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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자연이라는 입학 선물

by 김민식pd 2014. 2. 13.

살면서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취미를 만나는 것이다. 블로그 누적 조회수 1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이 글로, 오늘 중에 100만을 넘길 기세다.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블로그 초반에 연재했던 글이 인도 네팔 배낭 여행기다. 네팔 여행 갔다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다. 안나푸르나 트렉 중 가장 짧은 코스이지만 정말 즐거웠다. 트레킹에 맛들여서 한국에 오자마자 제주 올레길, 부산 갈맷길, 부안 마실길, 강화 나들길을 쏘다녔다.

 

인생에 고난이 닥쳐오면 난 자가 처방으로 여행을 스스로에게 선물한다. 인생에 성취를 이루면 성공 보너스로 역시 여행을 선물한다. 드라마가 실패하면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 힐링 여행을 떠나고, 드라마가 성공하면 자축 여행을 떠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무조건 떠나야한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환경을 만나보면 내가 처한 현실과 거리감이 생기고, 그 거리감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네팔 보떼꼬시 강에서의 래프팅. 이 순간, 삶의 고민은 다 사라진다. 오직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는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큰 딸 민지가 벌써 중학교에 입학한다. 옆에서 아이가 크는 걸 바라보면 마음이 짠하다. 앞으로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한국에서 자라나는 청소년이 거쳐야할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그 시간을 견뎌내야할 딸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그렇다고 입시 지옥을 피해 아이를 외국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외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조기유학한 친구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취직에 성공하고 우리네 기업 문화에 정착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단순히 영어를 배우기 위해 떠나는 조기유학은 의미 없다.

 

내 자신에게도 중고교 6년은 지옥이었다. 요즘은 더 하다는데, 걱정이다. 아빠로서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일까? 난 아이에게 백신을 처방하고 싶다. 괴로울 때 든든한 힘이 되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 전 2주간 시간이 비기에 민지와 여행 계획을 짰다. 어디로 가야할까?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와이겔트라는 원어민 교수가 있었는데, 여행을 무척이나 즐기는 분이었다. 그분께 어느날 물었다. '전세계 여행지 중 어디가 제일 좋았나요?'

"히말라야. 정글 밀림에서 시작해서,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 변화에 따라 주위 풍광이 달라지지. 아열대성 기후부터 만년설이 있는 극한 기후까지, 극과 극 사이의 모든 자연이 한곳에 있는 곳, 그게 히말라야야."

 

 

 

 

1992년 유럽 배낭 여행을 다녀온 후 다짐했다. 앞으로 매년 최소 한번은 해외여행을 즐기자. 22년째 스스로에게 한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22년 동안 조금씩 조금씩 나만의 세계일주를 완성해가는 중이다. 다녀본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스위스 융프라우, 캐나다 로키 산맥, 호주의 그랜드 배리어 리프, 다 좋았지만 나 역시 최고로 치는 것은 히말라야다. 그래서 결심했다. 민지에게 중학 입학 기념으로 히말라야 여행을 선물하기로. 

 

정글같은 6년이 기다린다. 학교, 학원, 자습실. 그 엄옥한 시절을 견딜 수 있는 즐거운 추억 하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민지야. 이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해. 가난하지만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저 사람들을 기억해.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들은 어쩌면 별것 아닐지 몰라. 공부, 성적, 친구.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런거 못해도, 없이도 인생은 아주 즐거울 수 있어."

 

아이에게 산을 타는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싶어 히말라야로 간다. 내게도 그랬듯이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아이에게 새로운 취미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학교 생활이 힘들면 나랑 언제나 북한산 둘레길로 떠나면 된다. 즐거운 취미 하나만 있으면 인생은 견딜만 하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사실 어찌보면 그냥 내 욕심이다. 3년전 네팔을 여행하면서, '다음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이 아름다운 경치를 즐겨야지.' 하고 결심했고, 그걸 실천에 옮기는 거니까.

 

민지야, 고맙다. 네 덕에 아빠가 다시 히말라야를 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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