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외곽에 도로 공사가 한창인데요. 시공사가 어디인지 봤어요. 이곳 아프리카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만든 도로 시설이 많거든요. 이 공사는 한양 엔지니어링이라는 한국 건설사가 주관사네요. 탄자니아 온 지 열흘, 한국 사람을 한번도 못 만났는데 한국 사람 볼 수 있게 되나요? 두리번거리다 현지 인부들에게 공사 지시를 하는 현장 기술자를 봤어요.
한국 사람인줄 알고 인사를 했는데, 중국인이었어요.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서툰 중국어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영어를 꽤 잘하더군요.
한 중 합작사업이랍니다. 한국인 엔지니어 4명이 공사를 총괄하고 있다고. '너도 엔지니어야?' 하고 물었더니, 중국 사람은 다 건설 노동자라고 하더군요. 한국인 엔지니어가 아프리카의 도로를 만들면서 동시에 중국인 노동자에게 기술 이전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네요.
이런 아루샤의 마을 외곽 풍경이,
이런 풍경으로 바뀌고 있어요.
공대를 나왔지만 엔지니어의 삶에 매력을 느낀 적은 없는데, 이곳에 와보니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주는 건 사회 기반 시설을 만드는 기술자네요.
보마는 1800년대 말 독일 식민지 시절, 독일 점령군 사령부 건물입니다. 탄자니아 도시 군사 요충지마다 보마가 있어요. 지금은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입장료가 우리 돈 5000원. 이곳 물가를 고려하면 꽤 비싸지만, 식민지 시절의 건물도 볼 겸, 잘 가꿔둔 정원에서 쉬어갈 겸 들렀어요.
저는 자연사 박물관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생물종을 볼 수 있는 기회거든요.
좁은 공간에 동물들의 박제가 다닥다닥 붙어있으니 조금 무섭습니다. ㅠㅠ
콘텐츠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전시 공간의 활용인데 말입니다.
지프차를 타고 다니며 빅 게임, 즉 사자나 하마같은 덩치 큰 동물만 찾아다니다보니 세렝게티에 이렇게 다양한 카멜레온 종이 있는 줄 몰랐어요. 사진을 보면 같은 종이라도 암수에 따라 외모가 확연히 구분됩니다.
생물의 진화에 있어, 육체적 기능을 발달시키는 건 자연선택의 결과로 생존에 유리한 형질입니다. 외모나 미적 특징을 발달시킨 건 성선택의 결과로 번식에 유리한 형질이에요. 숫공작의 꼬리가 그렇고 숫사자의 갈기가 그렇지요.
수컷은 많은 수의 정자를 더 자주 뿌리기를 바라고, 암컷은 평생 난자의 수가 제한되어 있고 임신 및 새끼 양육에 있어 더 많이 투자하므로 짝짓기 상대를 까다롭게 고릅니다.
카멜레온 수컷은 화려한 색깔은 외모 뿐 아니라 높은 적응도를 자랑합니다. 천적의 눈에 쉽게 띄어 죽을 확률도 높아지지만, 암컷의 선택을 위해 그 정도는 각오하는 거지요.
'내가 이렇게 눈에 띄는 외모를 하고도 아직 살아남았어? 이유는? 내가 빠르고 강하기 때문이지. 건강한 자식을 원한다면 나를 선택해야 하지 않겠어?'
야생의 세계에서, 수컷은 목숨을 걸고 사랑합니다.
자연사 박물관 한쪽 건물은 식민지 역사 기념관입니다. 이 지역은 1885년부터 1918년까지 독일 식민지였는데요.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하면서 해방됩니다. 식민지배 시절, 아프리카인들의 유혈 투쟁과 저항 과정을 기록해뒀어요. 어디서나 식민지배의 역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는군요.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아루샤 자연사 박물관 바로 옆에는 유명한 바 레스토랑이 있는데요. 낮에 잠깐 들러 쉬었다 가도 좋은 공간입니다.
하루 경비
숙박 25불
자연사박물관 입장료 5불 (많이 비쌉니다. 현지 물가 고려하면...ㅠㅠ)
점심 7불 (시내 중국집에서 먹어서 역시 좀 비쌉니다.)
카페 2불
과일 2불 (아루샤는 망고와 자두가 싸고 맛있네요.)
저녁 2불
총 43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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