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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by 김민식pd 2013. 3. 27.

어제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되고 한동안 핸드폰에 불이 났습니다. 오래도록 격무에 지친 사장님이 이제야 쉴 기회를 얻었는데, 왜 제가 축하 인사를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재철 사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김재철 사장님이 얼마나 격무에 시달렸는지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이 일이 너무 많으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지난 22일 금요일, 김재철 사장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전날에 MBC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조치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장재윤 수석부장판사)는 21일 MBC가 지난해 7월 7월 용인 드라마 세트장, 미래전략실 등으로 기자, PD, 아나운서를 발령낸 것에 대해 “업무상 필요성의 부재, 신청인들의 업무상 및 생활상의 불이익, 인사규정 및 단체협약에 따른 절차 위반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전보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피신청인(회사측)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밝혔다.' 

 

판결이 너무 늦어 그동안 교육 발령, 대기 발령, 무차별 보복 인사에 지친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났다는 점에서 아쉽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인사 발령을 기다렸죠. 22일 금요일 오후, 10층 사장실과 임원실에 사람들이 바쁘도록 움직인다는 소문이 들리고, 드디어 인사 발령이 떴어요. 그런데 게시판에 뜬 인사는 그 인사가 아니었어요.

 

지방사 사장 선임과 계열사 임원 인사...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과의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자신의 수하로 일해온 이들에게 지방사 사장에 계열사 임원이라는 선물을 안겼습니다. 법원 판결 이후, 복직 인사를 기다리는 직원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거죠. '내가 법원이 시키는 대로 하는 졸로 보여? 왜이래, 나는 방문진도 무시하고 지방사 사장 선임도 하는 사람이야!' 정작 해야 할 일은 제쳐두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다니요. 절차를 무시한 인사 전횡을 보며 저는 절망했습니다. '불의한 시대에는 법도 무기력하구나. MBC 피디와 기자들도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시대, 억울한 경우를 당한 노동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도대체 이제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하나........'

 

법도 무시한 오만의 절정을 보여준 김재철 사장의 인사, 그건 세번째 해임안 상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방문진은 자신들의 권한과 업무절차를 무시한 김재절 사장의 처사에 분개해 바로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거쳐 해임안 상정을 결정하지요. 그리고 어제 드디어 해임안을 가결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구분 못할 정도로 심신이 지친 상태란 걸 생각하면, 김재철 사장을 위한 마지막 배려라 생각합니다. 

 

결국 어제 일을 보며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며 사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일입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일입니다.

 

MBC 정상화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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