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회사에서 '자택 대기 발령'을 받았습니다. '당분간 집에서 애나 봐.'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럴 땐 또 회사의 충고에 따라 열심히 애나 보려고 합니다. 아니, 그냥 애만 보는 게 아니라 아주 열심히 육아 칼럼까지 써보려고 합니다. 한겨레 신문 베이비트리에 연재 시작합니다. 

'김민식 피디의 통째로 육아'

그 첫번째 글을 올립니다. 

 

제가 중학생이던 1980년대에는 학원을 다니는 아이가 많지 않았어요. 그 시절에는 사교육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아버지는 저의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학원을 두 곳이나 다니게 하셨어요. “네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 먹고 살려면 이 두 가지 기술은 반드시 배워야해!” 중학생 시절에 배운 그 기술은, 훗날 제 인생에 아무 쓸모가 없었어요. 그 기술들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첫 번째 답은 쉽게 맞춥니다. 바로 주산입니다. 저는 주산 학원을 다녔어요. “38이요. 47이요.” 학원 선생님의 구령에 따라 열심히 주판알을 굴려 숫자를 더했지요. 교사로 일하시던 어머니가 시험 기간이면 채점을 마친 후, 학급 평균을 내기 위해 주판을 튕기던 모습이 기억에 선합니다. “너도 나중에 취직하려면 주산을 반드시 배워야 한단다.” 그렇게 배운 주산, 어른이 되어 써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대학교에 들어가니 계산기를 쓰더군요. 비싼 돈을 주고 산 공학용 계산기는 외상술 마실 때 담보로 몇 번 썼고요, 그나마 졸업하고는 그마저도 쓸 일이 없었어요.

주산 학원은 쉽게 맞혀도 두 번째 학원은 못 맞히더군요. “웅변 학원?” “태권도 도장?”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요, 아마 어린 시절에 제가 웅변을 배웠다면 연애에 큰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설득력이 강해지니까요. 태권도를 배웠으면 고교 시절, 아이들이 감히 제 외모를 가지고 놀려대지도 못했겠지요.

저는 중학교 때 서예 학원의 펜글씨 반을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던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취직을 하려면, 주산. 승진을 하려면, 글씨.” 선생님이 수업을 아무리 잘해도 강의교안의 필체가 나쁘면 윗사람에게 인정받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그 시절에 시험지는 담당 교과 선생님이 손 글씨로 직접 썼어요. 필체를 알아보기 힘들면 학생들의 원성을 샀지요. 일반 직장에서도 결재 서류나 기안을 손으로 썼기에 글씨 잘 쓰는 사람이 인정받는다고 하셨어요. 실제로 당시에 글씨를 잘 쓰면 군대에 가서도 행정병으로 차출되어 편하게 생활한다고 했지요.

중학교 시절, 애써 돈까지 들여 학원을 다녔지만, 훗날 어른이 되어 주산과 손 글씨를 유용하게 써먹은 적은 없어요. 컴퓨터가 상용화되면서, 주산이 사라지고 문서 작성도 키보드로 하게 되었으니까요. 이제는 제가 초등학생, 고등학생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빼곡한 아이들의 학원 스케줄 표를 들여다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게 쓰일 텐데, 지금 아이들이 학원에서 배우는 기술을 30년 후에도 써먹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시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정답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까요. 인공지능의 시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저의 고민을,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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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6.19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도 어릴적에 주산학원 다녔어요. 친구들과 재미있게 논게 가장 큰 기억인데요. ㅋㅋ 그래도 그때 배운 암산은 계산할때 잘 써먹고 있네요. ^^ 네~~~. 교육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겠습니다.

    #김PD님_탈모방치투쟁
    #저도같이_동참해요
    #온국민의_스트렛쓰
    #김장겸은_물러나라
    #김PD님_힘내세요.
    #질기고_독하고_당당하게

  2. Grace 2017.06.19 1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지지 마세요!
    저도 항상 기억하고 있습니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3. 백수패밀리 2017.06.19 1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청 기대됩니다. 특히 인생의 반전이요!

  4. 수제다이 2017.06.19 1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 님 올해 제가 가장 잘한일 중 하나가 PD 님 책과 블로그를 만난 일입니다~ 이렇게 매일 올려 주시는 글이 저에게 큰 힘이 된다는거 기억해주세요~ PD님 항상 화이팅 입니다!!

  5. 김수정 2017.06.19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올려주시는 글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육아맘, 워킹맘이라 여러방면에서 두루두루 많이 배워갑니다.

    자택 대기 발령이라는 소식에 매우 안타깝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또 새로운 일을 찾으시는 김피디님 응원할께요!

  6. 첨밀밀88 2017.06.19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간만에 왔습니다. 나와보니 알겠네요. 젖은 낙엽 정신으로 끝까지 버티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는 것을. 화이팅입니다.^^

  7. 나쵸 2017.06.19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피디님 블로그에서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

  8. 저녁노을함께 2017.06.19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아프신가 했는데 컴퓨터가 아팠다니 다행입니다. 우리의 mbc가 다시 돌아오길 함께 기원해봅니다. 힘내세요!

  9. 쏘정 2017.06.19 1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아이들문제로 고민해요..일단 매일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하고있어요^^ 배움에 항상감사드립니다. 다시mbc에서 뵙길요!!!


  10. 엘윙 2017.06.20 05: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매일 피디님 글 보러 들어오는 사람입니다.

    다른 분들 말처럼 피디님 절! 대! 지지 마세요. 힘내세요!

  11. 작은흐름 2017.06.20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공지능 시대 아이교육! 저에게도 요즘 화두인 이야기입니다! 4차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코딩에 대해서도 알아야겠지만.. 명상과 타로, 인문학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면 많이 이상할까요?ㅋㅋㅋ 그치만 기술적인 부분 말고도 정말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 필요하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올려주시는 글 기대됩니다~~^^

  12. 토니빠 2017.06.21 0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매일 올리시는글 읽는 팬입니다!
    mbc 정상화 될때까지 pd님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더 신나게 화이팅 하세요!

  13. 응원 2017.06.26 1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들어와서 pd님 글을 몰아보는 1인입니다.
    맘속으로 늘 응원하고 있구요.
    비정상화의 정상화!! 되는 그날까지 유쾌하게..
    그리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되어요!!
    행복은 빈도니까요..

    • 김민식pd 2017.06.28 0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힘들 때마다 예전에 제가 쓴 글을 다시 뒤져봅니다. 과거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보내는 응원, 다시 주먹 불끈 쥐게 됩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14. rena 2017.07.08 1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다시 드라마로 뵙고싶습니다^^~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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