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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2

무례함에는 댓가가 따른다 99년도인가, 예능 조연출로 일할 때입니다. 여의도 MBC 사옥 3층에 중앙정원 로비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40대 후반의 드라마 PD 선배가 20대 후반의 FD 세 명을 줄지어 세워놓고 뺨을 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회사 복도 한 가운데서... 그 폭행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냐하면, 20대 남자 청년이 뺨을 맞고 뒤로 날아가 쓰러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참 끔찍합니다. '저 FD의 엄마가 아들이 매맞으며 일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슬플까...' '남의 집 귀한 아들을 저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걸까?'드라마 촬영장에서 배우들에게 욕하고, 스태프들을 때리는 걸 드라마 감독의 일을 향한 열정으로 착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게 마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2018. 7. 9.
버려지는 시간은 없다 (글의 제목은 에 나오는 ‘버려지는 노력은 없다’에서 따왔습니다.) 2012년 MBC 노조가 170일 파업을 끝내고 업무 복귀를 결정했을 때 김재철 사장과 그 일당은 무척 당황했어요. 전투력이 충만한 조합원들이 투쟁에서 복귀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파업에서 패배하고 여러 명의 해고자를 남겨두고 돌아오는 조합원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교육명령을 내립니다. 잠실 신천에 위치하고 있어 훗날 ‘신천교육대’(전두환 정권의 삼청교육대에 대한 패러디)로 알려진 MBC 아카데미에 사람들을 보냅니다. 김세용, 최일구 앵커를 비롯하여 강재형 아나운서, 김재영 피디 등 100여명이 이곳에 발령 나지요. 저의 경우, 징계 3종 세트를 받았는데요. 대기발령이 끝나면, 6개월 정직을 시키고, 정직이 .. 2018. 7. 6.
도올 서당 학습기 저는 1992년에 첫 직장에 입사했습니다. 제가 모시던 상사는 전형적인 워커홀릭이었어요. 그 분이 전국 출장을 다니며 강행군을 하다 어느날 여관방에서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았대요.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안 움직이는 겁니다. 과로로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요. 제게 종종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김민식씨만할 때는 말이야, 허구헌날 야근을 했는데 말이야. 김민식씨는 항상 칼퇴근이야.' 하셨어요. 당신에게는 당신의 기준이 있고, 내게는 내 기준이 있는데 말이지요. 무엇보다 저는 당시 퇴근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거든요.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 데이트도 하고 싶은데, 그런 저를 보고 한심해 하셨지요. 결국 사표를 던졌어요. 인사부에서 부르더군요. 혹시 상사와 안 맞아서 그런 거라.. 2018. 7. 5.
로또 1등이 된다면? 예전에 이화여대에 출강한 적이 있어요. PD지망생들과 수업을 하는데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피디님은 무엇을 하실 건가요?" 잠깐 생각을 하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냥 지금처럼 드라마 피디로 살 것 같은데요?" 임승수 작가님의 를 보면, 작가님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하나봐요. 로또 1등이 되면 무엇을 할까? '내가 작가인데 로또 1등에 당첨되면 글쓰기를 때려치울까? 아니야, 그렇지 않겠지. 돈이 많든 적든 나는 이 일을 하는 것이 즐거우니까. 아마 나는 배부른 돼지, 아니 배부른 작가가 될 거야.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나는 작가로서 종종 이런저런 곳에서 강의를 하는데, 로또에 당첨되면 배가 불러서 강의를 안 할까? 역시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아마 배부른 강사가 되겠지.. 2018.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