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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마지막 늑대, 해리 보슈

by 김민식pd 2016. 3. 8.
2016-46 로스트 라이트 (마이클 코넬리 / 이창식 옮김 / RH 코리아)

마이클 코넬리는 '시인'이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로 유명한데, 그의 대표작은 역시 해리 보쉬 시리즈다.

해리 보쉬는 살인 전담 강력계 형사다. 오로지 죽은 자를 위한 정의를 집행하는 그에게 권력자의 압력도, 자산가의 뇌물도 통하지 않는다. 그에게 룰은 하나다.
Everybody counts or nobody counts.
그에게 살인 사건의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하다. 죽은 자가 남긴 메시지를 읽고 악당을 찾아 응징한다. 힘 있고 권력 있고 돈 있는 자라 해도, 한번 용의선상에 오르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통제 되지 않는 외로운 늑대인지라 경찰 조직 내부에서도 그를 골치 아파한다. 조직 내 정치 논리에 무관심한 해리 보쉬, 그가 '외로운 늑대'로 끝내 권력에 길들여지지않은 채 강력계 형사로 정년을 맞기를 바랬다.

'로스트 라이트'는 그 해리 보쉬가 조직을 나와 그 누구의 의뢰도 받지않고, 그 누구의 지시도 따르지않고, 혼자만의 전쟁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911 테러 이후 자유와 자치를 존중하는 미국 헌법은 '테러방지법'이란 미명하에 변해버린다. 로드니 킹 사건으로 LAPD가 어떻게 몰락하는지 지켜본 해리 보쉬는, 법과 정의의 수호 기관이 그릇된 정의를 행사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안다. 그래서 그는 폭주하는 법 집행기관을 상대로 고독한 전쟁을 이어간다.

해리 보쉬를 읽지 않은 독자라면 가급적 시간의 순서 대로, 시리즈 초반 작품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추천 순위는,
The Black Echo
The Last Coyote 
The Concrete Blonde 
The Drop 
The Black Box 
Angels Flight 
Lost Light 
Trunk Music
순이다.

드라마 연출을 하는 동료에 따르면, 능숙한 드라마 작가는 여러 개의 타임라인을 만들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단다. 부모 세대의 사연과, 주인공 출생의 비밀과, 현재의 삼각관계가 맞물리는 구성처럼 말이다.

마이클 코넬리 역시 해리 보쉬 시리즈를 구상하면서 그의 과거를 다층적으로 구성했다. '블랙 에코'는  과거 베트남전 참전 용사로서의 과거와, '라스트 코요테'에서 어린 시절 고아가 된 사연이 중첩된다. 한 권 한 권 읽다보면, 해리 보쉬의 인생역정을 따라가면서 이 고독한 영웅을 응원하게 되고, 사건 하나하나의 꼼꼼한 디테일과 반전에 혀를 내두르다보면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 된다.

며칠 전 요 네스뵈의 아들에 대한 리뷰를 쓰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쉬를 잠깐 언급했다. 그러자 문득 간만에 보쉬 시리즈가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찾아읽은 책이다.

다독비결 46
독서 리뷰를 쓰다보면 비슷한 장르의 다른 책이 갑자기 생각나고, 문득 그 책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글쓰기에서 이어지는 책읽기. 아, 정말 행복한 나날이다. ^^




(예전엔 수백 권 씩 쌓아놓고 읽던 추리소설, 요즘은 예전만큼 안 읽는다. 편식하던 버릇은 버리고, 다양한 책을 읽게 되었다. 나이 든 건가?)


예전에는 스티븐 킹의 책을 원서로 읽었는데, 요즘은 코넬리의 책을 읽는다.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긴장감이 넘쳐서 영어 독해 공부 삼아 읽기에도 참 좋은 텍스트다.


추리소설을 향한 열정은 예전만 못하지만, 나는 여전히 해리 보쉬를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로스트 라이트'의 엔딩이 참 좋았다. 처음부터 정주행해서 부디 '로스트 라이트'의 마지막 희망의 불빛을 확인하시길.




Everybody counts, or nobody counts.

이건 강력계 형사뿐 아니라, 언론사 기자에게도 좋은 모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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