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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2017 서머소닉 2일차 관람기

by 김민식pd 2018. 1. 2.

서머소닉 2일차 관람기입니다.


서머소닉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공연이 동시에 진행되기에 여러 아티스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쿠하리 메세와 마린 스타디움간 이동 시간이 30분씩 걸립니다. 걸어가도 30분, 셔틀을 타도 30분. 둘 사이를 자주 왔다갔다 하면 이동하느라 시간을 다 까먹습니다. 큰 공연은 주경기장에서 하는데요, 개성이 강한 아티스트들은 전시장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공연을 봐야할 지 고민이 많았어요. 평소 일본 음악을 자주 듣는 편도 아니라 아는 밴드가 없거든요. 그런데 저의 눈길을 끈 이름이 하나 있어요. 바로... 


 

릭 애슬리!

1987년 대학 입학하고, 나이트클럽에서 춤 추는 걸 즐겼어요. 그 시절, 데뷔한 영국의 댄스 가수가 릭 애슬리지요. 나이트에서 흘러나오던 Together Forever의 전주에 맞춰 춤을 추던 20대 춤꾼은 어느새 나이 50의 아저씨가 되었어요.



1966년생인 릭 애슬리는 저보다 겨우 두 살 많아요. 그런데 50대의 그가 아직도 현역이에요. 일본 젊은이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 릭을 보면서 저도 같이 'Together Forever! 함께 영원히!'를 외쳤어요. 

지난 몇년, 좀 불안했습니다. 40대 중후반 한창 일해야 할 시간을 일 없이 보내면서 로맨틱 코미디 연출로서 나의 경력은 끝난 게 아닐까... 어쩌면 논스톱을 만들던 그 시절, 데뷔 시절이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두려움.

그런데 여기 나이 20에 이미 전성기를 누려버린 가수가, 30년 전의 히트송을 부르며, 여전히 무대위에서 춤을 추고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모습. 서머소닉의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을 보고 릭 애슬리가 아직도 활동중이라는 게 믿기지 않더군요.

Never Gonna Give You Up을 기다리는데, 신곡이 나왔어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는데, 순간 무대 아래에 선 저는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노래 제목이 'Keep Singing'.



'나를 봐, 나이 50이 넘어도 아직 노래를 하고 있잖아.

화려한 시절이 갔다는 건 알아.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야.'


릭 애슬리의 노래를 듣고, 나이 50의 로코 피디는 현업 복귀를 꿈꾸게 되었어요.

고마워요, 미스터 애슬리.


서머소닉의 장점이 여기 있어요. 단독 공연을 하기에 아직 이름이 덜 알려졌거나, 한 물 간 가수들이 찾아와요. 자신을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공연장 한켠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주죠. 다양한 뮤지션들을 위해 관객을 모아주는 공간, 그걸 위해 뮤직 페스티벌은 존재하는 겁니다. 마치 영화제가 세계의 다양한 영화를 위해 팬들을 모아주는 것 처럼요.


제가 좋아하는 Tik Tok과 Blah Blah Blah의 케샤 공연도 봤어요! 춤추느라 정작 사진은 못 찍었지만... ^^ 


서머소닉에는 재미난 공간이 많아요. 길거리 버스킹하듯 공연을 하는 공간도 있고요.

'사일런트 디스코'라고 휴대폰을 끼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 수도 있어요.

 

밤새 달린 친구들이 한쪽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네요.


키즈 클럽도 있어요. 서머소닉이 시작한 지 벌써 18년이나 되었어요. 전통의 뮤직 페스티벌이다보니, 오래된 팬도 많아요. 여기 와서 데이트하던 커플이 애를 낳고 또 오는 거죠. 키즈 클럽에 아이를 맡겨 놓고 부모는 번갈아가며 공연을 즐기고 옵니다. 팬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이런 공간 좋네요.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일본 음악 시장의 다양성이었어요. 저는 라인업에서 이름 보고 빵 터졌어요. 옛날에 Band Aid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은 Band Maid에요. 메이드 복장을 한 여성 록 밴드에요. 록음악을 메이드 복장을 한 20대 비주얼 그룹이 한다니, 이런 게 먹히나? 싶은데요. 알고보니 이미 성공한 케이스가 있더라고요. 바로...


베이비메탈. 

Heavy Metal을 하는 여성 아이돌 그룹입니다.

전형적인 기획 상품이래요. 아이돌 지망생 중에서 여자 보컬을 뽑고요. 실력파 세션맨으로 연주를 담당케 합니다. 현장에서 들어보니 사운드가 어마무지합니다. 빈틈이 없어요. 그러니까 앞에서 예쁘장한 아이돌 가수 셋이 분위기를 잡고, 뒤에서 고수급 세션들이 소리를 받쳐줘요. 

처음엔 실실 웃으면서 보던 저도, 이곳 친구들을 따라 "유이짱! 아이시떼루요!"하면서 함성을 지르고 있었어요. 퍼포먼스가 끝내줍니다. 아이돌급 비주얼에, 헤비메탈 사운드라니! 와우!


뭐니뭐니해도, 서머소닉의 최고 발견은 혁오였어요. 라이브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종이에 적어온 인삿말을 일본어로 또박또박 읽는 오혁도 재미있었어요. 지난 12월 23일, 큰 아이 민지의 손을 잡고 혁오의 서울 공연을 보러 갔어요. 

"민지야, 아빠가 혁오를 서머소닉에서 봤거든? 나중에 대학 가면 아빠랑 여름에 서머소닉 보러 가자."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고, 또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자리였어요. 

서머소닉 2017, 고마워요!


지난 여름 축제의 기억을 겨울에 되새겨봤습니다.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 해도, 여러분께 선물같은 하루하루가 계속 되기를 빕니다. 


인생은 결국, 하루하루가 다 선물이니까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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