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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어쩌다보니 기레기

by 김민식pd 2017. 8. 24.

몇 달 전 사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쳤다가 MBC 김장겸 사장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이 나고 징계를 받았어요. 인터뷰를 할 때마다 기자들이 물어봅니다. “어쩌다 코미디를 연출하는 피디가 이렇게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싸움에 나서게 되었나요?” 회사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극했던 탓이지요. 96년에 입사한 저는 시트콤, 버라이어티 쇼, 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다 해봤어요. MBCPD나 기자나 하고 싶은 일은 하게 해주는, 즉 개인의 제작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거든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낙하산 사장들이 MBC를 점령하고 나서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어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분들이 TV에서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신경민 앵커, 김미화 라디오 MC, 손석희 100분 토론 진행자 등등. 그 과정에 저항하던 시사교양 피디나, 라디오 피디, 기자들이 회사로부터 탄압을 받고 박해를 받습니다. 그걸 보니, 혼자 즐겁게 살아온 날들이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빚갚는 마음으로 노동조합 부위원장이 되어 2012170MBC 파업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 싸움이 패배로 끝난 후, MBC는 박근혜 정부에 의해 철저히 망가집니다.

지난 5, 권력이 언론을 상대로 어떤 폭력을 가하는지 MBC 내부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동료들이 해고되고, 일터에서 쫓겨나고, 징계를 받았어요. 그 후, 권력은 언론을 이용해 약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특히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방송사상 최악의 오보를 내어 구조 작업을 방해했던 MBC가 이후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고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데 앞장 섰지요.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들을 부르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기레기

MBC 해직 기자 박성제 선배가 책을 냈습니다. <권력과 언론 기레기 저널리즘의 시대> 우리는 어쩌다 기레기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비즈한국 칼럼에 쓴 글을 공유합니다.

 

어쩌다보니 기레기, 그러다보니 투쟁.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Print/1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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