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방학에 아이들과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광활한 초원에서 아이들과 말을 달렸다. 길도 없고 차도 없고 담도 없으니 승마 초보도 그냥 달리면 된다. 말 달리다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 살던 몽골 민족이 어떻게 세계를 정복한 걸까? 최근에 읽은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에서 답을 찾았다.
식량이 풍족하지 않았기에, 당시 유목민 사이에는 약탈을 위한 싸움이 많았다. 싸움 중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은 전방 병사들에게 주어진 권리였다. 전투에서 불리하면 물자를 남겨두고 도망가면 된다. 적들이 전리품을 챙기느라 싸움은 뒷전이 되고, 그렇게 살아남아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징기스칸은 생각했다. 그래서 전투 도중 약탈 행위를 금지했다. 무조건 전쟁에서 이기고 난 후 전리품을 한데 모아놓고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분배하는 걸로 규칙을 바꿨다.
전투 중 약탈을 허용하면 전방에 있는 병사들만 챙겼는데, 이제는 후방 병사와 전사자 유족까지 아우르는 공평한 분배가 가능해졌다. 달아나는 적을 버려두기 보다 끝까지 쫓아가 끝장을 보았다. 전쟁을 이겨야 전리품을 챙길 수 있으니까. 분배 방식을 개혁한 덕에 징기스칸은 몽골 민족의 통일을 이루었고 기세를 몰아 유럽 원정에 이어 세계를 정복하게 되었다.
공정한 분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라가 부강해지는 길이다. 그렇다면 망하는 나라는 왜 망할까? 평소의 궁금증을 풀어준 사례가 또 있다. 영화 '300'에서도 보듯이 스파르타는 용맹함을 자랑하는 그리스의 맹주였다. 그런 스파르타가 패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스파르타식 교육이라고 이름 난 혹독한 전투 교육 때문이다. 그 전투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집단 생활을 해야했고, 거기에는 막대한 교육 비용이 들었다. 가난한 집에서는 아들의 전투 교육을 감당할 돈이 없어 결국 출산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 결과, 기원전 640년 9000명이던 스파르타의 남성 시민권자는 300년 뒤 1000명선으로 급감한다. 아무리 무적인들 쪽수가 딸리는데 어떻게 전쟁을 감당하겠나. 결국 스파르타는 인구소멸로 멸망한다.
가슴 한편이 섬뜩하다. 스파르타식 교육 못지않게 유명한 게 한국식 극성 사교육이다. 막대한 사교육비로 인해 가계 부담이 커지자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현재의 저출산 기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도 위기를 모면하기 어렵다.
페친들의 공유로 박종훈 기자의 칼럼을 자주 접했다. 구글에 '박종훈 KBS'를 치면 그의 '대담한 경제' 칼럼이 뜬다.
'1등만 살아남는 경제는 왜 위험한가?'
'무너진 그리스는 과연 '복지 천국'이었나?'
''부자의 돈'은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 다독 비결 9.
평소 SNS를 통해 재미있게 읽은 글의 저자를 기억해두었다가 그의 신작이 나오면 책으로 읽는다. 단편적인 글도 좋지만, 한 권의 책 속에는 작가의 통찰이 담겨있다. SNS는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는 좋은 창구다.
평소 기사로 즐겨읽던 글이 책으로 묶여 나왔기에 주문해서 읽었다. 그는 경제 전문 기자로 일하면서 좀 더 잘 알아야겠다는 욕심에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땄다. 기자로서의 스토리텔링 감각이 글에서 돋보인다. 기자나 피디란 결국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이 책이다.
'추락하는 한국 경제, 당신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고 묻는다.
책 말미에 나오는 답이다.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강력하며,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청년'이다.'
미래의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청년이 살아야한다. 청년을 버린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만약 나라가 청년을 귀하게 대접하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시작이다. 누구도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을 때, 기죽지 않고 즐겁게 버티는 극강의 멘탈이 필요하다. 곧 사람이 귀한 시대가 온다. 관건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그때까지 즐겁게 버티는 것이다.
최근 몇권의 경제 서적을 읽고 내린 개인적 결론.
1. 경제 불황이 닥쳐온다. 힘든 시절에는 함부로 모험을 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망할 때까지 끝까지 버틴다. ^^
2. 인구절벽이 닥쳐온다. 부동산 버블이 터지고 가계 부채 유동성 위기가 올 지 모른다. 함부로 빚을 내어 집이나 차를 사기보다, 빚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한다. 당분간 무일푼 취미 교실과 도서관 죽돌이로 버틴다. ^^
3.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혹은 사업이 망할지 모르는 시절이다. 저축성 보험이나 변액연금보험처럼 장기간 돈이 묶이는 곳에 돈을 넣지 않는다. 그보다는 6개월, 1년, 3년짜리 예적금을 여러 개 들어 그때 그때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재테크 하나를 뽑으라면...
그것은 투표다.
분배 정책과 교육 정책, 나라를 살리고 망하게 하는 건 결국 정치다.
투표를 통해 다 함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 돈 한 푼 안드는 최고의 노후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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