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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확률이란 그런 것이다

by 김민식pd 2015. 6. 5.

어떤 분을 만났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일단 한번 도전하겠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 보고만 있어도 에너지가 막 넘쳐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나이 마흔에 싱글이지만 아직 사람을 만날 생각은 없다는 얘기를 하더라.

 

"제가요. 커리어 상에 앞으로 10년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10년 동안 열심히 일에 도전하고, 50대가 되면 그때 누군가와 함께, 연애가 되었든 결혼이 되었든 해 볼 생각이에요."

 

그 얘기를 듣고, 나는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공짜 연애 스쿨도 운영하고 있지만, 나는 연애 지상론자다.

 

"피라미드가 몇년이나 되었죠? 한 5천년 정도? 그럼 피라미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앞으로 5천년은 더 갈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게 확률상 가능성이 높죠. 

 

10년전에 지어진 어떤 건물이 있다고 칩시다. 건축 기술로는 훨씬 발달한 소재나 자재가 들어갔겠지만, 아무리 잘 지었다고 한들 그 건물이 5천년 후에도 서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10년된 건물이라면,10년 후에도 그 건물은 서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확률이란 그런 것이죠.

 

나이 마흔에 싱글인 이유? 지난 20년간 결혼도 연애도 별로 의지 없이 오로지 일에 대한 열정만 불태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일만 하고, 나이 50이 되면 어느날 갑자기 사람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지 마세요. 10년뒤에 내 옆에 누군가 있기를 바란다면, 그래서 노후는 외롭지 않게 보내고 싶다면, 앞으로 10년간 열심히 연애를 하고 사람을 만나야합니다. 그게 확률을 높이는 길이지요."

 

어줍잖게 다른 사람 인생에 충고랍시고 참견하고 있다. 안다.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블로그에 쓰는 글은, 실은 내 마음을 바로잡기 위한 수행의 방편이다. 내가 놓치고 사는 것은 없는가?

 

내 인생에 변화가 생긴 기점은 나이 스물이다. 당시 나는 죽도록 불행했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적성에 맞지 않는 공대에 입학하여, 하기 싫은 공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를 봤다.

 

중학교 때는 '일류고를 가라'던 아버지가 일류고를 가니, '서울로 대학을 가라'고 노래했고, 서울로 대학 진학했더니, '대기업에 취업해라'고 했다. 나중에 취업하니 '빨리 결혼하라'고 하셨고 결혼하니 '집사라고', 또 집을 사니 '집사느라 진 빚 갚으라'고 성화셨다.

 

아버지 눈에 나는 항상 모자라는 자식이다. 아버지를 바꿀 수는 없고, 나는 어째야 하는가? 그때 나는 결심했다. 아버지 눈에 드는 자식이기 보다 스스로 행복한 자식이 되자. 자식의 행복이 곧 부모의 소망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엔지니어의 길을 포기했다. 영업직으로 다니던 회사도 때려치우고 백수가 되었다. 아버지는 길길이 뛰었지만 나는 행복했다. 부모 눈에는 아무리 자식이 최선을 다해도 항상 부족하다. 다른 사람 기준에 나를 맞춘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냥 내 기준에 맞춰서 살자.

 

다른 사람에게 저런 어줍잖은 충고를 하면서 나의 삶을 되돌아본다.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을 유예하고 있지 않은가? 나이 60이 되면 행복해지겠다. 그런 거 없다. 행복하려면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

 

지금 행복하지 못하면서, 언젠가 ~~~하면 행복해질거야. 그런 건 없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

확률이란 그런 것이다.

 

 

얼마전 드라마 '여왕의 꽃' 중 레나 민준의 결혼식 장면 촬영 후 찍은 단체 사진이다.

마님이 당신 외모로 절대 연예인 옆에 서서 사진 찍지 말라고 해서 뒤로 피했는데,

김성령씨와 이종혁이 '가운데 서야 감독인줄 안다.'면서 잡아 끌었다.

 

연일 잔병치레하면서 찍고 있지만

최고의 배우들과 스탭들과 함께 일하는 이 순간을 나는 즐기고 있다.

 

남은 드라마도,

내 인생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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