야기가 추가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빠져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블로그 글쓰기에 대한 부분입니다. 블로그를 글쓰기에 적극 활용하고 계시는데요 

   남이 보고, 블로그에 쓰려고 관찰하고 택시기사와 대화도 즐겁게 하시고, 블로그에 쓰려고 후보 글을 많이 써놨다가 한달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그 중 골라서 올린다던지 

   그런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셔도 참고가 크게 될 것 같습니다. 


# 세바시에 출연 역시 역시 글쓰기 경험의 하나로 표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바시를 위해 글을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요... 


이상 팬심을 담은 의견이었고요, 

최종수정하시거나 강연준비하실 때 쓰는 인생이 -> 남는 인생이다, 라는 강력한 주제문장을 3번정도 반복하거나 설득해가면서 함께 믿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드라마 연출 소식을 페북에서 보고 꿈만 같았습니다. 

정말 피디님 말씀대로 꿈꾸고 적고 말하고 외치면 사람들이 함께 해주고 응원해주고 새로운 삶이,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나봅니다. 

읽으면서 제 자신에 채찍도, 위로도, 용기도 되었습니다. 


계속 써주시고 계속 행동해주시고 그 결과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세바시와 저희가 함께 할 수 있어 즐겁고 영광입니다. 


곧 또 뵙겠네요. 육아와 함께 따뜻한 좋은 주말 되세요, 피디님 ^^ 




(어때요? 정말 꼼꼼한 피드백이지요? 저는 이 피드백을 보면서 3가지를 느꼈어요.)


1. 바로 보내지 않는다. 

- 피드백을 바로 보내면, 작가에게 저항감이 생길 수 있어요. '최선을 다한 원고인데, 이걸 어떻게 고쳐?'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시간이 며칠 지난 후, 메일을 받고 다시 글을 보면, 처음 쓸 때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눈에 띕니다. 이건 제작현장에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피드백은 좀 천천히 줍니다. 당장 화가 나서 조연출에게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일단 참아요. 며칠 지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그때 이야기하려고요. 보통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지는 경우가 많고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게 나중에 드러나기도 하거든요. 지적은 시간을 두고 한다... 이번에도 배웠어요.

2. 애정을 담아 보낸다.

- 윤작가님의 메일 전반에 흐르는 기운은, '나는 당신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느낌이에요. 이게 참 중요합니다. 어떤 지적이든,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해야 하고, 그걸 상대방에게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하거든요. 나에게 가장 애정을 가진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고민으로 이어지고, 어쩌면 글쓰기가 내가 나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3. 디테일한 방향을 담는다.

- 아쉬운 점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드백이 건강한 성장과 발달로 이어질 수 있어요. 저는 윤작가님의 메일을 보고 피드백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어쩌면 <세바시>에 출연하는 사람이 누리는 최고의 행운이지요. 최고의 작가와 연출에게 자신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세바시>에 출연할 기회가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의 글에 대해 자신이 직접 피드백을 해주며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겁니다. 

이러한 깨달음이 수정고에 반영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구범준 피디님도 메일을 보내셨는데요. 오랜 세월 세바시를 이끌어온 수장답게 핵심을 찌릅니다.


1. 우선 저는 제목을 좀 바꾸면 어떨까 합니다.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글쓰기'


'쓰는 인생이 남는 인생'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현재 원고의 핵심을 딱 찝어주거든요. 

더해서 이전 세바시 강연도 사실은 '나는 괴로움을 어떻게 행복으로 바꾸는가'에 대해

시청자들이 정말 크게 반응했다고 생각해요. 강연의 댓글을 보면 실제 그렇습니다. 

이번 강연은 괴로움을 행복으로 바꾸는 방법을 '글쓰기'로 제안하는 것이 핵심인 듯 합니다. 


'괴로움은 글을 쓰면 즐거움으로 바뀐다.'


이게 이번 강연의 핵심 메시지이자 아이디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 그래서 세 가지가 제시되는 겁니다. 


-지금 괴로운 걸 쓰라

-'내일' 이루고 싶은 걸 쓰라

-그래서 그 '내일'을 위해 오늘 노력한 걸 쓰라


이 주옥 같은 세 가지 이야기에 더 집중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하튼 이번 강연은 '글쓰기' 특강이니까요. 


3. 마지막으로, 선배 강연에는 최고의 유머가 있습니다만,

지금 원고에는 크게 보이지 않아서요. 아마 실제 강연에서는 또 웃겨주시겠지만. ㅋㅋ


(구범준 피디의 피드백도 핵심을 찌르지요? 이렇게 훌륭한 의견이 오면 바로 받아들입니다. 당장 제목부터 바꾸고요. 조금 더 웃기는 에피소드를 찾아봐요. 


자, 두 분의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 원고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내일 강연원고 최종고를 들고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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