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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짠돌이 세계여행 6. 일본

by 김민식pd 2011. 9. 22.

Year 6. 1997
 
테마 : MBC 신입사원 해외연수
경비 : 연수 과정이었으니 당근 공짜! ^^
 

내 팔자에 3복이 다 여복이다. 여복, 여행복, 그리고 여러직업복... 물론 어거지 말장난이다.^^
  
나같은 외모로, 이쁜 마누라에 이쁜 딸들을 줄줄이 얻었으니, 이것이 첫번째 여복이요.
회사에 들어가면, 언제나 해외로 나갈 요행수가 생겼으니, 이것이 두번째 여행복이요.
여러 직업 전전하며, 하고 싶은 것 다해보고 있으니, 여러 직업 복 또한 감사한 일이다.
 
MBC 입사하며, 당분간 여행 갈 일은 없겠구나, 체념하고 있었는데, 내가 입사한 해, 신입사원을 위한 해외 연수 과정이 신설되었다. 앗싸! 가까운 일본으로 일주일간 연수를 떠났는데, 고맙게도 그중 3박4일은 자기 주도 연수라 하여 개별 자유 여행이었다. 역시, MBC는 이래서 좋은 회사야. PD들은 창의성이 생명이라며, 인사부에서 자기 주도 연수를 보내줬다. 회사에서는 돈만 주고, 보고 싶은 건 직접 골라 봐! 최고다! 이 훌륭한 연수 제도는 안타깝게도 다음해 98년에 IMF사태가 터지면서 폐지되었으니, 여기서도 나의 억세게 좋은 여행복은 증명된다.
 
베스트 여행지, 도쿄.
도쿄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놀 거리 많고, 볼 거리 많은 도시다. 게임 오타쿠들의 천국, 아키하바라, 젊음의 거리 신주쿠, 일본 영화 메인 촬영지, 오다이바 등등 볼 것 많은 도시다. 마침 내가 열광하던 에반게리온 첫번째 극장판이 개봉한지라, 극장에서 대화면으로 에바의 폭주를 즐겼다. 만다라케나 북오프 같은 만화광들의 성지 순례까지, 오타쿠로서 참 행복한 도시였다.
 
베스트 테마, 도쿄 디즈니랜드.
해외 여행에는 자신만의 테마가 필요하다. 그렇지않으면, 남들 가는 곳 쫓아다니다 시간 다 보내고,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은 남기지 못한다. 여행광에게 중요한건, '나도 거기 가 봤어!' 보다 '난 거기도 가봤어.' 남들 가지 않는 곳이라도, 자신만을 위한 목적지가 있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난 여행을 가면 항상 테마파크를 즐겨 찾는다.
 
연출로서 내가 끝까지 간직하고 싶은 것은 동심과 호기심이다. 나이 먹으며, 우리는 동심을 잃고, 호기심을 잃는다. 동심을 잃으면, 세상 일이 재미가 없어지고, 호기심을 잃으면, 세상에 관심이 없어진다. 둘 다 좋은 연출의 자세는 아니다. 동심과 호기심을 갖고 늘 재미와 의미를 찾아 헤매야 진짜 PD다. 그런 점에서 난 여행을 가면, 늘 테마 파크를 즐겨 찾으며 내 안의 동심을 키운다. 재미없는 어른이 되는 순간, 연출 인생도 끝이다.

 
회사에서 연수 비용 받아 다닌 여행이라 이번에도 짠돌이 여행팁은 없다.

오늘의 여행 이야기, '여행은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 어른이 된 내가 주는 선물이다.'    
 

여행을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내게 여행은,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 어른이 된 내가 주는 선물이다. 어린 시절, 나는 놀이 공원 한번 못 가 보고 살았다. 우리 시대엔 누구나 그랬다. 놀이동산은 책 속에만 있는 꿈속의 나라였다. 어린 시절 꿈꾸던 테마 파크, 난 어른이 되어 다닌다. 

              (지난 추석에 싱가포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두 딸과 함께, 내가 제일 신났다!)
 
세계일주는 내가 어려서 꿈꾼 모든 것을 이루어가는 작업이다. 알프스에 가서 하이디가 살던 마을을 찾아보고, 런던에 가서 007 영화에서 본 거리를 찾아가고, 태국에 가서 모글리처럼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헤맨다. 어린 시절의 내가 꿈꾼 모든 것을, 어른이 되어 하나 하나 이루어간다. 이것이 삶의 보람이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라 노래하지만, 사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려서 책 많이 읽고, 자기 계발 열심히 한 덕에 좋은 회사에 들어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어찌보면, 지금 내가 즐기는 여행은, 어린 시절 치열하게 살았던 내가 스스로에게 준 선물이다.


여러분도 훗날 자신에게 줄 멋진 선물을 지금 준비해두기 바란다. 즐거운 꿈은, 다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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