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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by 김민식pd 2016. 2. 8.

2016-26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장석주 지음 / 샘터)

 

나의 요즘 주된 일과는 독서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혼자 틀어박혀 책만 읽는다. 카톡 프로필에 '올해는 개인적 안식년이라 약속은 잡지 않습니다.'라고 올리고 칩거 생활중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나는 책을 읽는 게 더 좋고, 올해는 왠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 (마님의 포효가 들려온다. "언제는 안 그랬냐고!" ㅋㅋㅋ)

 

'사람들은 흔히 책을 읽는 이유를 유용함이나 실용성의 측면에서 찾습니다. 그런데 나는 독서를 할 때 그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목적을 중요시하지는 않아요. 내게 목적 없는 책 읽기야말로 무상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책 읽기는 순전한 도락이고, 자기 수련의 한 형식이기도 합니다. 당장 써먹기 위해서 책을 읽기보다는 생활의 일부, 오래된 습관으로 책을 읽어 내는 것이지요. 책 읽기는 당장 시급한 생물학적 필요에 대한 응답이 아니거든요. 어찌 보면 실용성 제로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내가 책을 읽을까요? 그것은 쓸모없음의 쓸모 때문입니다. 

왜 인간이 위대해졌을까요? 나는 그 이유를 인간이 쓸모없는 일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시, 그림, 음악, 춤, 인문학 따위가 다 그렇습니다. 동물들은 철저하게 타고난 본성에 충실하고, 목전의 필요에만 반응하지요. 동물들이 본성과 지금의 필요를 벗어난 것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하지만 인간은 자기 본성과 지금의 필요 너머, 쓸모없는 일들에도 관심을 둡니다. 상상과 놀이에 빠지고, 재미를 찾아가는 거지요. 바로 이 점이 동물과 인간을 가르는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인간은 문명의 창조자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위의 책 30~31쪽)

책은 이래서 좋다. 지금 내 상태에 대해 최고의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 쓸모없음의 쓸모라면, 내겐 블로그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쓰는 일이 황홀할 정도로 즐겁고 소중하다. 

 

'글쓰기는 작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입니다. 산다는 것은 세계를 향해 자기를 표현하는 일이고,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니까요.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글쓰기가 막막하다면 일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요. 우리는 뇌를 낯선 상황에 노출해 예민하게 깨울 필요가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은 생각의 산파"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우리의 뇌는 낯선 상황에 놓일 때 세계와 사물을 새롭게 인지하고, 굉장히 창의적으로 바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쓸 게 많아지는 겁니다.'

(같은 책 103쪽)

이 역시 여행을 떠나야하는 최고의 알리바이가 아닌가! 새롭게 블로그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도 지난 6개월간 3번의 여행을 다니면서다. 역시 여행과 글쓰기는 찰떡궁합인가 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부러운데, 더 부러운 사람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어려서 책을 빌려 읽어 버릇해서 책이 많지는 않다. 20대에 1년에 200권씩 읽은 것도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것이지, 사서 읽은 것은 드물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 중 두 권은 회사 자료실 신작 코너에서 집어든 책들이다. 장석주 시인의 책은 15년 12월 30일에 나왔고, '나이듦 수업'의 초판 1쇄 발행일은 2016년 1월 20일이다. (오늘은 2월 8일) 지난 주 경향신문 신간 소개에서 읽은 따끈따끈한 새 책을 빌리면, 길가다 돈 주운 것보다 더 행복하다. ^^

다독 비결 26

책을 빌리는 창구를 다각화한다. 나의 경우, 1. 동네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2. 회사 자료실에서 빌리거나, 3. 지인들에게 빌리거나, 4. 교보문고 SAM 전자책 대여 서비스에서 빌리거나, 5. 교보문고 전자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한다. 하지만 교보 전자도서관이나 동네 도서관은 새 책이 들어오는데 시간도 걸리고, 대여 경쟁도 치열하다. 새로 나온 책은 동네 도서관에서 구매신청을 하는데, 연초라 아직 예산 편성이 안 되었단다. 이럴 땐 읽고 싶어도 조금 참아야한다. 도서관 도서 구입비로 내가 낸 세금을 환급받을 작정이다. ^^ 책을 빌리는 다양한 창구를 만드는 것, 이것도 다독의 비결이다.

 

나같은 짠돌이와 달리, 장석주 시인은 책을 정말 많이 사들인다. 책을 사는 비용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1년에 사들이는 책이 대략 천 권쯤 된단다. 일주일마다 사과 상자 하나에 들어갈 정도의 책들이 택배로 도착하니까. 정말 대단하다. 집에 책이 3만권 넘게 있는데, 책을 위한 서고를 따로 지어야할 정도란다. 책을 진정 사랑한다면, 이 정도 경지에는 가야하는데 말이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 인터뷰가 나온다.

 

'Q. 선생님의 최근 근황은 어떠신가요?

A. 여전히 책 읽고 글 쓰며 살고 있습니다. 책이 나오면 인터뷰도 하고 강연도 자주 다닙니다. 기업체나 도서관, 공무원이나 교사 등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강연합니다. 강연 주제는 그때그때 달라요. 책 읽거나 글쓰기에 관해 강연하기도 하고, 행복이나 창의성에 관해 강연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분간 이런 생활을 계속할 것 같고요. 몇 년 안에 제주도로 옮길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집필실과 작은 여행자 도서관을 만들려고 해요.

지금도 여러 가지 주제에 관해 다양한 책들을 쓰고 있지만, 가장 좋은 책은 제일 마지막에 쓰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제주도에 가서 쓰려고 해요. 이미 적당한 땅을 사놓았고, 설계할 건축가도 있습니다. 몇 년 뒤 건축물이 지어지면 그 책을 쓰면서 제주도에서 노년을 보낼 계획입니다.'

(같은 책 128~129쪽)

정말 부럽다. 책이 오죽 많으면 그걸로 도서관을 다 지을까. 그러다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게 나의 노후 목표가 되겠구나! 나는 제주도에 땅을 살 형편도 아니고, 도서관을 지을 책도 없다. 은퇴하면 제주도에 내려가 장석주 선생이 지은 도서관 근처에 싼 숙소를 얻어 매일 시인이 지은 도서관에 다니며 책이나 읽어야겠다. 돈이 없으면 텐트치고 노숙이라도 하지, 뭐. 제주도에 시인이 지은 여행자 도서관이라니, 내가 꿈꾸는 최고의 놀이터다. 시인이 평생 모은 수만권의 장서 속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야겠다. 공간과 책이 남의 소유인들 어떠랴, 세상은 즐기는 이가 임자인 것을!

 

책 속에서 꿈을 이룬 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 글은 주술의 힘이 있다. 활자가 머릿속에 선명한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다시 내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언젠가 책 속의 글은 내 삶의 꿈, 혹은 내 꿈의 삶이 될 것이다. 그것이 글이 지닌 가장 큰 힘 이다. 스스로 실현되는 예언.

 

장석주 시인의 꿈을 응원한다. 그 속에 내 꿈이 있으니까.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가 될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꿈이 곧 나의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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