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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라는 이름의 이퀄라이저

by 김민식pd 2012. 3. 22.
예전에 미드를 보며 영어를 공부할 때, '이퀄라이저The Equalizer' 라는 시리즈에 매료된 적이 있다. 그 드라마의 최고 매력은 제목이었다. 이퀄라이저, 누구나 평등하게 만드는 사람. 

드라마의 주인공은 사설 탐정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일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한다.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전 무죄, 무전 유죄. 그러나 이퀄라이저의 주인공은 의뢰인을 가리지 않는다. 의뢰인이 누구든 공평하게 정의를 수행한다. 부자고 거지고, 상류층이고 하류층이고, 권력이 있고 없고,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의 총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니까. 



만인을 평등하게 하는 것, equalizer를 구글에 검색하면, gun 총이나 education 교육이 함께 뜬다. 총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 목숨은 누구나 하나 뿐이니까. 교육 역시 그래야한다. 누구나 교육 앞에서는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사교육이 판을 치는 한국에서 교육 서비스의 보편성은 조금씩 퇴색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되는 것이다.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사회, 조선시대 신분처럼 부가 세습되는 사회,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한국 사회에 가장 큰 복은 총이 없다는 것이고, 가장 큰 우려는 교육의 양극화다. 

희망이 있다면, 한국 사회에 새로운 이퀄라이저가 떴다는 점이다. 바로 소셜 미디어다. 소셜 미디어, 그중에서도 팟캐스트는 전문가의 영역에 있던 방송을 보편화시킨 일등공신이다. 

영화를 즐기는 3단계? 즐기고, 비평하고, 만드는 것이다. 드라마 팬의 3단계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를 열심히 보다보면, 재미있는 것과 재미없는 것을 가리는 안목이 생기고,  재미있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즐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평을 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영화 비평, 신상품 리뷰 등등. 하지만 블로그 덕에 비평은 보편화되었다. 전문 평론가 뺨치는 실력으로 리뷰를 생산하는 블로거가 많다. 신문의 맛집 기행이 한때 최고의 권위를 자랑했으나, 요즘은 파워블로거에게 밀린다. 블로그는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비평을 보편화시킨 도구다. 

비평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방송을 만드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팟캐스트와 유튜브의 등장으로 이제는 미디어의 생산도 보편화되었다.

얼마전 27살의 신인 감독 조쉬 트랭크가 감독한 '크로니클'을 재밌게 봤다. '어디서 이렇게 어린 천재가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그는 유튜브에 자작 단편을 올리며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익혀왔다. (영화 '크로니클'은 유튜브 세대의 '아키라'다. 초능력을 꿈꾸는 덕후들에게 관람을 권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의 놀라운 진행 솜씨를 보면서 그가 어떻게 저런 놀라운 내공을 소유하게 되었을까 궁금해한다. 그는 자신이 말하듯 언론사 총수다. 딴지일보라는 자신만의 미디어를 오랜 세월 만들어왔다. 공중파에서 MC 경력이 없어도 그는 이미 오랜 세월 인터뷰어로 활동해왔고, '나는 꼼수다' 이전에도 팟캐스트 '김어준의 뉴욕 타임스'를 진행해왔다.

방송사에 입사해야만 방송을 만들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오히려 취미삼아 방송을 만들다, 명성을 얻게 되어 방송사에 입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팟캐스트, 전문가의 영역에 있던 방송을 만인에게 보편화시키는 최고의 이퀄라이저다.  

(팟캐스트에 관한 예전 글 하나~)
2011/07/06 - [공짜 PD 스쿨] - 노는 애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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