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잔지바르가 좋은 3가지 이유

by 김민식pd 2017. 3. 22.

탄자니아 11일차 여행기

잔지바르(Zanzibar)는 탄자니아의 자치령입니다. 본토에서 겨우 25킬로미터 떨어진 섬이지만 나름 자치지구입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섬인지라 섬주민들의 자부심이 강합니다. 탄자니아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들어갈 때도 여권을 제시하고 출입국 심사를 합니다. 잔지바르의 구시가인 스톤 타운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옛날에는 육두구, 계피, 후추 등의 향신료 산지로 유명한 곳이고요. 서구권에서는 향신료 섬 (Spice Islands)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지요. 

라디오 피디 후배랑 이야기를 하다가 잔지바르에 간다니까,

"아,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 말이지요?" 하더군요. 잔지바르를 아는 친구는 처음이었어요.

"응? '퀸'의 보컬 고향이 잔지바르야?"

"모르셨어요?"

"응. 금시초문."

"그런데 거기를 왜 가시려고요?"

"유럽 배낭족들이 하도 칭송을 하기에 궁금해서..."

예능 피디로 살면서 세상에서 재미난 것은 다 해보고 싶어요. 이것저것 다 해보니 가장 재미난 건 여행이더군요. 이제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은 다 가보자, 뭐, 그런 주의입니다.

잔지바르가 아프리카에서 여행지로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1. 역사가 있어요.

잔지바르의 구시가인 스톤타운은 세계유산입니다. 페르시아의 무역상들이 이 섬을 아라비아와 인도와 아프리카 사이 무역 전진기지로 사용한 게 벌써 2000년 가까이 되었어요. 아랍 상인들이 남반구 최초의 모스크를 설립한 곳이 스톤타운이라는군요. 지금도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거리를 다녀보면, 이곳이 중동인지 유럽인지 인도인지 아프리카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1503년부터 200년간 포르투갈인이 점령했으며, 그 이후에는 오만의 일부가 되고요. 19세기 중엽에는 다시 영국이 점령하고 이 나라의 왕을 술탄이라 불렀어요. 영국의 공무원 부부가 이곳에서 살다가 낳은 아이가 훗날 퀸의 '프레디 머큐리'입니다. 지금도 이곳에는 프레디 머큐리 기념건물이 있어요. 감히 박물관이라 부르기엔 너무 소박하고요. 벽에 걸린 사진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뻔... 

 

수백년된 이슬람 향신료 무역과 노예무역, 유럽의 식민지배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슬람 건축과 유럽풍의 식민지풍 건축이 혼재하는 곳, 그곳이 잔지바르입니다.

 

2. 바다가 참 예쁩니다.

잔지바르는 인도양의 흑진주라고 불립니다. 바다가 예쁘고 하얀 모래 사장이 끝없이 펼쳐진 해안이 많아요. 인근 바다는 열대 산호초가 많아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여행을 하기에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스노클링을 좋아합니다. 작년에 오키나와 후루자마미 섬에서 스노클링을 즐긴 후, 이번 여행에도 스노클링을 위한 일정을 넣었어요. 그래서 잔지바르를 선택했고요.

 

3. 여행자 편의성이 뛰어납니다.

자, 역사적 유적도 있고, 바다도 예쁘고, 유럽의 휴양객을 불러모을 운명을 타고난 섬이지요. 안전하고, 인심 좋고, 물가도 싸고. 여행하기 편리한 모든 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요. 여행 다니기 좋아하는 유럽 여행자들이 이미 기반 시설 확보에 기여를 했으니까요.

물론 한국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런 장점이 빛이 좀 바랩니다. 우리에겐 발리나 보라카이, 푸켓이 있으니까요. 거리가 멀고 물가도 동남아보다 좀 더 비싸기에 굳이 이렇게 멀리까지 올 수 있을까 싶어요. 

다만 이것이 역으로 장점이 될 수도 있지요. 잔지바르에 있는 1주일 동안, 한국인 여행자를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어요. 만약 호젓한 휴양지에 가서 남국의 낭만과 정취를 즐기고 싶은 연예인이라면, 저는 이곳을 추천할 것 같아요. 한국인은커녕 아시아인도 보기 드문 곳이거든요. 익명의 존재로 쉴 수 있는 곳이지요.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없는 곳을 찾는 분이라면, 강추! ^^ 

잔지바르에는 다양한 당일치기 여행 상품이 있습니다. 첫날에는 그중 가장 저렴하고 만만한 투어를 다녀왔어요. 프리즌 아일랜드 투어. 스톤타운에서 3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는 여행입니다.

 

비용은 30불. 여기에 스노클링 장비 대여가 포함됩니다. 섬에 가서는 대왕거북을 볼 수 있는데요. 5불 정도 입장료를 따로 냅니다.

 

거북이의 등에 수명이 적혀 있는데요. 100살이 넘은 어르신도 있습니다.

프리즌 아일랜드는 원래 술탄의 영지였어요. 한때 감옥으로 쓰이던 건물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감옥 섬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예쁜 섬을 수형자들의 유배지로 썼다니...

잔지바르의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더니, 마님과 따님이 허걱!

"뭐야! 아프리카 간다 하고는 어디 남태평양 섬에 혼자 놀러간 거 아냐?"

ㅎㅎㅎ 아프리카 간다고 하고는 잔지바르에서 나홀로 휴양... 

(가끔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니까요. ^^)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편집하는 게 재미있네요. 예전에 이 정도 뮤비 하나 만들려면 밤을 새워 편집했는데, 이제 휴대폰으로 5분 뚝닥뚝닥하면 뮤비 한편이 완성. 

세상 참 편해졌어요...

그런데 장래에 피디들은 뭘해서 먹고 사나?

조연출 때 밤을 새우며 배운 기술이 이렇게 간편화 보편화 되어버렸는데...

 

블로그 덕에 모두가 여행작가가 되고

유튜브 덕에 모두가 여행 다큐 피디가 되는 날이 왔어요.

이렇게 좋은 세상은, 역시 즐기고 볼 일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