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독서 모임에 올린 <돈의 심리학>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결국, 관건은 나의 그릇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저는 심리학 공부를 좋아합니다. 마음의 그릇을 키우고 싶거든요. 모건 하우절이 쓴 <돈의 심리학>, 몇 번을 읽은 책인데요. 이 책을 읽어 마음의 그릇도 키우고 싶고, 돈의 그릇도 키우고 싶습니다. 그릇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은 소득도 따라 커진다는 뜻이거든요. 사람은 자신의 그릇 크기만큼 돈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릇이 작은 사람이 너무 큰돈을 욕심내면 그릇이 깨어지기도 하고요, 돈이 줄줄 새기도 합니다.
저는 어려서 돈 그릇이 좀 작았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왔기에 내 방 한 칸 마련하기 위해 한 푼 두 푼 돈을 아끼고 모았지요. 돈 그릇은 작았지만 아끼고 모으는 습관이 몸에 배자 돈의 그릇이 단단해졌어요. 돈 그릇이 단단한 사람은, 일을 할 때 불안함이 적습니다. 내 그릇으로 담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 되니까요.
신인 피디 시절, 저는 제작비를 아껴가며 청춘 시트콤을 만들었습니다. 유명 스타를 기용하는 대신 무명의 신인을 캐스팅했고요, 3일간의 촬영으로 매주 20분 분량의 시트콤을 2년 반 동안 꼬박꼬박 만들었습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좋으니 회사에서 좋아하더군요. 적은 제작 비용으로 높은 광고 판매를 올리는 피디라는 과분한 평가도 받았습니다. 문제는 제 그릇의 크기가 딱 거기까지였다는 겁니다.
시간이 흘러 케이블이나 외주 제작사가 생기고 방송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이제는 신인을 모아 적은 경비로 찍어대는 청춘 시트콤보다 비싼 배우를 데려다 높은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대작 드라마가 히트를 치는 시대가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돈 그릇이 작아 스케일이 큰 드마라를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몸값이 비싼 작가나 배우를 쓰기 보다는 신인 작가와 신인 배우를 선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제가 만드는 드라마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신인 감독으로서 경비 절감하는 습관은 경쟁력이 되었지만, 중견 감독에게 그런 쩨쩨한 자세는 좋은 인재를 끌어모으지 못하는 단점이 되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녹록지 않습니다. 돈에 대해 각각 다른 자세가 필요하거든요. 돈을 버는 것과 돈을 잃지 않는 것도 완전히 다른 사안입니다. 돈을 버는 것에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낙천적 사고를 하고, 적극적 태도를 갖는 등의 요건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는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재주를 요구합니다. 겸손해야 하고, 또한 돈을 벌 때만큼이나 빨리 돈이 사라질 수 있음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번 돈의 일부는 행운의 덕이므로 과거의 성공을 되풀이할 거라 믿지 말고, 겸손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심리학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저는 궁금합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인가, 외향적인 사람인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는 어떤 태도가 더 유리할까요?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96년 MBC 피디 공채에 지원할 때 저는 남의 눈치는 전혀 보지 않았어요. 심지어 면접장에서 다른 응시자나 면접위원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그냥 소신껏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합격점을 주시더라고요. 창작자에게는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소심함보다 용기 있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그려가는 소신이 더 중요하거든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때마다 이런 소리를 들었어요. ‘석탄채굴학을 전공한 네가 무슨 동시통역사야?’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네가 어떻게 피디를 해?’ ‘예능 피디인 네가 무슨 드라마를 만들어?’ ‘코미디 피디인 네가 무슨 영어 학습서를 써?’ 다행히 저는 타인의 반응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다만 내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걸 하느냐 못하느냐, 그것만이 중요하지요.
이런 소리만 밖에서만 들려오지 않아요. 때로는 내면의 소리가 비겁하게 속삭이기도 해요.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자기검열에 눌리면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시작은 초라합니다. 그 시작의 초라함을 견디는 자세가 필요하고요. 이럴 때는 외향적인 성격보다 내향인의 태도가 더 필요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보다는 내 안의 열망과 꿈에 집중하는 거죠.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쓰고 싶은 글에만 집중합니다.
시작하는 사람의 자세가 내향인이라면,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외향인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혼자 블로그에 비공개 글만 주구장창 쓴다고 세상이 알아주지는 않거든요. 발행을 하고 타인의 평가를 기다립니다. 어쩌다 댓글이 달리면 반갑지요. 살갑게 말을 걸어봅니다. 평소에는 회사 회식도 안 가는 저이지만, 블로그에서 얼굴 모르는 독자의 댓글은 그렇게 반가워요. 피디가 되기로 마음먹고 준비하는 과정은 내향인으로 충분하지만, 이제 피디로 일할 때는 외향인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수십 명의 제작진과 소통해야 하고요, 수십 만명의 시청자에게 말을 걸어야 하니까요.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 제가 하는 말은 고객 한 사람만 들었어요. 통역사로 일할 때 제가 하는 말은 수십 명의 청중이 들었어요. 피디로 일할 때 제가 만든 영상은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보더군요. 이제 저는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많은 이들에게 말을 건네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합니다. 즉 저의 말그릇을 키워야 일을 더 잘할 수 있어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내가 만든 그릇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느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과로 이어진다는 걸요. 수십만 명의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단지 소수의 독자만이 반응하는가, 그것이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돈이라는 성과로 결과가 나옵니다.
시장에서 반응을 얻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스트레스가 시작됩니다. 블로그에 찾아오는 독자의 푸념은 별로 상처가 되지 않아요. 그냥 소일거리삼아 쓴 글이고, 지나가다 남긴 글이니까요. 다만 인터넷 서점에 달린 평은 아픕니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읽었는데 실속 없는 속 빈 강정이네.’ 100명이 찾아오는 블로그에는 불평도 적은데요, 수천 명이 읽는 책에 대해서는 당연히 불평불만도 독자의 수에 정비례해서 늘어납니다. 내 그릇이 작다면 그런 비난을 수용하기 어렵겠지요.
결국, 관건은 그릇입니다. 어떻게 나의 그릇을 키울 것인가? 내가 담을 수 있는 돈그릇은 어느 정도인가? 그 고민을 해봅니다.

끝으로 제가 <돈의 심리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을 소개합니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쓴 편지지요.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너희들도 금융에 대해 배워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너희들을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나는 네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의 가치와 그 보상을 믿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모든 성공이 노력의 결실도 아니고, 모든 가난이 게으름의 결과도 아님을 깨닫기를 바란다. 너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판단할 때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하거라.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은 네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네가 원할 때, 원하는 일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원하는 만큼 오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고가의 물건이 주는 기쁨보다 더 크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준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면서 얻는 기쁨은 금세 사라진다.
더 적은 것을 가지고 사는 법을 배워라. 이런 삶의 방식은 경제적으로 가장 큰 힘이 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이것은 너의 소득이나 투자수익률보다 네가 통제하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공은 나를 사랑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얻는 데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순자산의 수준이 아니라 네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이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금융조언은, 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1.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걸 돈 없이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2.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당장 달성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3. 살면서 나의 그릇이 더 커졌다고 느낄 때가 있었나요? 어떤 순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세 가지 질문에 답을 해주셔도 좋고요, <돈의 심리학>에서 좋았던 대목을 읽고 생각을 나눠주셔도 좋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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