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동안 지프차를 타고 세렝게티 초원을 달렸더니 힘들군요. 이제 며칠 푹 쉽니다. 2년 전, 파타고니아 트레킹 할 때도 그랬어요. 배낭을 메고 하루에 7~8시간 산을 탄 후, 하루 이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어요.
(파타고니아, 또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타다보면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리하게 매일매일 일하듯 여행 다니면 피로 말고는 남는 게 없어요. 쉬엄쉬엄 다닙니다. 쉬면서 본 시트콤의 한 장면이 마음을 쿵! 하고 울렸어요. '아, 산을 오르다 힘들 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가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구나.' 쉬엄쉬엄 여행을 다니면 생각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씁니다. 그 여행 덕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나왔고요.
장기 배낭 여행 가서 트레킹이나 사파리같은 빅 이벤트 다음 하루 이틀은 그냥 쉽니다. 무언가 바쁘게 할 때 재미를 얻는다면, 의미는 그 사이 느린 쉼에서 찾을 수 있어요.
아루샤 시장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 풍경이 떠올라요.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기사들.
며칠 쉬게 될 숙소입니다. 싱글 룸 하나가 조식 포함 25불입니다.
시장 근처 식당에서 꼬치구이랑 감자 프라이를 먹었어요. 이게 가장 제 입에 잘 맞더군요. 가격도 저렴하고. (2천원) 저는 어딜 가나 저렴한 현지식을 즐깁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은 하나같이 비쌉니다. 아루샤에 있는 중국집의 경우, 서울 물가랑 별 차이가 없어요. 볶음밥 한 그릇이 7000원입니다. 1인당 GDP가 700불인 탄자니아에서 말이지요. (한국은 25,000불) 관광객 대상 물가가 너무 비싸요.
베트남 쌀국수, 인도 카레, 라오스 닭죽 등등 어디서든 현지 음식을 먹어요. 여기 와서 우갈리나 차파티로 식사를 한다고 했더니 서양인 여행자들이 놀라더군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위험할텐데?'
현지 음식을 고르는 저만의 소소한 노하우.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술꾼 선배에게 배운 건데요. '술집에 갔을 때, 사람이 붐비면 생맥주를 시키고, 손님이 없다면 병맥주를 시켜라.' 생맥주는 신선도가 생명인데요. 손님이 없는 집은 맥주의 순환이 느려 오래되고 김빠진 생맥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 하루 경비
숙박 25불
점심 3불
과일 3불
저녁 2불
총 32불
지속가능한 배낭여행자로 살고 싶어요. 그 길은 경비를 낮추고 현지화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짠돌이 여행은 즐거워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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