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편 독서록을 몰아서 올린다.
2016-13 범인에게 고한다 (시즈쿠이 슈스케 / 레드박스)
후배에게 추천받아 읽기 시작한 책. 중반까지 전개가 느리고 답답해서 생각보다는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던 책
*** 다독 비결 13.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후배랑 독서 클럽을 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무실 한켠 후배의 책꽂이에 후배가 다 읽은 책을 갖다두면, 그걸 가져오고 그 자리에 내가 읽고 재밌었던 책을 둔다. 둘 다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교환 독서 클럽을 하고 있다. 협력과 경쟁 속에 책을 읽다보니 더 많이 읽게 된다.
2016-14 샌드맨 (라르스 케플레르 / 오후세시)
스웨덴의 스릴러인데 정말 어둡다. 춥고 겨울이 긴 나라의 특징인가? 북구권 소설은 이야기의 강도로 보아 가장 세다. 대중 추리 소설의 경우, 미국에서 시작해서 (시드니 셸던처럼 말랑말랑) 일본으로 넓힌 다음 (덕심이 깊고도 넓어진다) 북유럽까지 간다. (그곳이 추리 세계의 종점)
*** 다독 비결 14.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나라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국적 풍광을 글로 먼저 만나는 재미가 있다. 조카가 얼마전 해리 포터 테마 파크로 여행을 떠났다. 독서가 여행을 대신하기도 하고, 언젠가는 독서가 여행을 이끌기도 한다. 여행 대신 독서, 이것도 다독 비결.
샌드맨의 작가 '라르스 케플레르'는 부부 작가 알렉산드르 안도릴과 알렉산드라 코엘료 안도릴의 필명인데, '밀레니엄' 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에 매료되어 필명도 천문학자 케플러를 함께 넣어 지은 오마주란다. 페터 회, 요 네스뵈도 좋지만, 북유럽 스릴러를 접하지 않은 분들에겐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최고의 입문서인듯.
2016-15 댓글 부대 (장강명 / 은행나무)
어느새 믿고 보는 작가가 된 장강명 작가의 책. 2015년 추천리스트에 중복 게재된 책이다. 책을 읽다가 혼자서 빵빵 터졌다. 그렇게 웃다보니 어느 순간 서늘해지더라. 댓글 부대가 좌파 사이트를 공격하는 방식을 보고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참여연대에서 나오는 월간 '참여사회' 1월호에 장강명 작가의 인터뷰가 실렸다.
"(전부는 아니지만) 진보의 폐쇄성은 일부 있다고 봐요. 자기의 뜨거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그룹들이 있거든요. 어려움에 처한 현실도 도덕적 우월성으로 돌파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요.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나의 우월성을 강조하면, 대화 토론 협상이 불가능합니다.
진보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지금 '너는 악마' '너는 빨갱이' 이런 식의 문화가 넓게 퍼져 있어요. 정치권도 마찬가지고요. 2015년 한국의 불행이죠. 신앙인들끼리 서로 '종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요."
(아래는 인터뷰 기사 원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글이었다. 웹툰 '송곳'에 나오는 대사가 있다.
"사람들은 옳은 사람 말 안 들어요.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배려인듯.
*** 다독 비결 15.
좋아하는 신문, 잡지, 그리고 후원 단체가 있다. 나는 경향신문과 시사IN을 구독하고 참여연대, 유니세프, 유엔난민기구를 후원한다. 후원 단체의 소식지를 읽다보면 작가 인터뷰를 만나기도 한다. 작가의 말에 귀 기울이다보면 그의 글이 궁금해진다. 잡지나 신문에서 작가 인터뷰를 찾아 읽는 것, 다독으로 가는 길 중 하나다.
2016-16 13.67 (찬호 께이 / 한스미디어)
여러 매체에서 2015년 최고의 추리 소설로 꼽았는데, 읽어보니 구성도 트릭도 다 최고다. 읽다보면 홍콩의 현대사와 문화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책이 두껍고 무거워서 읽는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워낙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시간에 대한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6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단편마다 두 사람의 주인공이 공통으로 등장하여 하나의 장편소설처럼 읽힌다. 참으로 영리한 구성이다.
*** 다독 비결 16.
소설과 인문학 서적 등 여러권의 책을 동시에 읽을 때, 단편집을 하나 끼워두면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다른 책으로 넘어가기 편하다. 인문학 서적은 챕터 하나 끝나면 소설로 넘어가고. 독서 목록에 단편집 끼워 읽기, 이것 또한 다독의 비결. ^^
2016-17 1030
'2018 인구절벽'을 읽다가 경제 전망이 답답해서 책을 덮고, '샌드맨'을 읽다가 너무 무서워서 책을 덮고,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책을 덮었다. 이럴 땐 아껴둔 잭 리처 시리즈로 간다.
잭 리처는 영국 작가 리 차일드가 창조한 캐릭터인데, 키 195센티미터에 체중이 113킬로그램이다. 온 몸이 근육질인데, 심지어 민첩성과 스피드까지 갖추었다는 거. 가족도 집도 직장도 없는 떠돌이라 추적이 불가능한데 머리는 또 엄청나게 비상하다. 쉽게 말해서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최강 레벨인 무적의 캐릭터.
왜 잭 리처같이 말도 안되는 반칙 캐릭터(약점이 하나도 없다)를 만들어냈냐니까 리 차일드는 이렇게 답했다.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손톱을 깨물면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다 9회 말에 역전승을 거두는 그런 경기보다는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이기는 그런 편을 선호했다.'
독자에게 통쾌한 박력과 재미를 안겨주는, 정말 믿음직스러운 스릴러 오락물이다.
*** 다독 비결 17.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소설 한 권을 항상 챙겨둔다. 르포니 교양서적 같은 건강식을 즐기다 조금 맛이 없다 싶을 때는 달콤매콤 입에 짝짝 붙는 오락 소설을 펼쳐든다. 웰빙 푸드나 다이어트 건강식도 좋지만, 때로는 오로지 맛으로만 먹는 음식도 식단에 있어야지. ^^ 불량식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로지 오락으로 즐기는 소설도 있어야 독서가 즐겁다.
나의 영웅은 잭 리처보다, 그를 창조한 리 차일드다. 리 차일드는 맨체스터 그라나다 방송국에서 18년간 송출 감독으로 일하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했다. 할 일이 없어지자 문구점에 가서 종이와 펜을 사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40대에 처음 써 본 <추적자 Killing Floor>가 대박이 나서 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는 거짓말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불행하게도 내게는 소설을 쓰는 재능이 없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건..... 소설을 하루에 한 권씩 읽어대는 것, 그건 자신 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둔다면, 도서관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책만 보며 살 거다. 인생, 그보다 더 바라면 욕심이지. ^^
매년 한 편씩 꾸준히 나오는 잭 리처 시리즈, 그중 데뷔작 '추적자'가 가장 재미있는데 아쉽게도 절판 상태다. '추적자'를 못 찾으면, '퍼스널'도 괜찮다. '1030'은 외로운 늑대, 잭 리처가 팀 플레이를 하는 이야기라 약간 성격이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아직 '밀레니엄'과 잭 리처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다. 재미의 신세계가 열릴 것이다. 새로운 밀레니엄과 잭 리처를 찾아 올 한해도 무수한 추리소설 사이에서 헤맬 것 같다. 그것도 뭐, 즐거운 방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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