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시험은 창의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다만 문제만 있을 뿐이다. 날더러 PD 시험 출제위원을 시킨다면? 음... 내가 연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과제를 내 볼 것 같다. 여러분도 한번 풀어보자.
PD 스쿨 쪽지 시험 1.
3주 뒤 첫방송되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30초짜리 예고편을 만들어라. 단 촬영분량이나 MC는 없다.
(제한시간 60분, A4용지에 영상 구성안을 작성할 것.)
사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다.
이건 내가 예능국 조연출 3년차 때 받아든 과제였다. 어느날 연출 선배가 부르더니 새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티저 예고를 만들라고 했다. 보통 연예 정보 프로그램의 예고는 아이템 촬영 영상의 하이라이트 편집으로 만든다. 그런데 아직 촬영분량은 없는데 예고를 만들라는 것이다. 게다가 MC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MC라도 있으면 불러서 멘트따서 만들면 되는데 말이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예고를 만들라는 거다. 여러분은 어떤 예고를 만들 것인가? 잠시 고민해봐주시기 바란다.
내게 있어 창의성이란 흉내내기에서 출발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기존에 알려진 것을 어떻게 변형하느냐가 도전 과제다. 난 어려운 과제를 받으면 항상 그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아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래야 작업이 즐거우니까.
당시 난 대니 보일의 영화 '트레인스포팅'에 빠져 있었다. 특히 그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
이기 팝의 'Lust for Life'를 배경으로 이완 맥그리거가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
당시 난 대니 보일의 영화 '트레인스포팅'에 빠져 있었다. 특히 그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
이기 팝의 'Lust for Life'를 배경으로 이완 맥그리거가 도심을 질주하는 모습.
내가 당시 만든 예고는 트레인스포팅 패러디였다. 나는 영화광이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 주인공이 카메라를 향해 달려오는 장면들을 모았다. 액션 영화건 첩보 영화건, 주인공이 달리는 장면을 Lust for Life에 맞추어 편집한 후 사이 사이에 자막을 교차로 넣어 뮤비처럼 편집했다. '지금' '새로운' '무언가' '달려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첫 방송 날짜와 시간 고지. 썩 잘 만든 예고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는 그 예고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몽땅 들어가 있었거든. ^^
결국 여러분이 만드는 무언가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무언가의 반영이어야 한다. 그것이 영화건 드라마건 애니건 뮤직비디오건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오마주를 바치듯이 만들어보라. 그럼 밤을 새며 편집해도 즐거울 것이다.
만약 지금 나에게 똑같은 과제를 준다면? 아마 현대카드 광고 패러디를 할 것 같다.
CGV 극장에서 영화를 기다릴때마다 난 이 광고가 나오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정말 깔끔하게 잘 만든 광고다.
'스캔들'
'광고촬영'
'영화홍보'
새 연예 정보 프로그램, 이렇게 안일하게 만들겠는가?
'MBC가?'
이렇게 자막만 넣고 만들 것 같다. 지금 내가 꽂힌건 저 광고니까.
여러분은 어떤 예고를 만들 것인가? 여러분의 기발한 예고를 언젠가 MBC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위의 광고 음악이 좋았다면 다음 뮤비도 즐겨보시길~^^
위의 광고 음악이 좋았다면 다음 뮤비도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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