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융합형 인재 양성 교육과정'을 위한 기획 자문 회의에 참석했는데, 그 곳의 화두는 하나였다.

"융합형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공학을 전공하고 (물론 학점은 엉망이었지만)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물론 2년만에 때려치웠지만)

영어 통역사로 일하고 (물론 실력이 딸려 그만뒀지만)

예능 피디로 일하고 (물론 조기종영으로 말아먹었지만)

드라마 피디로 일하고 (물론 연출 못한지 3년이 넘었지만)

지금은 파워 블로거를 꿈꾸는 (물론 요즘은 애 보느라 포스팅도 자주 못하지만...)

나야 말로 융합형 인재가 아닌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융합형 인재 검증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그렇게 자부하고 살면 그런거지 뭐... ^^)

 

융합형 인재는 절대 학교에서 키워지는 게 아니다. 융합형 인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공부보다는 다양한 실전 경험이다. 대학에서 특정 전공을 하고, 졸업 후 색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면, 그가 가야 할 곳이 바로 융합형 인재 아카데미다.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서로 다른 경험이나 생각이 마찰을 일으키는 지점에서 튀는 스파크다. 익숙한 일만 반복하는 작업에서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21세기는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다. 이 시대가 원하는 사람이 바로 융합형 인재인데, 특정 분야에 얽매이는 일 없이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사람, 곧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첫 직장을 평생 직장 삼아 죽을 때까지 한 우물을 파라고 말했지만, 전체 노동자의 80%가 비정규직인 비정한 세상에서는 그마저도 호사스러운 조언이다. 만약 고용 환경이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단기간의 다양한 경험을 융합형 인재로 커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해보고 싶은 일은 닥치는 대로 도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경험이 내 안에 쌓이면서 언젠가는 그것이 나를 대체 불가능한 인적 자원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자문 회의에서 내가 마지막에 했던 이야기.

 

"이 과정에 입학하면 처음 한 학기는 신나게 놀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CJ에서 영화 배급을 담당하는 분이 오셔서 한국 영화 산업의 비전에 대해 강의하신다면, 갈 때는 10만원짜리 영화관람권을 주고 가는 거지요. 그리고 그 주의 과제는 개봉중인 모든 영화를 보면서 노는 겁니다. 한게임에서 게임 개발자가 와서 강의를 한다면 게임머니 10만원을 줍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게임을 해서 레벨을 가장 많이 올린 친구에게 A 학점을 주는 겁니다.

 

융합형 인재는 공부만 들입다 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공부 이전에 즐기는 게 우선입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먼저 즐겨보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융합형 인재가 되는 게 꿈이라면, 자기주도 과정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한달에 한번 아트하우스 모모에 가서 혼자 하루 종일 영화를 본다.

어지간한 국제 영화제 프로그램보다 더 양질의 영화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주말 하루 날 잡아 아이튠즈에서 무료 게임 톱순위 모든 게임을 다운받는다.

그리고 그날 하루를 '공짜 게임 페스티벌'이라 이름짓고 미친듯이 놀아본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대박이다! 초초초강추!!!)

 

놀 줄 모르고 일만 하는 기성세대보다

인생을 더 즐기며 사는 신인류의 진화를 기다린다.

 

재미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의 첫 걸음은

그것을 즐기는 데서 시작한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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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셀 2014.05.30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놀고 싶어도 놀 수 없는 환경이 문제겠지요. 지금의 청춘들은 우리들 세대보다 휠씬 복잡하고 실력이 뛰어납니다. 대신 복잡한 환경속에, 불안한 환경속에 노출되어 있지요. 사실상 놀면서도 어느 정도 취업이 보장되어 있다면, 정규직이 보장되어 있다면 세상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겠지요. 지금의 청춘은 우리보다 키는 컸어도, 체중은 불어났어도 정신적으로는 휠씬 불안하고 복잡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즐기라고 하면, 즐길 수 있는 청춘이 얼마나 될까요? 케세라 세라~~~ 좋지요. 선배들이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지요. 그래서 마음이 아픕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라지요. 청춘이 아픈 건 사실이지만,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감독님처럼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밥상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좋으나, 현실이 긍정적이지 않아 고민입니다. 그래서 청춘들이 더 나은 고민을 하고 아파하는 희망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2. 갓승범만세 2014.07.04 14: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융합형 인재는 교육으로 찍어내서 길러질 수 없습니다. 학문의 성취도에 따른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 길러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교육시스템으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합니다. 융합형 인재는 이공계열지식과 문과계열지식을 조화시켜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인재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문과와 이과라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이분화 시키고 있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융합형 인재가 나올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하는 것은 마치 개천에서 용이 승천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