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일하면서 보람과 재미를 맛보는 삶 아닐까요? 우리는 평생 일을 하며 삽니다. 일이란 즐거워서 하는 걸까요,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걸까요?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일하면서 보내는데 일이 힘들고 괴롭기만 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3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일에 관한 환자들의 고민을 듣고 나눠온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선생님이 책을 내셨어요. 일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한 책, 제목이 핵심을 찌릅니다.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하지현 / 마티스블루)
네, 일을 통해 행복해지는 비결은 저 세 단어에 있어요.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하면서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지키며 일하는 마음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요. 행복의 기본 조건은 ‘생존’입니다. 생존을 위해 우리는 일을 합니다. 즉, 일을 할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어요. 마음의 안정을 찾은 상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거든요. 생존이라는 명제가 흔들리면 삶은 불안해집니다. 직업의 영역에서 오래 버티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보다 지치지 않는 것이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일이나 공부를 지속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자기효능감입니다. 어떤 일이든 배워서 ‘기본’을 해내면, 그 일을 지속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일에서 성과를 내면 효능감을 맛봅니다. 직업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맛보는 사람은 그 일을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어요.
도자기 공예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학기 과제를 내면서 반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평가 기준을 발표합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50개를 만들면 A, 40개를 만들면 B”라고 하고요. 두 번째 그룹에게는 “몇 개를 만들든 가장 잘 만든 한 점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공지해요. 한 학기 동안 완성한 학생들의 작품을 검토한 선생은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합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들 중에서 기술, 섬세함, 완성도 측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최고의 작품은 첫 번째 그룹에서 나왔다고요. 일단 제출한 도자기 개수로 성적이 나가는 ‘양’ 중심 그룹 학생들은 더 많이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요. 도자기를 만들고 실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향상되었다고요. 반면 완성도에 승부를 건 B그룹 학생들은 정작 한 학기 동안 완성한 작품이 몇 점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실력이 늘지도 않지요.
일을 배우는 과정에서는 양이 질보다 중요합니다. 일단 많이 해보고, 많이 깨트리고, 틀리고, 실수를 해봐야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전문가 레벨이 된 후에는 당연히 ‘질’을 고민해야지요. 뼈대를 만드는 능력은 이제 충분하니, 고치거나 변화를 줄 곳, 남과 다르게 할 부분을 고민하고 거기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일단 뼈대를 만들어내는 수준이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잘하건 못하건 일단 끝까지 완성, 혹은 완결을 해보는 경험이 필수적입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아예 지쳐서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과 의사인 하지현 선생님은 상담을 할 때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서 시급히 정신적 재활이 필요한 환자를 만나면,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정적인 운동을 권하신답니다. 내 몸의 관절과 근육을 낯선 방식으로 움직이고 복식 호흡을 하면서 자세와 균형을 제대로 잡으면, 유연성이 향상되고 근력이 좋아합니다. 여기에 더해 내 몸을 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 원하는 상태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은 자기효능감의 기본을 마련해줍니다. 힘들 때는 몸부터 챙겨야 합니다.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몸이 힘든데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다 힘들어집니다.
저자는 연구 제안, 원고 청탁이나 강연 섭외 등 어떤 제안이 들어오면 ‘보상, 의미, 재미, 관계’라는 네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선택합니다. 먼저, ‘보상’. 일을 하면 보상이 따릅니다. 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적은지를 따져봅니다. 이에 대해 상대방과 협상하는 것을 속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원고나 강연을 요청받았을 때, 조금 민망하지만, 원고료나 강연료를 먼저 물어봅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의미’입니다. 배울 것이 있는 일인지,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좋은 일인지, 성장과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해볼 만한 일인지는 고려합니다. 세 번째는 ‘재미’. 그 일을 함으로써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함께 일해본다거나, 안 가본 곳을 가볼 수 있다거나, 평소에 궁금했던 분야에 참여할 수 있다면, 오직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선택하게 됩니다. 네 번째는 ‘관계’. 재미, 의미, 보상은 없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나와 오래 인연을 맺어온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흔쾌히 선택합니다.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이 네 가지 중 하나는 들어가야 합니다.
일터에서 우리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일하는 사람을 판단할 때, 두 가지 기준이 있어요. 유능한가, 무능한가. 따듯한가, 차가운가. 두 가지 기준에 따라 4분면이 나옵니다. 유능하고 따듯한 사람, 유능하고 차가운 사람. 무능하고 따듯한 사람, 무능하고 차가운 사람. 네 가지 부류에 대해 느끼는 우리의 감정은 다릅니다. 유능하고 따듯한 사람에게는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유능하고 차가운 사람은 선망의 대상이에요. 좋아하긴 하지만 거리가 멀고요. 무능하고 따듯한 사람은 동정의 대상입니다. 도와주고 싶은 사람이지요. 무능하고 차가운 사람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혐오랍니다.
저자는 일터에서 호감이 되는 것보다 먼저 유능함을 갖추라고 조언합니다. 부러움의 대상이라 조금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따뜻함도 있다? 그러면 사람에 대한 만족도가 확 올라갑니다. 반면 아직 일을 잘 하지는 않지만, 사람이 좋아서 많이 도와줬는데 관계에 휘둘려 그 사람과 거리가 멀어지면 그 순간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동정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선망의 대상이 되세요. 모든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려고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다해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호감과 비호감은 상대적인 평가입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유능함은 객관적인 성과로 평가가 되니 호감만큼 주관적 요소가 개입하지 않아요. 유능함의 고지는 오르기도 어렵고, 한 번 달성하면 꽤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지켜나가는 힘이 됩니다. 둘 중 하나라면 우선은 유능함을 고르는 것이 낫습니다.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합니다. 어떻게 쉬어야 할까요? 저자가 권하는 원칙은 ‘매일, 짧게, 혼자’의 3요소입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어쩌다, 길게, 여럿’으로 쉬는 거죠. 크루즈 여행이나 제주도 한 달 살기가 대표적인데요. 자주 하기 어렵기에 일상에서 적용하기 어렵고요. 여럿이 함께하는 골프 모임이나 산악회 같은 동호회 활동도 여러 가지 제약이 많습니다. 매일 하기도 힘들고요. 일상의 피곤함은 차곡차곡 쌓아놓았다가 긴 휴식으로 단번에 털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매일, 짧게, 혼자’ 잘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신건강의 70퍼센트는 루틴에 달려 있습니다. 가급적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생활하고, 때가 되면 적당한 시간에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를 합니다. 에너지가 바닥나기 전에 충전이 되고, 비슷한 시간에 쉬고 싶어집니다. 내게 주어지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아슬아슬한 위기 없이 해낼 수 있고요. 하루의 일과가 끝날 때쯤까지 소진되었다는 느낌을 느끼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을 두려움 없이 기대하는 것. 이런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면 나는 지금 정상이거나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유지하며 일터에서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살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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