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 4. 1995 호주
테마 : 호주 동부해안 일주 여행
경비 : 영어 경시 대회 부상으로 호주 왕복 항공권과 3주간 체류 경비를 받음. 개인 지출 120만원.
일정 ; 45일
첫 직장을 그만두고 통역대학원 입학 시험을 치르던 해, 우연히 호주대사관에서 실시한다는 영어경시대회 공고를 봤다. 눈길을 잡아 끈 것은 바로 1등 상품. 호주 왕복 항공권 + 3주간 체류 경비. 이런 왕대박! 바로 응시했다. 난 공짜라면 환장하니까!
회사 그만두고 통대 입시에 도전했는데, 떨어지면 쪽팔리니까 얼른 해외로 뜨자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랬는데 운좋게 1등을 했다. (역시, 인생은 들이대는 자의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호주 공인 영어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만점자가 2명 나왔다. 호주대사관에서 영어 면접으로 결선을 치렀다. '영어, 어디서 공부했어요?' '한국에서 독학했습니다. 이번에 기회를 주시면 호주에 가서 제대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1등상은 내 몫이 되었다. 경쟁자는 해외 유학파였거든.
통대 합격과 경시대회 1등 소식을 동시에 들었다. 6개월 전만 해도,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 사나 전전긍긍했던 나였는데 말이다. 철봉에 매달려 앞으로 전진할 때, 손에 쥔 봉을 놓고, 몸을 허공에 던지지 않으면, 다음 봉을 잡을 수가 없다. 내가 가진 기득권을 포기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법이다. 자, 다시 여행 얘기로...
유럽여행은 유레일패스를 사서 기차로 일정을 꾸린다. 호주는 오지패스라해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다닌다. 날짜별로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제일 권하고 싶은 코스는 동부해안을 따라 시드니에서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을 따라 케언즈까지 가는 코스다. 시드니 인, 케언즈 아웃, 2주면 멋진 배낭 여행이 완성된다.
유럽 여행이 도시마다 바쁘게 볼거리 찾아다니는 여행인데 비해, 호주 여행은 바다와 태양의 품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는 휴양 여행이다. 유럽 여행에 맛들인 사람에게 좀 심심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보다 모험에 가깝다.
겨울 배낭 여행으로는, 따뜻한 그린(Green) 크리스마스가 있는 호주가 제격이다.
추천 여행지 : 프레이저 섬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면 호주의 울룰루(Ayers Rock)가 나온다.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산, 정말 세상의 중심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근 18 시간을 버스로 달려 겨우 바위산 하나 보고오는건 웬지 썰렁하다. 일정이 짧은 이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일본 관광객들이 많은 골드코스트 (일명 써퍼즈 파라다이스)보다 바이런 베이를 추천한다. 배낭족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마을이다.
내가 정말 강추하고 싶은 호주 내 여행지는 따로 있다. 바로 프레이저 섬!
호주에서 해 볼수 있는 특이한 여행코스... 세계 최대의 모래섬 프레이저 아일랜드. 인접한 허비베이에 있는 여행사에 신청을 하면 6인 1조로 팀을 꾸려준다.
스웨덴 아가씨 둘
, 일본 대학생 하나, 영국 트럭 운전수 하나, 호주 애 하나, 그리고 나.출발전에 마트에 들러 사흘치 식량을 사고, 페리에 도요타 지프를 싣고 출발. 여행사 직원은 섬에 찦차와 일행을 내려주면서 지도 한 장 준다. '재밌게 놀아. 3 일 뒤 여기로 돌아오면 배가 기다릴거야...' 그러고 배타고 떠난다. 그럼 우리는?
짚차를 몰고 세계 최장이라는 120Km 직선 비치를 마음껏 달린다. 길은 없다. 오프 로드 찦차가 가는 곳이 길이다. 바다로 차를 몰고 들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프레이저 섬 해변가에 좌초된 낡은 난파선에서...)
다음에 호주에 다시 간다면? 돈을 좀 들여서라도 반드시 국제공인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싶다. 케언즈에 있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산호초의 천국. 다이버들의 꿈이다. 시간 여유가 있는 분께는 케언즈에서 5일짜리 스쿠버다이빙 코스를 권한다. 자격증도 따고 환상의 산호초 관광도 즐기고... 1석 2조.
짠돌이 여행 비법 2탄
1. 외국 배낭족과 어울려라
배낭 여행 가서는 한국인 관광객과 다니지 마라. 한국 사람끼리 어울리면, 비싼 한식당 가고, 밤에 비싼 술 먹고, 비싼 한국 펜션에서 모여 잔다. 돈 아깝다. 그럴거면 뭐하러 외국 나갔나? 한국 사람은 한국에 오면 많다. 여행가서는 현지인과 자주 어울리고, 허름한 차림의 외국 배낭족과 어울려라. 온갖 싼 숙소, 싼 식당, 싼 교통편 정보는 다 얻는다. 거지같은 히피들과 사귀어라. 그들은 장기 여행자에, 저가 여행의 고수니까. (단, 그들이 권하는 해시시는 하지마라.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
2. 숙소의 안내판을 활용해라
여행 책자에 있는 정보는 아무래도 고급 정보이기가 쉽다. 싸고 저렴한 곳은 유스호스텔 메모판에 많이 있다. 밥은 사먹기보다 숙소 주방에서 만들어 먹어라. 서로 음식을 나눠먹다보면 자연스럽게 여행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프레이저 섬 캠핑 여행도 1995년 당시 한국에서 나온 여행 책자에는 없는 정보였다. 현지 숙소 안내판에 붙어있는 여행사 광고 보고 찾아간거다.
3. 시간은 많이, 돈은 적게 준비해라.
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면 일정을 오래 잡아라. 7박8일간 10개국 도는 호텔팩, 난 이런 거 싫어한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다. 수박 겉핡기 식으로 명소만 돌아다니고 인증샷만 모으는... 일정이 길어지면 경비가 많아지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장기 배낭 여행자들을 만나보라. 6개월 씩 아시아 여행다니는 아이들, 오히려 경비는 얼마 들지 않는다. 많이 보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많이 느끼겠다고 생각해라. 그럼 생각보다 적은 돈으로 여유있게 여행할 수 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이거 뻥 아니다. 난 공짜로 영어 공부했고, 그 덕에 공짜로 해외 여행도 다녔다. 출장에다 항공권 경품까지...
'공짜로 즐기는 세상.'
뜻이 없지, 길이 없으랴.
'짠돌이 여행예찬 > 짠돌이 세계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짠돌이 세계여행 6. 일본 (2) | 2011.09.22 |
---|---|
짠돌이 세계여행 5. 캐나다 (2) | 2011.09.16 |
짠돌이 세계여행 3. 동남아 출장 (0) | 2011.09.07 |
짠돌이 세계여행 2. 유럽 (0) | 2011.09.07 |
짠돌이 세계여행 1. 서문 (2) | 2011.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