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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과학하고 앉아있네

by 김민식pd 2016. 2. 15.

2016-29, 과학하고 앉아있네 1. 이정모의 공룡과 자연사 (원종우, 이정모 / 동아시아)

2016-30 과학하고 앉아있네 2.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 (원종우, 이명현 / 동아시아)

 

'과학하고 앉아있네'는 과학 전문 팟캐스트 방송인데,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방송 내용을 책으로 묶어냈는데, 1권에선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관장이신 이정모 박사가 나와서 공룡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룡이 언제 생겼어요?"하고 물어보면, "옛날에." 그럼 "언제 사라졌어요." 하고 물으면 "또 옛날에."라고 답을 합니다. 그 오랜 옛날을 어떤 방법으로 분류하고 기억하는 게 편할까요? 

'지질시대를 보면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나누잖아요. 고생대는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 신생대는 3기, 4기 이렇게 나눈다고 해요. 헷갈리잖아요. 요것만 따라하지면 돼요. 캄, 오, 실, 데, 석탄, 페, 트, 쥐, 백이잖아요. 제가 외우는 방법은 이거예요. 'Come'은 '오시라'죠. 'Come 오실 때 석탄 퍼오시면 튀긴 쥐포 백 마리 드릴게요.'

(17쪽)

대중 강연과 저술 활동을 많이 하는 과학자는 이렇게 어려운 설명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참 잘한다. 자연사 박물관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우주의 모형을 보며 지구가 얼마나 작은 곳인지, 공룡이나 삼엽충의 화석을 보며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실감한다. 공룡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

 

'공룡의 멸종에 대해 생각해야 될 게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공룡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는 거예요. 공룡은 어쨌든 전체로 보면 1억 5,000만 년이나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어떤 생명도 죽음을 피할 순 없지만, 지금 우리가 여태까지 지구상에서 살았던 생명의 종 가운데 99퍼센트는 과거형이거든요. 그런데 공룡은 1억 5000만 년 이상 지구를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아주 성공한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둘째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공룡이 일시에 멸종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러니까 백악기 말에 막판에까지 살았던 공룡들은 그들 가운데서도 1퍼센트에 해당하는 거죠. 나머지 99퍼센트는 차근차근히 죽었어요. 멸종하고 어떤 새로운 게 생기고, 하나가 비워주면 누군가가 채우고 해서. 모두 다 살아 있으면 새로운 종이 생길 수가 없죠. 셋째로는 공룡이 6,500만 년 전에 죄다 멸종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공룡은 지금도 살아 있죠. 뭐로 남아 있냐면 바로 새로 남아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오늘 공룡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공룡이 좀 땡기네, 어디 가서 공룡 한번 먹어볼까? 할 수도 있어요. 그러고 '치맥'을 하시면 됩니다. 새는 공룡 그대로예요. (중략)

공룡 중에 큰 트럭만 한 것도 있지만, 보통 몸무게 1킬로그램 이하에 30센티미터 정도 되는 것도 있었거든요. 닭 같은 거죠. 닭을 보면서 공룡이구나 생각하면 크게 틀린 게 아니에요. 사실 새는 공룡의 후손이다. 좀 더 나아가면 새는 백악기 말 대멸종을 견뎌낸 공룡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죠.'

(같은 책 51쪽)

'주라기 공원'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면, 공군의 폭격으로 섬이 불타오를 때, 주인공들은 가까스로 헬리콥터를 타고 섬을 탈출한다. 그때 헬기 옆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이 잡히는 데 상당히 의미심장한 배치였다. 공룡은 멸종한 게 아니라, 새의 모습으로 우리 옆에 있다는...

책의 후반부에는 공연장에서 녹음한 팟캐스트답게 청중과의 질의응답으로 꾸며졌는데, 재미난 질문과 재치난 답이 많다.

'질문 : 거대한 몸집에 비해 공룡이 다리가 앙상해 보이는데, 관절염에 안 걸렸을까요?

답: 걸렸을 겁니다. 하지만 보통은 관절염에 걸리기 전에 뭐 잡아먹히든지 했겠죠. 공룡들이 암 걸렸다는 얘기는 못 들어보잖아요. 그 이유는 그 전에 죽기 때문이죠. 요즘 들어 갑자기 암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는 오래 살고 진단법이 발달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몇 년 사이에 암 환자의 생존율이 엄청나게 높아졌죠. 치료법은 별로 발전된 게 없어요. 치료법이 좋아져서 생존율이 높아진 게 아니라, 암 진단법이 좋아졌어요. 요즘은 위암 같은 것은 초초기에 발견을 해요. 그러니까 옛날 같으면 꽤 커진 다음에 발견했기 때문에 생존율이 낮았던 것이고 요즘은 초초기에 발견하니까 수술해서 아무런 문제 없이 살고 있는 거죠. 공룡이 관절염에 왜 안 걸렸겠어요? 오래 살았다면 걸렸을 겁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약하면 잡아먹히니까 대체로 오래 살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럴 확률이 거의 없는 거죠.' 

(같은 책 90쪽) 

아, 세상 만사 정말 명쾌하게 풀어준다. 이정모 박사님, 역시 이름난 과학 저술가 답게 쉽게 설명을 잘 해주신다.

 

다독비결 29

2015년 연말에 나온 경향신문 선정 '올해의 저자' 중 한 사람이 이정모 선생이었다. 작년에 나온 이정모 선생의 '공생 멸종 진화'가 화제였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책도 읽고싶어진다. '올해의 저자' 리스트 중에서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는 것도 다독의 비결이다.

 

 

좋은 저자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때로는 우연이 인연을 이끈다. 2권에 나오는 한국 SETI 조직위원장이신 이명현 박사님과 나의 인연이 그렇다. '10월의 하늘'이라는 과학 강연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만나 오늘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몇 해 전에는 네팔 여행 중 포카라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명현 선생님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시는데, 박사님이 하시는 과학 강연도 강력 추천 아이템이다.

다독비결 30

나는 저자 강연회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책을 읽으면 저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아 좋다. 작가 강연을 쫓아다니며, 작가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은 작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전작읽기를 도와준다. 이것도 다독의 비결.

이제는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린 명왕성에 대한 얘기가 책에 나오는데, 문득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요원들이 행성 이름으로 서로 암호명을 부르는데, 그 중 사이먼 페그가 자신의 암호명을 가지고 불평을 늘어놓는 대목이 있다. 
“Why do I have to be Pluto, it isn’t even a planet anymore?”

난 왜 명왕성이야? 더 이상 행성도 아니잖아?
“You can be Uranus.” 그럼 넌 천왕성할래?

 

사이먼 페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데, 극장에서 혼자 웃음이 빵 터졌다. Uranus는 누군가의 암호명으로 부르기에 참 부적절한 이름이다. 왜? 발음이 Your anus거든... 암호명, 니 똥꼬... "니 똥꼬 나와라, 오바." "여기는 니 똥꼬!" ㅋㅋㅋ

중고생 아이가 있는 집에 '과학하고 앉아있네' 시리즈를 추천한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과학 입문서를 찾기도 힘들다. 이정모 이명현 모두 다, 과학계에서는 내로라하는 파워라이터들인데, 책에서 눈여겨 봐야할 또 한 사람이 파토 원종우 선생이다.

원종우 작가의 '태양계 연대기'도,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도 다 재미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다방면에 박식할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다. 원종우는 한국의 빌 브라이슨이다. 문화운동가, 기타리스트, 작가로 활동하는 전방위 지식인인데, 무엇보다 그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러의 재능이 탁월하다.

계속 이어지는 '과학하고 앉아있네' 책 시리즈가 기대된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꼭 한번 들어보시길~

http://www.podbbang.com/ch/6205

 

아, 그리고 참, 하루 늦은 발렌타인 데이 특집!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과학자들이 유성생식 찬가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엔트로피 사랑'!

시트콤 '빅뱅 이론'의 한국판 뮤비라고 보면 된다.

가사를 외워두었다가 프로포즈할 때 써먹어도 좋을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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