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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 따라잡기

by 김민식pd 2013. 3. 14.

MBC ‘무한도전을 만들고 있는 김태호 피디는 예전에 내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러브하우스라는 코너를 연출 할 때 조연출로 함께 일한 친구다. 그와 같이 다니다보면 유쾌한 일이 참 많은데, 모두 그의 열정적인 리액션 덕분이다. 하루는 내가 고생하는 제작진들에게 한 턱 쏜다고 회전 초밥 집을 간 적이 있다. 그 집에서는 요리사가 새로운 초밥을 내놓을 때마다 뱃살 초밥 나왔습니다!” “신선한 성게알 초밥이요!” 하고 외쳐서 손님들의 주의를 끌었는데, 김태호 피디는 그때마다 앗싸!” “, 맛있겠다!” 하고 큰 소리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새로운 초밥을 영접하는 그의 태도는 마치 산타의 선물을 발견한 어린 아이 같았다. 유쾌한 그의 반응에 식당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고, 요리사는 신이 나 새로운 초밥을 쥐어 내놓았다.

 

김태호 피디가 무한도전을 히트시킨 비결은 열정적인 리액션이라 생각한다. 김태호 피디가 무한도전을 처음 만들었을 때, 나는 일일 시트콤 대본 회의를 위해 토요일 저녁에도 늦게까지 회사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그때 참 괴로운 것이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난 후, 걸려오는 항의 전화였다. 울리는 전화를 받아들면 시골 사는 어르신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 방송에 정신없는 애들 좀 안 나오게 해주소!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고, 애들 따라 할까 겁난다, !”

 

지금은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박을 냈지만, 방송 초기에는 무한도전이 시청률이나 호감도 면에서 고전을 좀 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게는 노홍철이나 박명수 등이 별로 인기가 없었다. 시청자들의 냉담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김태호 피디는 촬영장이나 편집실에서 풍성한 리액션을 쏟아냈다. 때로는 웃기다고 박장대소하고, 때로는 썰렁하다고 면박을 주고, 끊임없이 반응을 표현했다.

 

김태호 피디의 리액션이 잘 드러난 예가 자막이다. 처음에는 이게 재미가 있나, 없나 자신없어 하던 출연자들도 연출의 열정적인 반응에 조금씩 중독되기 시작했다. 피디가 어떤 식으로든 자막으로 반응해 줄 것이라 믿고, 열심히 개그를 시도하고 몸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불쑥 불쑥 끼어드는 김태호 피디의 자막에 시청자들도 중독되기 시작했다. 결국 김태호 피디는 과도한 리액션으로 출연자들에게 기를 불어넣어줬고 프로그램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혔다. 그 모든 연출의 시작은 앗싸!’를 외쳐주는 리액션의 생활화가 아니었을까?

 

나는 후배에게 배운 팁을 일상에서 활용했다.

식당에서.

여기 계란말이 서비스 나왔습니다.”

앗싸! 맛있겠다!”

회사에서.

오늘 저녁 팀 회식은 내가 쏜다.”

앗싸! 선배님, 멋지십니다!”

집에서.

나와서 애들이랑 밥 먹어.”

앗싸!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 역시 마님이 최고야!”

처음에는 뭐야? 이 사람 맛이 간 건가?’ 하고 의아한 눈길을 던지기도 하지만, 꾸준히 열광적인 반응을 날리면, 얼마 안 가 사람들도 익숙해져서 은근히 나의 반응을 기대하기도 하고, 가만히 있으면 외려 서운해 하기도 하더라.

 

나는 소심해서 세상을 감히 바꾸겠다고 나설 형편은 못된다. 하지만 누군가 세상을 바꾸겠노라 나선다면 옆에서 와우! 멋지다!” 하고 박수와 응원을 보낼 자세는 되어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열정이 부족하면 어떤가. 누군가에게 박수만 보낼 수 있어도 나만의 몫은 할 수 있을 테니까. 열정을 가진 리더는 한 명이면 되지만, 열정을 가진 팔로워는 수천만이 필요하다. 난 쪽수가 더 필요한 쪽에 설 테다!

 

(행복한 동행 4월호 '김피디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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